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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겨울을 녹인 기적의 기술제2화

이 화는 약 73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새벽, 나는 짙은 남색 작업복을 입고 작업장에 나타났다.

사수인 조 명장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이 조그만 아가씨가 밀링 일을 버텨낼 수 있겠어?”

나는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조 명장은 콧방귀를 뀌더니 쇳덩이 하나와 도면 한 장을 툭 던졌다.

“이거 보고 똑같이 깎아와. 합격하면 제자로 인정해주지.”

어려운 도면은 아니었다. 다만 아주 정밀한 손길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지난 생에서 나는 이 인정을 받기 위해 수개월을 헤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도면과 한 치의 오차도 없는 부품을 조 명장 앞에 내밀었다.

조 명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버니어 캘리퍼스로 치수를 재고 또 재던 그는 흥분한 목소리로 내 손을 꽉 잡았다.

“내 평생 제자를 여럿 키웠지만, 드디어 보물을 찾았구먼!”

“나만 믿고 따라와라. 내 기술을 전부 다 전수해주마!”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조 명장은 평생 16명의 제자를 길러냈고, 그들 모두를 자식처럼 아꼈다.

그의 제자들은 훗날 정밀 가공 분야의 장인들이 되었고, 일부는 대학에서 강의할 정도로 성공했다.

하지만 오직 제자들을 위해 평생을 바친 조 명장 본인은, 실직 후 마지막 남은 연탄 한 장까지 제자에게 주고 정작 자신은 눈보라 속에서 병사했다.

나는 아직 정정한 모습의 노장 을 바라보며 시큰거리는 눈시울을 꾹 눌렀다.

내가 있는 한, 이번 생의 그는 아주 따뜻한 겨울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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