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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의 겨울을 녹인 기적의 기술제3화

이 화는 약 1115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 도착한 부모님은 기다렸다는 듯 하소연 섞인 편지를 보내왔다.

사업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느니, 집을 구하다 사기를 당했다느니 온갖 핑계를 대며 은근히 돈을 요구했다.

나는 편지를 다 읽었지만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저 차곡차곡 정리해 책장 가장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장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 씨네 둘째, 걔 참 독하더라.”

“부모가 그렇게 힘들다는데 천륜도 모르는지, 돈 한 푼 안 보낸다며? 피도 눈물도 없지.”

“그러니 부모가 걔만 떼어놓고 갔지, 쯧쯧.”

나는 실소했다. 부모님의 수법은 여전히 유치했다.

공장이 폐쇄적인 사회라는 점을 이용해 소문으로 나를 압박하려는 속셈이었다.

지난 생의 나는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영양제 살 돈 몇 푼만 남기게 해달라는 부탁조차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내가 돈을 좀 벌기 시작하자 "날개가 돋았냐"며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자식으로 몰아세웠다.

결국 나는 월급 전부를 부치고 끼니를 걸러가며 일하다 생산 라인 위에서 쓰러지기 일쑤였다.

죽기 직전,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살려달라고 보낸 수차례의 편지들 역시 그들에겐 닿지 않았다.

아니, 훗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들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며 내 편지를 읽지도 않은 채 바다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누구의 편지냐는 물음에 언니 서나는 웃으며 답했다지.

“어디서 우리 주소를 알아냈는지 모를 거지 한 명이 보낸 거야.”

이번 생의 나는 그딴 비난에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식당에서 배식을 담당하던 박 씨 아주머니가 국자를 휘두르며 사람들에게 호통을 쳤다.

“이 사람들아, 입 닥쳐! 어린 아가씨가 혼자서 얼마나 기특하게 버티고 있는데 어디서 혀를 놀려!”

사람들을 쫓아버린 아주머니는 내 품에 보따리 하나를 찔러 넣어주며 투덜거렸다.

“받아. 어린애가 기운 차려야지. 좋은 건 남 주지 말고 네 몸부터 챙겨.”

“또 누가 헛소리하면 가만 있지 말고 입을 확 찢어버려, 알았어?”

보따리 안에는 귀한 분유 가루와 영양제가 들어있었다.

코끝이 찡해져 아주머니께 깊이 고개를 숙였다. 아주머니는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며 멀어졌다.

두 생을 살며 "희생해라", "참아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좋은 건 네 몫으로 남겨두라"는 말을 들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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