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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당신 몫 나는 다 잊었으니까제2화

이 화는 약 1678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기억의 파편은 잃어버렸지만, 다행히 신체 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며칠 더 입원해 있다가 퇴원 수속을 밟았다.

퇴원하는 날, 나를 데리러 온 건 설아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최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무척이나 차가웠다.

사실 설아에게 한 번도 말한 적은 없지만, 우리 삶에 민재가 끼어들기 전까지 나는 우리가 당연히 연인이 될 거라 믿었었다.

설아가 내 짐 가방을 트렁크에 거칠게 던져넣고는, 마지못해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다치지 않은 쪽 손을 들어 항복하듯 흔들었다.

“제발 봐줘. 널 운전기사 취급할 생각은 없어.”

“하지만 남자친구 있는 여자 조수석에 타는 건 좀 그렇잖아.”

설아의 얼굴에 분노가 어렸다. “서준우! 적당히 좀 해!”

그녀가 왜 또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잠시 그녀를 응시하다가, 그녀를 비켜 지나가 뒷좌석 문을 열고 꾸역꾸역 몸을 밀어 넣었다.

설아는 더는 대꾸하지 않았지만, 차 문이 부서져라 닫고 운전석에 올랐다.

가는 내내 차는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질주했다. 마치 나를 단숨에 천국으로 보내버리겠다는 기세였다.

창밖의 풍경은 낯설기만 했다.

우리가 대학을 다녔던 그 남부의 도시가 아니었다.

대학 시절의 그곳은 아기자기한 다리와 강물이 흐르는 다정한 풍경이었는데, 여기는 나와 설아의 고향이었다.

빽빽한 빌딩 숲 사이로 어린 시절 우리의 비밀 기지였던 낡은 공사 건물이 보였다.

이제는 완공되어 도시 한복판에 차갑게 우뚝 솟아 있었다.

아마 그 건물 안에는 우리가 나누었던 철부지 같은 말들이 박제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함께 대학에 가자던 약속.

어른이 되면 같이 고양이를 키우자던 꿈.

그리고 설아가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했던 말.

“서준우, 나 나중에 꼭 너한테 시집갈 거야.”

차가 급정거했다.

격렬한 진동이 나를 아련하고 빛바랜 추억 속에서 낚아챘다.

“내려.”

설아가 차 문을 열었다. 그녀의 실루엣이 내 위로 옅은 회색 그림자를 드리웠다.

“집에 들어가면 그 미친 척하는 연극 당장 집어치워. 내가 그 멍청한 의사들처럼 속을 줄 알아?”

그녀가 갑자기 내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윤호 놀라게 하기만 해봐. 그땐 정말 가만 안 둬.”

갑작스러운 통증 속에서 나는 왜인지 코끝이 찡해졌다.

굵은 눈물 한 방울이 예고도 없이 설아의 손등 위로 툭 떨어졌다.

설아는 마치 뜨거운 불꽃에 데인 사람처럼 황급히 손을 거두었다.

나는 떨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 기억 속과는 너무나 다른 설아, 그리고 이 낯선 세상이 나를 덮쳐와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한 걸음씩 겨우 발을 떼며 그 화려한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이상하게도 집안으로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답답해져 왔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현관에 들어섰을 때, 시야는 이미 눈물로 번져 기괴한 빛의 잔상들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 흐릿한 색채 속에서도 나를 향해 달려오는 작은 아이는 선명하게 보였다.

설아를 쏙 빼닮은 눈을 가진 아이.

나는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굽혀 아이를 안아주려 팔을 뻗었다. 하지만 아이는 내 손을 거칠게 쳐내고는 설아의 품으로 직진했다.

“엄마! 왜 이 아저씨를 또 데려왔어!”

나는 멍하니 굳어버렸다.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윤호야!” 민재가 아이의 뒤를 쫓아 급히 달려 나왔다. “말 버릇이 그게 뭐야!”

나는 민재를 향해 억지로 찌그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민재야, 내가 여기 있는 건 역시 아닌 것 같아. 그냥 나가서 방 하나 구할게.”

“너희 세 가족 오붓한 시간 방해하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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