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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당신 몫 나는 다 잊었으니까제3화

이 화는 약 1598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설아가 차갑게 비웃었다.

“서준우, 네 방으로 꺼져.”

“네 연극이 언제까지 가나 내가 똑똑히 지켜볼 테니까.”

“기억상실증 코스프레가 그렇게 좋으면 마음껏 해봐. 그러다 네가 누구인지 기억나면, 그때 나가겠다는 말을 하든가!”

말을 마친 그녀는 ‘윤호’라고 불리는 아이의 손을 잡고 나를 스쳐 지나갔다.

곁을 지날 때, 그녀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때 가서도 과연 제 발로 나가고 싶을지 궁금하네.”

텅 빈 거실에 나 혼자 남겨졌다.

민재는 내가 “세 가족 방해하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갑자기 얼굴을 감싸 쥐고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곧이어 안쪽 방에서 설아와 아이가 민재를 달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게 차라리 편했다. 나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았다.

장식장 위에는 세 사람의 단란한 사진이 놓여 있었다.

유원지인 듯, 거대한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설아는 민재의 품에 기대어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윤호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위를 올려다보며 행복에 겨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민재의 트로피, 커플 컵, 그리고 윤호가 쓴 ‘우리 아빠’라는 제목의 일기도 보였다.

비뚤비뚤한 글씨로 적혀 있었다. ‘우리 아빠 이름은 강민재다. 멋있고 자상한 남자다.’

하나하나 훑어 내려갈수록 가슴을 짓누르는 통증이 선명해졌다.

마지막 사진, 설아와 민재가 다정하게 마주 보고 있는 사진을 보았을 때는 허리를 제대로 펴기 힘들 정도로 아팠다.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장을 봐온 아주머니 한 분이 들어오셨다.

창백한 내 얼굴을 본 아주머니는 깜짝 놀라 식재료를 내팽개치고 나를 부축했다.

“서 선생님! 퇴원하셨군요!”

“아이고, 식은땀 좀 봐. 일단 소파에 좀 앉으세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아주머니의 팔을 붙잡았다. “괜찮아요.”

“혹시 제 방이 어딘지 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어디서 자야 할지 모르겠어서요.”

의아해하는 아주머니의 시선에 나는 힘겹게 미소 지었다.

“의사 선생님이 기억상실이래요. 지금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아주머니는 나를 부축해 가장 구석진 방 앞으로 데려갔다.

문을 열자 눅눅한 습기와 먼지 냄새가 훅 끼쳐와 기침이 터져 나왔다.

아주머니의 표정이 난처해 보였다. 이 방이 환자가 머물기에 너무나 열악하다는 걸 본인도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문을 닫으며 작게 한마디를 남겼다.

“잊으신 게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라요.”

나는 삐걱거리는 좁은 나무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제야 아주머니가 나를 ‘서 선생님’이라 불렀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집의 주인은 민재가 아니었나?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방을 둘러보던 중, 책상 귀퉁이에 버려진 만년필 하나를 발견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이었다. 내가 한시도 몸에서 떼지 않던 물건.

이게 여기 있다는 건, 이 방이 내가 쓰던 방이 확실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왜 남의 집 식모방 같은 곳에 살고 있었던 걸까?

나에게는 내 집이 없는 걸까?

지독한 두통을 참고 책상 서랍을 뒤졌다. 그곳에서 내 일기장을 찾았다.

그리고 반지 하나를 발견했다.

설아의 약지에 끼워져 있던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반지였다.

다음 순간, 일기장 첫 페이지에 정갈하게 끼워져 있는 종이 한 장이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이혼 합의서.

갑의 이름에는 한설아.

그리고 을의 이름 뒤에는,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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