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현실로 된 위장 이혼 · 제2화설정≡

현실로 된 위장 이혼제2화

이 화는 약 259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와장창 소리가 나더니 조금 지나자 앨런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하 씨, 드디어 승낙해 줬네요! 이 배역은 계속 유하 씨를 위해 비워 두고 있었어요!]

[난 확신해요. 유하 씨가 출연한다면 이 영화는 반드시 대박을 치고 영화제 상을 휩쓸 거예요!]

고태준과 결혼하기 전, 시어머니인 윤정옥은 결혼 후 가정에만 전념하고 더 이상 연기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3년 동안 가끔 고태준의 동반자로 꼭 필요한 행사에 참석한 것 말고는, 사실상 연예계를 떠나 있었다.

3년 전 트로피를 손에 들었던 최연소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어떤 모습이었는지조차 거의 잊고 있었다.

다행히 한 달 뒤면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고, 자신이 사랑했던 연기의 길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유하 씨, 언제 영국으로 올 거예요? 저는 유하 씨가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릴게요!]

심유하는 달력을 바라보다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다음 달 6일이에요.”

그날은 딱 한 달 뒤로, 바로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이혼이 마무리되는 대로 영국으로 날아갈 참이었다.

앨런과 앞으로 맡게 될 배역에 대해 더 이야기를 나눈 뒤에야 심유하는 전화를 끊었다.

차에 올라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특별 알림으로 설정해 둔 소리였다.

심유하가 휴대폰을 확인하자 고태준의 최신 SNS 게시물이 떴다.

[너만 나와 함께해 준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어]

첨부된 사진에는 이혼 합의서와 함께 하예린과 고태준이 깍지 낀 손을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고태준의 SNS 계정은 7년 전에 만든 것이었고, 그동안 올린 게시물은 모두 3개뿐이었다.

첫 번째는 심유하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글이었다.

두 번째는 심유하가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축하를 전한 글이었다.

세 번째는 결혼식 당일 올린 공개적인 사랑 고백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세 게시물마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남은 것은 가장 최근에 올라온 이 글 하나뿐이었다.

댓글창에서는 하예린의 팬들이 저마다 축하를 보내고 있었다.

[꺄아악, 대표님이랑 화려한 여배우라니, 완전 취향 저격!]

[우리 예린이는 이 정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지! 그 늙은 여자는 진작에 꺼졌어야 했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심유하라는 이름도 오랜만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전 여우주연상 수상자 심유하, 재벌가에서 쫓겨나...]

[충격! 한때의 잉꼬부부, 결혼 3년 만에 결국 파경!]

고태준과 결혼할 때만 해도 심유하는 두 사람이 오늘 이렇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고씨 집안이 가장 심하게 반대하던 시절도 함께 버텨 냈는데, 정작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태준의 바람이었다.

심유하는 가슴속 깊은 곳에서 치미는 쓰라림을 꾹 눌러 삼키고, 고태준의 게시물 아래에 댓글 하나를 남겼다.

[새로운 사람 만난 거 축하해.]

전송을 누르자마자, 마침 전 매니저 양선주의 전화가 걸려 왔다.

[유하야, 너 고 대표랑...]

양선주는 심유하가 신인 시절부터 차근차근 성장해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자리에 오르기까지 곁에서 쭉 지켜본 사람이었다.

결혼 후 심유하가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게 된 뒤에도 두 사람은 친구로 지냈다.

심유하는 양선주가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 사실이야. 나 고태준이랑 이혼 서류에 사인했어.”

양선주가 잠시 침묵하더니, 목소리에 짙은 감회를 담아서 말했다.

[그때 고 대표가 너한테 진심으로 잘해 주는 걸 봤으니까, 나는 그 사람이 다른 부자들하고는 다른 줄 알았어.]

햇빛이 나뭇가지 끝에 내려앉으면서 심유하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고태준과 결혼할 때 심유하도 그렇게 믿었다.

돈 많은 사람들 가운데 드물게 한결같은 사람이라고.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고태준은 그저 자신의 본모습을 너무 잘 숨기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고태준이 배우를 했다면 분명 남우주연상감이었을 것이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심유하마저 완벽하게 속인 연기력이었으니까.

“됐어, 그 얘기는 그만하자. 시상식 시간 맞춰서 와. 나는 벌써 도착했어.”

결혼 전 심유하는 여주인공으로 마지막 영화 ‘미양’에 출연했다.

후반부 작업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지난해에야 개봉했지만, 이미 국제 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상을 수상했다.

심유하 역시 이 작품의 배역으로 청화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시상식은 바로 오늘이었다.

전화를 끊은 심유하는 곧장 시상식장으로 차를 몰았다.

자리를 찾아 앉자마자 입구 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심유하의 눈에 마침 하예린이 고태준의 팔짱을 낀 채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을 발견하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질문을 쏟아냈다.

“고태준 대표님, 심유하 씨와 3년간 이어 온 결혼 생활이 이렇게 끝난 게 아깝지 않으세요?”

“하예린 씨, 고 대표님이 배우님 때문에 이혼하셨는데, 본인의 행동에 도덕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도 하예린은 환한 얼굴을 들었다.

“저는 내연녀 노릇을 할 생각 없어요. 저랑 오빠는 이혼이 끝난 뒤에 정식으로 만나기 시작했어요.”

“오빠랑 선배님의 결혼 생활은 진작부터 문제가 있었던 거고, 그게 제 잘못은 아니잖아요.”

고태준은 곁에 서 있는 하예린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아깝지 않아요.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사라졌다면 결혼은 감옥일 뿐이에요. 이혼하는 게 오히려 두 사람 모두에게 해방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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