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로 된 위장 이혼제3화
이 화는 약 1685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심유하의 가슴을 찔렀다.
‘감옥이라니...’
‘우리의 결혼 생활이 고태준에게는 이미 이렇게나 숨 막히는 것이었구나.’
곁에 앉아 있던 양선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심유하의 손을 잡았다.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심유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 고태준이 하예린의 치맛자락을 세심하게 들어주는 손에 시선이 닿자, 자조하듯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사실 심유하도 다를 게 없었다.
이미 그때의 사랑이 변해 버렸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며 자신을 속였으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달 뒤면 두 사람 모두 이 감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곧 시상식이 시작됐다.
최우수 여우주연상 발표 순서가 되자 심유하의 손바닥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미양’을 촬영할 당시 심유하는 그 작품이 자신의 평생 마지막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역을 완성하기 위해서 많은 공을 들였다.
오늘 밤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는다면, 자신의 국내 연기 인생에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 셈이었다.
사회자는 수상자 명단을 들고 모든 후보를 일부러 한 차례 둘러본 뒤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청화영화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하예린 씨!”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하예린은 웃으면서 고태준의 뺨에 입을 맞춘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올라갔다.
심유하의 마음에 순간 실망감이 스쳤지만 곧 마음을 추슬렀다.
그러나 양선주가 분을 참지 못하고 심유하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유하야, 내가 따로 사람을 통해 알아봤는데, 심사위원들은 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아주 좋았대.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네가 받아야 했어.”
“혹시 고 대표가 심사위원들을 매수한 건 아닐...”
양선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심유하가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아닐 거야.”
고태준은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한창 사랑하던 시절에도 고태준은 심유하를 위해 뒤를 봐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 판은 자연도태가 진행되는 판이야. 더 잘하지 못하면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법이지. 아마 그쪽 연기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더 움직였겠지.”
양선주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그 상업 영화가 어떻게 네 작품을 이겨?”
심유하는 달래듯 양선주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이젠 중요하지 않아. 한 달 뒤면 영국으로 촬영하러 가거든.”
그 말에 양선주의 눈이 커지더니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
“영국? 전에 너를 몇 번이나 찾아왔던 그 앨런 감독?”
심유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됐어! 앨런 감독이라면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명감독이잖아.”
“나중에 세계적인 배우가 돼도 나 잊으면 안 돼!”
심유하가 몇 번이나 약속하고 나서야, 양선주는 다른 일을 처리하러 자리를 떴다.
최우수 여우주연상 발표가 끝나자, 더 이상 시상식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진 심유하는 먼저 자리를 떠나 돌아갈 준비를 했다.
무대 뒤를 지나가던 중, 무대 옆에 서서 붉은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있는 고태준을 발견했다.
심유하는 손끝을 살짝 움켜쥐었다가, 못 본 척 돌아서서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등 뒤에서 아부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최우수 여우주연상은 하예린 씨에게 돌아가도록 바꿔 놓았어요. 더 준비할 게 있을까요?”
그 소리에 심유하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윽고 고태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단속 잘하세요. 최우수 여우주연상이 원래 유하 거였다는 걸 예린이가 알게 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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