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파멸의 렌즈 · 제2화설정≡

파멸의 렌즈제2화

이 화는 약 177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유진의 안색은 극도로 어두워졌다.

“그러니까 한 달 뒤 해주기로 약속했던 쌍수도 못 해준다 이거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진이의 마음속에서도 이미 답은 있었다.

“정말 재수 없어!”

“난 정말 재수가 없어. 이렇게 뇌가 없는 언니를 뒀으니 말이야.”

유진이는 욕을 하면서 문을 열고 나갔다.

유진이 떠난 뒤 나는 녹초가 되어 소파에 누웠고 더 이상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유진이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우리 가족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우리 부모님은 약간 고지식하여 유진이 나이 또래에는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유진이가 꾸미기를 좋아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언니로서 동생의 작은 소원을 만족시켜 주려고 했다.

옷부터 화장품까지 전부 사줬다.

하지만 난 유진이에게 유독 컬러렌즈만은 사주지 않았다.

“넌 심한 근시라 컬러렌즈를 착용하는 건 시력에 좋지 않아.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게 가장 좋아.”

당시 우리는 이 일로 크게 싸웠다.

나중에 나는 유진이의 방에서 대량의 싸구려 컬러렌즈를 발견했고 미친 듯이 화를 냈었다.

내가 한 번 버리면 유진이는 다시 한번 사곤 했다.

횟수가 많아지니 난 아예 상관하지 않기로 했고 유진이에게 너무 오랫동안 착용하지만 않으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유진이는 내 말을 귓등으로 여겼다.

‘이제는 상관없어. 내 말을 귓등으로 듣던 말던 다시는 말하지 않을 거야.’

유진이는 밤이 되어서야 돌아왔고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유진이의 안목이 썩 괜찮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완벽한 화장에 파란색 컬러렌즈가 더해져 매우 매혹적이었다.

내가 유진이의 눈을 쳐다보니 그녀는 약간 의기양양하여 말했다.

“어때? 내 렌즈 색깔 예쁘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예뻐. 하지만 렌즈를 빼면 이 색깔은 아닌 거잖아.”

단 한 번도 나에게 찬물을 끼얹어진 적이 없던 유진이는 갑자기 멍해졌고 목소리도 한껏 높아졌다.

“언니, 내가 말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내 눈은 파란색으로 변할 거야!”

난 두 눈을 부릅뜨고 시큰둥하게 웃었다.

“너! 두고 봐!”

말이 끝나자 유진은 방으로 들어갔고 난 조심스레 문에 귀를 기울였다.

화가 난 듯 물건을 집어 던지는 소리만 들렸고 뒤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말해봐, 하나 더 착용하면 효과가 더 좋지 않을까?”

“난 빨리 염색되고 싶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단 말이야!”

유진의 입에서 원하는 답을 듣고 난 뒤 나는 바로 떠났다.

유진이 같은 사람을 상대할 때는 자극을 시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유진이는 풀메이크업을 했다.

유진이는 눈을 깜빡거리며 내 앞에 다가왔다.

“잘 봐봐, 내 눈동자가 어제보다 더 파래진 것 같지 않아?”

나는 유진이의 얼굴을 살짝 밀쳤다.

“파래, 파래.’

이와 동시에 유진이 눈에 서린 핏줄이 한눈에 들어왔다.

지금 유진의 눈에는 흰자위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붉은색 핏줄기만 가득했다.

전생에는 내가 매일 유진에게 안약을 떨구도록 강요했기 때문에 눈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내 대답을 들은 후 유진이의 눈빛은 약간 의기양양했다.

그러나 곧 유진이는 웃을 수 없었다.

유진이의 눈이 따끔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유진이는 눈을 비비면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언니! 빨리 좀 봐줘!”

“눈이 간지럽고 아파!”

“빨리 봐줘!”

유진은 이미 얼굴을 들이댔고 나는 대충 보는 시늉을 했다.

“네 눈은 괜찮아. 작은 벌레가 날아든 거 아니야?”

유진이는 눈을 비비면 비빌수록 더욱 간지러워했고 점점 힘을 세게 주기 시작했다.

마침내 파란색 렌즈가 비벼져 나왔다.

나는 바닥에 있는 컬러렌즈를 주웠는데 이미 위에는 금이 가 있었다.

유진이는 재빨리 렌즈를 넘겨받으며 말했다.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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