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케이크 속 비밀제2화
이 화는 약 199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대꾸하지 않자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귀먹었어?”
“내 앞에서 뺨을 때리면 내가 얼마나 창피한지 알긴 해?”
“네 아들이라는 놈, 그 버릇없는 짓거리가 다 너 닮은 거야! 남자가 돼가지고 온갖 응석을 받아주니까, 온전치 못한 놈이 됐잖아. 따지고 보면 민준이는 유희 딸만도 못해!”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아들 내가 직접 키운다. 네가 계속 키웠다가는 그냥 망가져버릴 게 뻔해!”
엄마는 아빠를 막아섰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민준이가 네 아들이라는 건 기억하고 있었네? 맨날 내 아들, 내 아들 하고 다니길래 나 혼자 키운 줄 알았잖아. 뭐, 상관없어. 우리 이혼하자.”
아빠는 엄마가 건넨 이혼서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정신 나갔냐? 이 결혼은 네가 울며 매달려서 얻어낸 거잖아. 네가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을 거 같아?”
엄마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 지친 모습이었다.
“맞아, 내가 울며 불며 매달려서 얻게 된 결혼이었지. 하지만 네가 날 사랑하지 않는 것도, 민준이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알고 있어. 우리 이제 서로 그만 괴롭히자. 도장 찍으면 네 첫사랑 마음껏 날아다닐 수 있을 텐데, 좋지 않아?”
아빠는 엄마의 손을 거칠게 밀쳐냈고, 그 충격에 엄마는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다.
“넌 진짜 미쳤어! 네가 멋대로 남의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갔던 건 기억 안 나? 유희가 너랑 시비 안 붙어준 게 어디야. 안 그랬으면 불법 침입이야. 네 아들놈이 네 버릇을 그대로 배워서 예의도 모르고, 내가 밖에 서 있으라고 했더니 생떼를 부리다 못해 죽을 둥 살 둥 쇼를 했잖아!”
“그런 걸 다 받아주고 나랑 이혼하자고 떠들어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러는 건데?”
엄마는 화가 나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뭘 생각했냐고? 내가 너한테 묻고 싶어! 민준이가 체리 알레르기가 있다는 거 너 알고는 있기는 해?”
“어릴 때 처음 먹고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목이 부어 숨도 못 쉬었다고! 그 케이크 안에 체리가 들어있어서 민준이가 뱉을 수밖에 없었던 거야.”
“내 아들을 구하려고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게 왜 잘못이야? 유희가 나를 막아 세우지만 않았어도, 민준이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엄마는 말을 이어가다가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나는 그런 엄마를 안아주고 싶었다. 예전처럼 꼭 안고 토닥이며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비웃기까지 하며 말했다.
“웃기고 있네. 체리 좀 먹었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어? 체리 알레르기라니, 너희 모자 둘이 공기라도 알레르기라고 말할 기세네.”
“어릴 때 그랬다고? 난 그런 적 없던데? 네가 민준이 핑계로 날 붙잡아두려고 온갖 핑계를 대는 거겠지. 참, 잘도 꾸며댄다.”
“다른 애들은 괜찮은데 너희 아들만 유독 예민한 것도 이상하고. 오늘은 내가 민준이 그 버릇을 고쳐놓겠어!”
“맨날 울고불고 소리 지르고, 보는 사람마다 지겨워할 정도야! 네 아들 죽었냐고 물을 판이야!”
그러고는 냉장고로 가서 유희 아주머니가 줬다는 체리를 꺼냈다. 그리곤 내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엄마는 아빠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앉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희 아주머니는 체리를 좋아했다. 아빠는 아주머니댁에서 돌아올 때마다 체리를 한 바구니씩 가져왔고, 그걸 우리에게 먹으라고 했다.
엄마는 체리가 다 썩은 걸 보고 버렸는데 그때마다 아빠는 사람의 호의를 배신하는 거라며 우리를 꾸짖었다.
엄마는 아빠에게 내가 체리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아빠는 한 번도 믿지 않았다.
어느 날, 엄마가 집에 없을 때 아빠는 체리 주스를 시켜 나에게 먹이려 했다.
그때도 그는 중얼거렸다.
“네 엄마가 맨날 체리 알레르기라고 떠들지만 난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 내가 보기엔 유희의 호의를 거절하려고 하는 핑계야.”
결국 나는 아빠의 팔을 깨물며 울었고 그제야 그는 나를 놓아줬다.
그리고는 나를 밀치고 발로 몇 차례 걷어찬 뒤 집을 나갔다.
바닥에는 체리 주스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고, 일부는 내 옷에까지 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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