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케이크 속 비밀제1화
이 화는 약 229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아빠가 나를 아주머니가 주최한 연회에 데리고 갔다.
연회에서 케이크를 먹다가 케이크 속에 들어 있던 체리를 발견하고 급히 뱉어냈다.
어렸을 때 체리를 먹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죽을 뻔했던 기억 때문에 이 맛은 너무도 익숙했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행운의 뜻을 담아 케이크에 체리를 넣었어. 민준이 이렇게 기분을 상하게 할 줄은 몰랐네.”
아빠는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고 나를 밖으로 내보내 마당에서 벌을 서게 했다.
엄마는 나한테 요즘 온도가 40도를 넘으니 실내에서 얌전히 있으라고 하셨다.
정말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런데 몸이 간지럽고 숨이 점점 막혀온다.
아빠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으셨다.
거실의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니 아빠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 번 쳐다보고는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다.
* * *
엄마가 전화 손목시계의 위치 추적으로 나를 찾았을 때 나는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드러난 피부는 온통 붉은 두드러기로 가득했다.
아빠는 옆에서 계속 잔소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네 아들이 이렇게 된 건 다 너 때문이야! 예의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쓰레기통에 버리면 될 걸 왜 식탁에다 토하냐고? 남의 호의를 받아들이지도 못하고, 그 점은 너랑 똑같아!”
엄마는 폭발하듯 아빠의 뺨을 때리고, 나를 번쩍 안아 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는 공중에 둥둥 떠 있으면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아빠, 정말 싫다.
나랑 엄마에게는 관심도 없으니까.
맞다, 나는 죽었다.
‘이게 죽음이라는 건가?’
‘작년에 옆집에 살던 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공중에 떠 있었던 걸까?’
‘그때 할아버지를 못 봤으니 아마 지금 아빠랑 엄마도 날 못 보겠지?’
하지만 나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엄마가 나를 안고 오열하며 길가에서 구급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 아저씨에게 간절히 나를 살려달라고 부탁했다.
의사 아저씨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화면에는 평평하게 이어진 세 개의 선이 떠 있었다. 아무런 기복도 없었다.
엄마는 혼자 바쁘게 움직였고, 나는 내가 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
이윽고 한 아저씨가 엄마에게 작은 상자를 건넸다.
엄마는 그 상자를 품에 안고 길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운 엄마는 이따금 담요를 껴안고 흐느끼거나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곤 했다.
나는 살며시 엄마 옆에 누웠다. 예전처럼 엄마가 나를 재워줄 때처럼 살며시 그녀를 토닥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내 손이 엄마의 몸을 그대로 통과해버렸다.
그 모습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엄마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엄마는 움직임 없이 누워 있었다. 나는 심심해서 자리에서 일어나 어제 엄마와 완성하지 못한 블록 앞에 다가갔다.
이어 블록을 다시 맞추려 했지만 내 손은 블록을 통과하기만 할 뿐 집을 수가 없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려고 텔레비전을 켜보려 했지만 그것도 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이렇게 조용히 엄마 곁에 있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그런데 엄마는 배가 고프지 않는가?’
밥을 먹으러 일어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나 엄마가 만들어준 치킨이 먹고 싶은데.’
‘이제 죽었으니 영원히 먹을 수 없는 걸까?’
셋째 날을 손가락으로 꼽으며 세던 중 엄마가 마침내 일어났다.
엄마는 핸드폰을 확인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내 죽음으로 엄마가 그렇게 슬퍼하는데 아빠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
‘다른 집의 아빠도 이런 걸까?’
엄마가 침대 옆 서랍에서 몇 장의 종이를 꺼내는 모습을 봤다.
맨 위에 있는 커다란 글씨를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 이혼 신청서였다.
이 종이는 엄마의 침대 옆 서랍에 아주 오랫동안 있었다.
엄마는 늘 그것을 보고 또 나를 바라본 뒤 다시 서랍 속에 넣곤 했다.
마침내 아빠가 돌아왔다.
그는 소파에 털썩 앉아 화난 목소리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네 아들 정말 너무 버릇없지 않아? 유희가 그 정성껏 준비한 건데, 얼마나 좋은 뜻이 담겨 있었는데 말이야! 그런데 그걸 토하다니?! 벌 좀 줬더니 또 엄마한테 이르기나 하고 말이야!”
“너도 똑같아! 거기는 유희 집이야! 뭐 하러 온 거냐고 물어보는데 대답도 없이 그냥 밀고 들어가?”
“입 달고 말을 못해? 유희가 너한테 밀려서 넘어졌잖아! 손까지 다쳤다고!”
엄마는 그런 아빠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아빠의 말이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 상처를 줄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유희라는 아주머니가 우리 집 생활 속으로 들어온 뒤로 아빠는 점점 엄마에게 무심하고 냉담해졌다. 엄마를 아프게 하는 말을 매번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나는 아빠에게 말하고 싶었다.
“나 이미 죽었어요. 온 아주머니에게 사과는 됐으니까 이제 엄마를 그만 괴롭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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