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의 역설제2화
이 화는 약 219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오션테크는 나와 강유민이 함께 설립한 회사였다.
몇 명뿐인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해서 지금의 유망한 IT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나는 그의 곁을 지켰다.
김소현은 회사에 새로 들어온 인턴이었다.
원래 그녀의 이력으로는 우리 회사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런데 그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강유민을 가로막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주된 내용은 자신이 얼마나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고향은 시골이고 위에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고 아래에는 동생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강 대표님, 저는 정말 이 기회가 필요합니다.”
김소현은 90도로 허리를 굽히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솔직히 좀 민망한 상황이었는데, 강유민은 감동을 받았는지 그 자리에서 김소현을 특별 채용했고 그녀는 강유민의 비서가 되었다.
입사 초기에 김소현도 성실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좋았다. 그리고 모두 그녀의 어려운 형편을 알고 있었기에 많이 도와주었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모두 그녀의 행동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너무 불필요하게 자존심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회사 휴게실에는 커피, 작은 케이크, 간식 등이 제공되었다.
동료는 김소현에게 이 모든 것이 회사에서 무료로 제공되니 마음껏 먹으라고 했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회사에 손해를 끼칠 수 없습니다. 회삿돈을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되죠.”
그녀의 말에 동료들은 모두 뻘쭘해졌고 수미는 들고 있던 케이크를 어찌할 바 몰라했다.
이때 강유민이 분위기를 수습하며 말했다.
“모두 소현 씨처럼 절약하고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을 본받읍시다.”
그 이후 김소현은 마치 무슨 지지를 받는 것처럼 회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온갖 얄미운 행동을 했다.
여직원이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을 보고는 잔소리를 했다.
“여자가 어떻게 그렇게 비싼 배달 음식을 먹어요? 회사에서 월급을 너무 많이 주는 것 아닌가요? 대표님께 감봉을 건의해야겠어요.”
내가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사비로 밀크티를 사줬더니 김소현은 나를 비난했다.
“야근은 직원으로서 당연한 의무인데 뭐가 힘들다고 그래요? 그리고 여자는 근검절약해야죠. 전무님도 이렇게 강 대표님 돈을 함부로 쓰는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나는 여러 번 강유민에게 그녀의 만행을 고발했지만 그는 그저 웃어넘길 뿐이었다.
“소현 씨도 그냥 회사를 위해서잖아.”
내 생각에는 회사를 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모님이라도 된 줄 착각하는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가 강유민은 은연중에 김소현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마 그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비슷한 출신 배경 때문인지, 강유민은 그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추석 연휴 며칠 전, 모두 휴가 계획으로 들떠 있었다.
“저는 남은 연차랑 추석 연휴를 합쳐서 해외에 있는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갈 거예요.”
수미는 남자 친구를 만날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힘든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그녀에게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저는 부모님이 고향에서 올라오셔서 근교로 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저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디즈니랜드에 갈 생각이에요. 아들에게 약속했거든요. 요즘 매일 디즈니랜드 노래를 부르고 있답니다.”
다들 즐겁게 이야기꽃을 피웠고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하지만 꼭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있었다.
김소현은 굳은 얼굴로 모두를 흘겨보더니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닙니다! 추석 연휴는 실적을 올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모두 무급으로 야근하며 회사에 헌신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소현의 말이 끝나자 사무실은 2초간 조용해졌다가 곧 여기저기서 비난이 쏟아졌다.
“무슨 소리야? 네가 뭔데 야근을 하라 마라야?”
“그래, 하고 싶으면 너 혼자 해. 우리는 끌어들이지 말고!”
“지가 사모님이라도 되는 줄 아나? 전무님도 여기 계시는데 네가 뭔데 나서?”
김소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붉어졌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저도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요. 여러분은 너무 배은망덕하네요. 회사가 여러분을 키워주는 게 얼마나 힘든데. 어떻게 하나같이 놀 생각만 할 수 있어요!”
나는 참을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가서 따지듯 말했다.
“소현 씨는 그저 인턴일 뿐이니 직원들 야근에 간섭할 자격 없어. 네 일이나 제대로 해.”
그녀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저는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나는 진짜 한 대 때리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직원들을 진정시키며 정상적으로 휴가를 보내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제야 일이 잠시 수그러들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김소현은 또 사고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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