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의 역설제3화
이 화는 약 1808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추석 연휴에 차질이 없도록 팀 전체는 야근하며 마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다 끝나갈 무렵, 갑자기 정전이 되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거야? 내 기획안! 아직 저장도 못 했는데!”
“빨리 두꺼비집 확인해 봐!”
사무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때 김소현이 느긋하게 걸어오더니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회사 전기세가 공짜인 줄 아세요? 자기 일도 제대로 못 끝내는 건 능력 부족인 거니까 집에 가서 일을 마무리하던가요. 사무실에서 회사 전기를 함부로 쓰는 거에 대해 나는 전기를 끊을 권리가 있어요! 흥, 이런 습관은 고쳐야죠! 에어컨, 컴퓨터, 휴대폰 충전까지 상업용 전기가 얼마나 비싼지 아세요?”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책상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김소현, 너 미쳤어? 내가 너 진짜 많이 참았어! 회사가 이 정도 전기세를 아까워하는 줄 알아? 네가 전원 내리는 바람에 우리가 며칠 밤낮으로 고생한 게 다 날아갔잖아! 너 도대체 뭐 하는 거야? 회사가 널 왜 뽑았는지 모르겠다! 당장 꺼져!”
다른 직원들도 화를 내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진짜 어이없네. 지가 뭔데?”
김소현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저는 대표님이 직접 뽑았으니 전무님은 날 해고할 자격이 없어요.”
곁눈질로 강유민이 오는 것이 보이자 그녀는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그냥 다들 전기 낭비하는 게 안타까워서... 저는 도시 사람들처럼 풍족하게 살지 못했고 어려서부터 가난하게 자라서 여러분처럼 부유하게 살지 못했어요. 여러분은 태어날 때부터...”
그녀는 또 불쌍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강유민은 나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현 씨는 너무 절약하는 습관이 있어서 그래. 가정 형편이 어려우니 이해해 줘! 직원들도 다 보고 있는데 너무 민망하게 굴지 말고.”
그가 김소현의 편을 드는 말에 나는 차갑게 말했다.
“웃기시네. 쟤가 힘든 게 내 탓도 아닌데 왜 내가 이해해야 해!”
강유민은 내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정색했다.
“윤아야, 너 너무 심하잖아. 소현 씨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고 회사 전기를 아끼려고 한 거잖아. 좋은 의도였는데 방법이 좀 잘못됐을 뿐이지. 소현 씨, 그냥 사과해.”
“전무님, 미안해요. 됐죠?”
김소현은 입으로는 사과했지만 표정에는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오히려 득의양양해 보였다.
“사과 한마디로 끝낼 일이야? 그 가벼운 사과 한마디로 며칠 동안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었는데 이게 말이 되냐고?”
“그럼 어쩌라고?”
강유민은 미간을 문지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저 여자가 나가든가 아니면 내가 나가든가.”
나는 강유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윤아야, 왜 이렇게 빡빡하게 굴어? 소현 씨도 사과했잖아. 이제 그만 좀 해.”
강유민은 얼굴을 굳히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흥. 쟤 잘라버려! 안 자르면 우리 회사 망할 거야! 아들, 이것 좀 봐!”
퍽!
이때 이문희가 부리나케 사무실로 뛰어 들어와 책상 위에 서류 뭉치를 내던졌다.
“엄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이게 뭐예요?”
강유민은 의아해하며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집어 들었다.
이문희는 콧방귀를 뀌며 쏘아붙였다.
“네가 직접 봐! 다 소현이 덕분이다! 안 그랬으면 넌 저 여자한테 계속 속고 있었을 거야! 저 여자가 네 돈을 얼마나 썼는지 똑똑히 봐!”
강유민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김소현은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강 대표님의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피땀 흘려 번 돈인데 함부로 쓰면 안 되죠! 전무님께서 그렇게 낭비하다가는 정말 회사 말아먹어요!”
그녀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영문을 몰라 서류를 뺏어 들고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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