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의 역설제1화
이 화는 약 234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새로 온 인턴은 회사의 이익을 항상 우선시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내가 고객에게 보낼 200만 원짜리 병차를 인터넷에서 2천 원에 무료 배송하는 짝퉁으로 바꿔치기했고 전기 절약을 위해 우리가 야근하며 마감을 맞추고 있을 때 전원을 내렸다.
그리고 대표님께 추석 연휴에도 쉬지 말자고 제안했다.
인턴은 당당하게 말했다.
“회사는 놀이터가 아닙니다! 추석 연휴는 실적을 올릴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무급으로 야근하며 회사에 헌신합시다!”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고 나는 모두를 대변해서 그녀의 제안에 반박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회삿돈을 횡령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사장님께 나를 해고하라고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사장은 그 말에 동의했다.
좋아. 내가 없으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디 두고 보자고.
* * *
“주 전무님, 선물 줄 거면 제대로 된 걸 주시던가요! 나만 괜히 망신당했잖아요! 앞으로 우리 거래는 없었던 걸로 합시다!”
수화기 너머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어리둥절했다.
영문도 모른 채 나는 애써 웃는 얼굴로 달랬다.
“아이고, 유 대표님. 선물에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직원의 실수였어요. 부디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선물은 두 배로 다시 준비해서 보내드릴게요. 우리가 벌써 몇 년이나 거래했는데...”
상대방은 여전히 화가 나 있었고 큰소리로 내 말을 잘랐다.
“주 전무님이 분명 정품 노반장 보이차라고 해서 투자자한테 선물했는데 그 자리에서 가짜인 걸 바로 알아보시더라고요. 그 바람에 투자도 다 물 건너갔어요! 도대체 내 체면은 어떻게 하고 손해는 누가 책임지려고 이러신 겁니까?”
나는 연신 사과하며 앞으로 이익의 2%를 양보하겠다고 약속해서야 간신히 거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전무님, 고객이 선물을 돌려보냈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수미는 선물 상자를 들고 울먹거리고 있었다.
상자를 열어보는 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나는 노기등등하게 행정실로 가서 선물 상자를 김소현 비서의 책상에 내던지며 따지듯 물었다.
“이 선물 뭐야?”
그러자 적반하장으로 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나에게 소리쳤다.
“주 전무님, 회삿돈을 너무 함부로 쓰시는 거 아니에요? 병차 한 덩이에 200만이 넘다니요. 금덩이로 만든 것도 아니고! 그렇게 비싼 걸 어떻게 모든 고객에게 다 보내요? 이건 내가 인터넷에서 2천 원에 무료 배송으로 산 거예요! 어차피 전무님이 말씀하신 그 차랑 똑같이 생겼고 고객들도 모르고 넘어갈 거예요. 덕분에 회삿돈 수천만 원이나 아꼈잖아요! 수천만 원이라고요! 도대체 전에는 회사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생색내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어이없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분들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고객들이야. 진짜인지 가짜인지 한눈에 알아본다고.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용인데, 가짜를 선물하면 누가 우리랑 계속 거래하겠어? 누가 우리 회사에 프로젝트를 맡기겠냐고?”
나는 화가 나서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김소현은 내 말에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억울하다는 듯 눈을 깜빡이며 한참 만에 말했다.
“저는 회사를 위해서 그런 건데요! 내가 보기에 차는 다 똑같던데...”
말을 마치자 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그녀를 괴롭힌 것처럼 억울한 표정이었다.
“됐어, 윤아야, 그만해. 소현 씨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좋은 마음에 그런 거잖아.”
회사 대표인 강유민은 언제 왔는지 내 뒤에 서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김소현을 향해 있었고 눈빛에는 연민이 어려 있었다.
“강 대표님, 제발 믿어주세요. 전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 전 그냥 회사 경비를 아끼려고...”
김소현은 눈물을 글썽이며 눈을 깜빡였고 마침 눈물 한 방울이 완벽하게 강유민 앞에서 굴러떨어졌다.
강유민의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워졌다.
“됐어. 소현 씨가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 잘 알겠어.”
그러자 울고 있던 김소현은 순식간에 눈물을 거두고 웃더니 곧바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비싼 선물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객들은 우리 회사 실력과 평판을 보고 오는 거잖아요. 전무님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것도 회사 덕분이고요. 회사가 좋은 플랫폼을 제공하니까 고객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거지, 선물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강유민은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겼다. 그럴듯하게 들렸던 모양이었다.
‘회사에 실력이 있다고? 평판이 좋다고? 난 왜 몰랐지?’
고객들은 내가 발품 팔아 만났고 모든 프로젝트도 내가 인맥으로 따온 것이었다.
강유민은 입술을 깨물고 나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은 나를 꿰뚫어 보는 듯했다.
그의 태도에 내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아, 참고로 강유민은 나와 5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였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