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꿈은 돌아오지 않는다제2화
이 화는 약 261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채연의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그녀는 소매 끝을 꽉 움켜쥐었다. 가슴이 산 채로 찢기는 듯한 고통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녀는 두 주먹을 움켜쥔 채 가슴을 세게 두 번 내리쳤고, 끝내 목구멍 깊은 곳에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채연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서지우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채연의 어머니는 병세가 위중했고, 지금도 매일 인삼으로 기력을 보해야 겨우 침상에 누운 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기를 떠난다면 어머니의 막대한 약값을 당장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채연은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때 윤안화가 서지우의 팔을 붙잡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우 오라버니, 저는 이 방이 마음에 듭니다. 꼭 우리 신방으로 쓰고 싶은데 안 됩니까..."
서지우는 다정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된다."
채연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이곳은 그녀와 서지우의 신방이고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두 사람이 함께 꾸몄던 것이었다. 창밖 복숭아나무에 걸린 그네조차 그가 직접 만들어 준 것이었다.
윤안화는 그네에 앉아 도발적인 눈빛으로 말했다.
"지우 오라버니, 제가 여기에서 살면 채연 언니는 괜찮겠습니까?"
서지우의 시선이 채연에게 향했다.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어려 있었다.
"채연, 괜찮겠느냐?"
채연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입술에 핏기가 사라질 때까지 버틴 뒤에야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가 자신의 물건을 정리했다.
하지만 가져갈 물건은 너무 많았다.
화장함 안에는 그가 매달 십 일마다 연지 점포에서 보내오게 한 신상 연지들이 있었다.
옷장 안에는 의복 점포에 신상 의복이 들어올 때마다 그가 먼저 가져오게 해 그녀에게 고르게 한 옷들이 가득했다.
침상 위의 이불과 요조차 매일 그녀의 옷 색에 맞춰 그가 직접 고른 뒤, 시녀들에게 날마다 새것으로 갈게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채연은 그 모든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저 어머니가 곁에서 오래도록 살아 주기만을 바랐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그의 모든 결정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결국 채연은 옷 몇 벌만 챙겨 별채로 옮겨 갔다.
별채는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먼지가 가득했다. 시녀들은 혼례 준비로 바빴고, 채연은 혼자 정리하다가 어느새 동이 틀 때가 되었다.
채연이 눕기도 전에 문밖에서 하인이 찾아와 알렸다.
"마마, 세자 저하께서 부르십니다."
채연은 옷을 갈아입을 겨를도 없이 먼지투성이인 채 서둘러 안방으로 향했다.
마침, 맞은편에서 서지우가 걸어왔고, 그의 뒤에는 윤안화가 따라오고 있었다.
채연은 살짝 몸을 숙였다.
"서방님, 어찌 부르셨습니까?"
"가서 찻잎을 좀 따 오너라. 싹 하나에 잎 하나만 붙은 여린 새순으로 가져와 녹차떡을 만들거라."
"서방님께서는 녹차떡을 좋아하지 않으셨잖습니까?"
윤안화가 채연의 손을 잡았다.
"다 제 탓입니다. 아침에 녹차떡을 먹고 싶다고 했더니 오라버니께서 언니가 만들 줄 안다고 해서..."
"마마!"
저택 문이 열리기도 전에 누군가 거칠게 문을 두드리며 윤안화의 말을 끊었다.
서지우가 손짓하자 저택 문이 열렸다. 그러자 밖에서 하인 한 명이 굴러서 들어왔다.
그 하인은 바닥에서 몇 바퀴나 구른 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황급히 채연을 찾았다.
서지우가 호통쳤다.
"그게 무슨 추태냐?"
하인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다시 무릎을 꿇었다. 서지우의 싸늘한 표정에 겁을 먹은 그는 몸을 떨며 말을 더듬었다.
"세자 저하, 노부인께서... 몸이 조금 편찮으십니다."
채연은 급히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는 늘 자신이 세자부(世子府)에서 의지할 곳 없이 힘들게 지낼까 봐 걱정하셨다. 그래서 한 번도 무리해서 부탁을 하신 적이 없었고, 이렇게 이른 시간에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하신 적도 없었다.'
채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서방님, 제가 먼저 어머니를 뵙고 오겠습니다."
윤안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목소리에는 서운함이 묻어났다.
"채연 언니 말씀이 맞습니다. 어르신의 병환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한 번 찾아뵙는 것만으로 나으실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저는 이 나이가 되도록 녹차떡 한 번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비가 계속 내릴 테니, 이십 년을 먹고 싶어 했던 것인데 일 년쯤 더 기다리면 됩니다."
그 말을 들은 서지우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약을 가져가던 하인을 막아 세웠다. 그러고는 약을 한 숟갈씩 떠냈다가 다시 그릇 안에 부으며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네가 의원도 아니지 않느냐? 병을 치료하는 것이라면 이 약이 훨씬 도움 될 것이다."
채연은 가슴이 철렁한 채 그 숟가락을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그의 손이 조금만 떨려 이 탕약을 엎기라도 하면, 다시 약을 달이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어머니는 죽는 것보다 못한 고통을 견뎌야 했다.
서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서늘한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이미 이 년 넘게 병상에서 누워 지냈는데, 한 시진(時辰)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것이 있느냐?"
"가서 찻잎을 따 오너라!"
채연은 서지우가 막아 둔 그 탕약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어찌 한 그릇의 약일 뿐이겠는가? 그것은 분명 어머니의 생명줄이었다!'
서지우는 어머니의 목숨을 빌미로 당장 윤안화에게 녹차떡을 만들라고 그녀를 협박하고 있었다.
채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을 꽉 움켜쥔 그녀는 하인이 건넨 대광주리를 받아 들고, 곧장 골목 모퉁이 너머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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