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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 찾아온 복수와 사랑제2화

이 화는 약 3331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심동현을 다시 만난 건 한 달이 지난 후였다.

먼저 나를 찾아온 사람은 고나연이었다.

그녀는 TV에서나 볼 법한 명품 옷을 차려입고 내 앞에 서서 거만하게 물었다.

“당신이 동현 씨를 1년 동안 돌봤다는 여자인가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동현 씨라뇨?”

고나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짜증스럽게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말했다.

“철수 말이에요.”

‘철수...'

겨우 가라앉았던 내 마음이 다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다급하게 고나연의 팔을 붙잡고 심동현이 어디 있는지 알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고나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두 경호원이 나를 붙잡아 끌어냈다.

고나연은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모래사장에 박힌 하이힐을 빼냈다.

“당신이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동현 씨의 행방을 묻는 거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는 동현 씨의 여자친구예요.”

고나연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우스운 농담을 들은 듯 비웃으며, 뒤에 있는 차를 향해 교태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동현 씨, 이 여자가 당신 여자친구라네요.”

밤낮으로 그리워하던 그 남자가 고급 차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는 정장 차림에 고급 가죽 구두를 신은 채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걸었다.

한때 햇볕에 그을렸던 피부는 점차 본래의 빛을 되찾았고, 타고난 귀족적인 분위기는 소박한 어촌과 어울리지 않았다.

심동현은 눈썹을 찌푸린 채 경호원들에게 붙잡힌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냄새나는 생선 장수에 불과한데, 어떻게 감히 나와 어울릴 수 있겠어?”

나는 순간 멍해졌다. 심동현의 말이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심장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심동현이 나를 비린내 나는 생선 장수라고 했다. 누구라도 그런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심동현만큼은 절대 그래서는 안 됐다.

바로 내가 할머니와 함께 그 생선을 팔아 번 돈으로 그의 병을 치료해줬기 때문이다.

그 돈 덕분에 심동현이 아무런 문제 없이 부귀영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심동현, 너가 어떻게 감히 내가 생선 장수라는 걸 비웃을 수 있지?’

경호원들이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모래사장에 주저앉았다. 바람과 모래가 얼굴을 때려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심동현은 쪼그려 앉아 초라해진 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잔인했다.

심동현은 헛된 꿈은 접으라며, 우리는 결코 같은 세상의 사람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는 심동현의 말을 듣자 오히려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제 이 남자가 더 이상 내가 돌봐주던 그 철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가. 그 1년은 배은망덕한 사람을 돌봐준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겠어.”

심동현의 몸이 흔들리더니 쪼그리고 앉아있던 자세가 앞으로 기울이자 급히 모래사장에 손을 짚어 간신히 중심을 잡았다. 그러고는 일어서서 살짝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하지만 없는 편이 서로 좋을 거야.”

나는 두 손가락으로 그 명함을 집어 들었다.

‘심성그룹 사장이라... 흥, 정말 대단한 자리네.’

나는 가볍게 손을 놓았고, 그 얇은 명함은 바닷바람에 휘날려 멀리 떨어졌다.

명함은 순식간에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심동현의 짙은 눈썹이 찌푸려졌고, 주먹 쥔 두 손이 몸 옆에서 떨렸다.

나는 태연한 척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두 줄기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심동현, 차라리 너를 한 번도 만난 적 없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일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절망적인 소식이 갑자기 찾아왔다.

할머니께서 갑작스럽게 심장병으로 입원하셨고, 나는 시급히 할머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심동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심동현이 나에게 진 빚은 단순한 감정의 빚이 아닌, 실제 3,000만 원이었다.

병상에 누워 점점 쇠약해져 가는 할머니를 보며, 나는 그날의 도도했던 태도를 후회하며 자책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접고 S시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낮으로 심성그룹 건물 앞을 지키며 기다렸다.

마침내 어느 날, 검은색 차가 조용히 내 앞에 멈춰 섰다.

심동현의 낯익은 얼굴이 차창 너머로 드러났다.

나는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모습으로, 마치 제정신이 아닌 사람처럼 심동현을 향해 달려갔다.

다행히도 심동현이 나를 알아보았기에, 경비원들은 나를 거지라고 여기며 끌고 가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듯이 심동현의 손을 붙잡았다. 이별할 때 보였던 오만한 태도는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사장님, 제발 당시 치료비로 썼던 3,000만 원만 돌려주세요.”

심동현은 양손을 정장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서수아, 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가 그저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란 말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심동현은 갑자기 내 손목을 붙잡고 사무실 건물 안으로 거칠게 끌고 들어갔다.

“넌 나와의 관계를 이렇게 급하게 정리하고 싶은 거야?”

나는 심동현의 갑작스러운 분노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동현의 현재 재력으로는 3,000만 원을 돌려주는 것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나는 그저 작은 어촌의 어부일 뿐인데, 나와 이렇게까지 돈 계산을 따져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심동현과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귀찮은 일을 가장 참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내가 갑자기 찾아온 것을 보고 자신에게 계속 매달리려 한다고 오해한 듯했다.

그래서 나는 심동현에게 말했다.

“저는 제 돈 3,000만 원만 돌려받길 원해요. 돈을 받는 즉시 당신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요.”

심동현은 오만한 태도로 나를 벽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서수아, 헛된 꿈은 꾸지도 마.”

“네가 내 병을 치료하려고 돈을 쓴 건 네 자발적인 선물이었어. 내가 너한테 진 빚이 아니라고.”

“지금 내가 돌려주기 싫다고 해도 네가 나한테 어떻게 할 수 없어.”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때 순수하고 소박했던 철수가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니었고, 자존심을 내세울 여유도 없었다.

할머니의 위독한 상태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로비의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심동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발 돈을 돌려주세요. 할머니의 병원비로 꼭 필요한 돈이에요.”

심동현은 무의식적으로 나를 일으키려 했으나, 내 말을 듣자마자 그의 눈빛이 깊은 실망감으로 변했다.

“서수아, 내가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할머니에 대한 거짓말까지 지어내?”

나는 심동현의 바지 끝자락을 붙잡고 간절히 애원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믿지 못하시겠으면 직접 확인해 보세요. 할머니께서 정말 쓰러지셨어요.”

“그만!”

심동현이 갑자기 내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 집 가정부로 일해줘. 월급은 300만 원이야. 선택은 네 몫이다.”

나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결국 심동현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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