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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워온 재벌 후계자를 버리기로 했다제2화

이 화는 약 282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김소아는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에서 구급상자를 찾아서 상처를 소독하고 약을 바른 뒤 붕대까지 감았다.

화상을 입은 손은 따끔하면서 욱신거렸다.

계단을 오르려던 순간, 거실 한쪽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들어왔다.

서준우가 기억을 되찾은 뒤 사 온 피아노였다.

자신이 직접 가르쳐 주겠다던 말도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피아노 덮개에는 먼지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의 관계도 그 피아노처럼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김소아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방으로 들어가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옷과 신분증, 카드까지 하나씩 정리했다.

손길은 느렸다.

하나씩 정리할 때마다 지난날과 작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창 짐을 싸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서준우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펼쳐진 캐리어를 본 서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해?”

“짐 싸.”

김소아는 담담히 대답하며 계속 옷을 갰다.

서준우가 인상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은은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

오늘 임지연에게서 맡았던 향이었다.

서준우가 갑자기 김소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힘이 너무 강해서 김소아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오늘 지연이랑 밥 좀 먹었다고 집을 나가겠다는 거야?”

목소리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당신이 사람까지 다치게 해 놓아도 지연이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그런데 당신이 먼저 화를 내?”

김소아는 말없이 서준우를 바라봤다.

서준우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우리 집안이랑 지연이네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야. 지연이도 이제 막 돌아왔고, 부모님도 나한테 잘 챙겨 달라고 하셨어.”

잠시 말을 멈춘 서준우가 미간을 더 찌푸렸다.

“당신도 이제 철 좀 들면 안 돼?”

‘철들라니?’

그 말이 가슴 깊숙이 박혔다.

김소아는 들고 있던 옷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은 자리를 비켜 주려고 이렇게 짐까지 싸고 있는데.

대체 여기서 뭘 더 해야 철이 드는 걸까?

“대답해.”

서준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김소아는 말없이 몸을 돌리면서 다시 짐을 쌌다.

그 침묵에 서준우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래. 언제까지 이러나 두고 보자.”

서준우는 그대로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묻이 닫히는 큰 소리에 김소아의 가슴이 순간 움찔했다.

다음 날 아침.

김소아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임지연이 거실에 앉아 서준우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은 흰색 원피스를 입고 화장도 단정하게 한 모습이었다.

청순하면서도 우아한 분위기였다.

김소아를 발견한 임지연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환하게 웃었다.

“소아 씨, 일어났어요?”

이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덧붙였다.

“부모님이 오늘 자선 경매에 꼭 준우 씨랑 같이 가라고 하셔서요. 괜히 오해하지 마세요.”

김소아는 서준우를 바라봤다.

서준우는 고개를 숙인 채 커프스단추만 만지고 있었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해 안 해요.”

김소아가 조용히 말했다.

“두 분 일은 저랑 상관없으니까요.”

커프스단추를 만지던 서준우의 손이 순간 멈칫하면서, 미간이 더 깊이 일그러졌다.

뭔가 말하려던 순간 임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소아 씨도 같이 갈래요? 어차피 오늘 별일 없잖아요.”

김소아가 거절할 틈도 없이 임지연이 다정하게 팔짱을 꼈다.

결국 김소아도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자선 경매장은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로 가득했다.

앞줄에 앉은 서준우는 무심한 얼굴로 입찰 번호판을 들었다.

보석과 명품 시계가 하나씩 낙찰될 때마다 별 관심도 없다는 듯 옆에 앉은 임지연에게 건넸다.

임지연은 온화하게 웃으며 때때로 서준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을 했다.

누가 봐도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

“준우 씨.”

임지연이 배려하는 척 물었다.

“소아 씨 것도 좀 사 줄래?”

서준우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됐어. 소아는 이런 거 안 써.”

임지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서준우가 보지 못하는 틈에 김소아를 향해 보란 듯이 웃었다.

김소아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손끝으로 경매 책자만 천천히 쓸었다.

‘안 쓰는 걸까?’

‘아니면 내게는 이런 물건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걸까?’

서준우의 눈에는 여전히 자신이 가난한 동네에서 살아온 여자일지도 몰랐다.

지금 자신의 곁에 있다고 해도 이런 값비싼 물건까지 가질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조금만 지나면 두 사람은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될 테니까.

김소아는 구석에 앉아서 조용히 경매를 지켜봤다.

서준우가 임지연을 위해 거액을 쓰는 모습도, 두 사람이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다정하게 붙어 있는 모습도 담담히 바라봤다.

이제는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들의 일을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마지막 경매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취 팔찌였다.

김소아는 순간 숨을 멈췄다.

손에도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건 바로 할머니의 유품이었다.

3년 전.

서준우는 김소아의 생일 선물을 사 주겠다며 공사장에서 일하다 추락했다.

자칫 목숨까지 잃을 뻔한 큰 사고였다.

수술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었던 김소아는 결국 할머니가 유일하게 남겨 준 팔찌를 팔았다.

나중에 돈을 모아서 다시 찾아갔지만, 팔찌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팔린 뒤였다.

시내의 골동품 가게를 샅샅이 뒤졌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그 팔찌가 지금 눈앞에 있었다.

김소아는 반사적으로 입찰 번호판을 들었다.

“2억 원.”

임지연이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러다 가볍게 웃으며 번호판을 들었다.

“6억 원.”

“8억 원.”

“10억 원.”

가격은 계속 올라갔다.

몇 차례 입찰이 오가자 서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김소아와 임지연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리고 최고가로 입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사람이 얼마를 부르든 그보다 높은 금액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잠시 뒤 경매사가 낙찰봉을 내리쳤다.

“축하드립니다, 서준우 님!”

장내가 술렁이는 가운데 서준우가 임지연을 바라봤다.

“지연아, 마음에 든다면 가져.”

김소아의 손에서 입찰 번호판이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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