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두 손으로 빚은 복수의 맛제2화
이 화는 약 1951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현우가 디저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그저 '디저트 왕자'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이 필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가로막지 못하고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그녀에게 입은 은혜를 갚는 셈 치자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하지만 나는 너무 천진했다. 내가 물러나기만 하면 채원이 나를 놓아줄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내 디저트에 중독성 물질을 넣었다는 누명을 씌웠고, 할아버지의 백 년 전통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미친 듯이 채원에게 따져 물었을 때, 그녀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너는 재능도 있고 가문의 비법도 있으니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잖아. 하지만 현우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그를 위해 모든 장애물을 치워줘야 해.”
“미안해 시우야. 이건 내가 그에게 진 빚이야. 내 남은 생을 다 바쳐서라도 너한테 보답할게.”
그녀는 나를 지하실에 가두었고, 대회가 열릴 때마다 나를 끌어내어 사람들의 욕설을 받으며 현우에게 패배하게 만들었다.
송채원, 당신이 그에게 진 빚을 내가 당신에게 갚고 있는 거군.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걸로 우린 정말 끝이야.
나는 눈을 감고 다가올 고통을 기다렸다. 맞은편 조리대에 선 현우와 나의 모습이 대비되었다. 사회자의 시작 선언과 함께 현우는 능숙하게 달걀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미동도 없이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객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저 자식 뭐야, 할 줄 모르는 거야?”
“99번이나 지고 또 기어 나오다니, 예전 명성도 다 사기였나 보네!”
“할 줄 모르면 당장 꺼져!”
가장 가까이 있던 채원이 짜증 섞인 걸음으로 다가와 목소리를 낮췄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시작 안 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나… 이제 손이 없어. 그런데도 날 놓아주지 않을 셈이야?”
채원은 마치 세상에서 가장 어이없는 농담을 들은 것처럼 비웃었다.
“한시우, 적당히 좀 해. 3년 동안 내 별장 지하에서 대접받으며 살았잖아. 내가 집사한테 네 손 관리 특별히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그때 현우가 끼어들었다.
“채원아, 너무 몰아세우지 마. 아마 내가 자기 스포트라이트를 뺏어서 화가 난 모양이야. 차라리 내가 기권하는 게 낫겠어.”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앞치마를 벗으려는 시늉을 했다. 관중들은 분노하며 나를 향해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실시간 중계창의 댓글도 온통 나에 대한 욕설로 도배되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손이 없다. 손이 없는데 어떻게 디저트를 만든단 말인가. 억울함에 소매를 걷어 증명하려던 찰나, 현우가 내 잘린 팔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은밀하게 힘을 주며 속삭였다.
“시우야, 네 손은 이렇게 멀쩡한데 왜 핑계를 대니?”
독기 어린 현우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내 손을 자른 장본인이 바로 저놈인데, 어떻게 저런 낯짝으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채원의 매서운 손바닥이 내 뺨을 때렸다.
“한 번만 더 수작 부리면 할아버지의 레시피 노트를 공개해 버릴 줄 알아. 당장 제대로 경기 시작해!”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할아버지의 레시피 노트. 할아버지가 평생에 걸쳐 한 자 한 자 기록하신, 우리 집안의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보물. 채원이 그걸 훔쳐 현우에게 넘겼다는 사실에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송채원… 할아버지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셨는데… 어떻게 할아버지를 이용해서 나를 협박할 수 있어?”
채원은 조금 죄책감을 느낀 듯 시선을 피했다.
“감정에 호소하지 마. 승부의 세계에 사적인 감정은 사치야. 난 언제나 공정하니까.”
공정하다고? 가소로운 소리다. 그녀는 그저 내가 사람들 앞에서 다시 한번 현우에게 처참히 짓밟히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이번 대회는 국제적인 명성이 걸린, 역대 가장 권위 있는 상이 걸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할아버지의 레시피 없이는 이길 방도가 없었다. 복수하고 싶다는 분노와 할아버지의 유산이 더럽혀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뒤섞였다.
“제발… 알았어, 할게. 하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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