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잘린 두 손으로 빚은 복수의 맛 · 제1화설정≡

잘린 두 손으로 빚은 복수의 맛제1화

이 화는 약 230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디저트 경연 대회의 화려한 조명 아래, 나는 할아버지의 비법이 담긴 레시피로 가문의 명예를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믿었던 연인의 소꿉친구는 내 디저트에 양귀비 껍질을 넣었다며 나를 모함했다. 결백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나를 집 안에 가둔 건 다름 아닌 내 여자친구였다.

그녀는 나를 품에 안고 한참을 울며 사랑한다고, 이 일이 끝나면 꼭 결혼하겠다고 속삭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내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

“미안해, 시우야. 현우한테는 이 우승 트로피가 너무 간절해. 딱 한 번만, 이번 한 번만 양보하자. 다음에 내가 꼭 네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울게.”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현우는 트로피를 차지했고, 우리 집안이 대대로 지켜온 디저트 명가는 하루아침에 파렴치한 범죄자 집단으로 낙인찍혀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벌써 아흔아홉 번째였다. 그녀는 그놈을 위해 내게 속해야 할 모든 것을 빼앗아 갔고, 나를 업계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마침내 현우가 원하는 모든 것을 손에 넣자, 채원은 더 이상 나의 대회 출전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우승하면 자기들의 결혼식에 쓸 답례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달라는 잔인한 부탁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녀는 아마 영원히 모를 것이다. 내 두 손이 이미 그놈의 손에 의해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 * *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 디저트의 거장 한상열 명장의 손자 한시우 아니야? 몰골이 왜 저래?”

“쯧쯧, 어디 중병이라도 걸린 사람 같네. 이건 세계적인 디저트 대회인데, 나와서 망신만 당하는 거 아냐?”

사람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 속에서, 나는 두 명의 경호원에게 붙들린 채 송채원 앞에 내동댕이쳐졌다. 채원은 체면이 구겨진 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가문의 비법을 보여줄 기회를 줬더니, 고작 이런 동정표나 구걸하는 꼴이라니. 정말 은혜를 모르는구나!”

“게다가 넌 지금 마약 성분 사건으로 이미지가 바닥이잖아. 오늘이 네 명예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니까, 허튼짓 말고 제대로 준비해.”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내 곁에 서 있던 이현우가 이때다 싶어 불을 지폈다.

“채원아, 시우가 아직 나한테 화가 난 모양이야. 하긴, 지난 99번의 대결에서 내가 다 이겨버렸으니까… 차라리 내가 기권할까?”

그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으로 채원을 바라봤다. 채원은 안쓰러움이 가득한 얼굴로, 내가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다정한 손길로 그를 달랬다.

“자기야, 울지마. 그 영광은 원래 네 것이었어. 네가 있는 한, 시우는 평생 네 발치에도 못 올 테니까.”

주변 기자들과 현우의 팬들도 거들기 시작했다.

“한시우도 참 끈질기네. 이현우한테 99번이나 졌으면 나 같으면 쪽팔려서 진작 접었겠다.”

“듣기로는 할아버지 비법도 원래 이현우네 집 거 훔친 거라며? 게다가 송 대표님이랑 이현우 사이를 갈라놓으려던 불륜남이라던데, 집안 자체가 아주 가관이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격렬하게 떨려왔다. 나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왜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까지 모독하는 걸까. 할아버지는 평생을 디저트 연구에 바쳐 겨우 명성을 쌓으셨고, 생전에는 늘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돕던 천사 같은 분이셨다. 그런데 왜 돌아가신 뒤에 이런 더러운 누명을 써야 한단 말인가.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나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우리 할아버지는 남의 비법을 훔친 적이 없습니다. 우리 집안의 모든 레시피는 할아버지의 순수한 창작물입니다!”

하지만 현장 관중들은 코웃음을 치며 야유를 보낼 뿐이었다. 나는 억울함에 젖은 눈으로 채원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채원은 오히려 혐오스럽다는 듯 뒤로 물러섰다.

“네 집안 명성이 더러워진 걸 왜 나보고 책임지라는 거야? 억울하면 실력으로 증명해 보든가.”

스태프들에게 떠밀려 조리대 앞에 섰다. 눈앞의 반짝이는 도구들을 보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이곳은 나에게 가장 익숙한 곳이자 사명감과 영광의 장소였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고통스러운 기억의 파편일 뿐이다.

한때는 채원도 나를 목숨처럼 사랑했다. 내가 만든 디저트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며,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고 수줍게 웃던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나를 지하실에 가두고, 현우의 들러리로 세웠다. 아흔아홉 번째로 현우에게 져달라는 요구를 받았을 때, 나는 결연히 거절했다.

그때 채원은 슬픔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애원했다.

“시우야, 파티시에가 되는 건 현우의 평생 꿈이야. 제발 그와 다투지 마. 이번 한 번만, 응?”

“너한테는 내가 있잖아. 난 평생 너만 사랑할 거야. 하지만 현우는 나를 구하려다 모든 걸 잃었어. 그 사람의 커리어까지 망가지는 건 도저히 못 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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