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의 자유제2화
이 화는 약 250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준혁은 모든 이야기를 마친 후, 방 문을 닫고 나갔다. 그의 뒤를 이어, 거실에서 정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밥은 왜 또 안 하신 거야. 또 나가서 먹어야 되네. 어머니 진짜 너무 게으르신 거 아니야?”
준혁이가 작은 목소리로 정아를 달래자 곧 조용해졌다. 그들은 출근을 했다.
그러나 곧이어, 근처에서 서정국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정말 편안하게 자고 있었다.
그런데 왜?
왜 내가 모든 집안일을 해야 하는 걸까?
내가 팔을 다친 바람에 밥을 못 했을 뿐인데 왜 게으르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데, 그 누구 하나 내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 걸까?
갑자기 너무 지쳐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귀 옆에서 들리는 서정국의 코 고는 소리와 머릿속에서 맴도는 오늘 해야 할 일들.
마치 40도가 넘는 더위 속에, 밀폐된 방 안에 갇혀 숨을 쉴 수 없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일어났다.
힘겹게 옷을 갈아입고, 준우를 깨우기 위해 방으로 갔다.
준우는 유난히 깊게 자는 아이였다.
한참을 불러야 겨우 일어났지만, 시간이 다 돼 가고 있었다.
내가 수건을 적셔 준우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지만, 준우는 화를 내며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째려보았다.
“만지지 마요! 전 할머니 싫어요!”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다가갔지만, 준우의 반응은 더욱 거세졌다.
“썩을 노인네! 할머니는 그냥 우리 집 보모에요! 보모면서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예요! 내가 아빠한테 할머니를 쫓아내라고 할 거예요! 할머니 말고 다른 보모로 바꿀 거예요!”
손자의 터무니없는 말에, 내 마음속에서 쌓아 온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눈물이 나려고 했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내가 이렇게 많은 걸 바쳤는데, 이 집엔 나를 진심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젊었을 때 일을 하면서 시부모와 남편을 챙기고, 하루 세 끼 밥을 짓고 빨래하고 시부모 옆에서 효도도 하며 아이까지 키웠다.
나는 몇 번이고 팔이 여덟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바쁘게 살았다.
퇴직하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나이가 들어 퇴직을 했지만, 여전히 집안일은 나의 몫이다.
밥을 하고 빨래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느라, 나만의 시간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더 이상 계산하거나 불평하고 싶지 않았다. 가끔 손해를 보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저 이 집이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내 가족들은 왜 이걸 당연하게 여기는 걸까?
난 마음이 무거웠고 눈을 감고 다시 생각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밖에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어야겠어.’
‘계속 이렇게 살면 답답해 미쳐 버릴지도 몰라.’
나는 더 이상 손자를 깨워 학교에 보내는 거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방을 나서며, 여전히 자고 있는 남편에게 소리쳤다.
“서정국! 서정국! 일어나서 손자 학교에 데려다줘. 나는 해야 할 일이 있어.”
나는 할 일을 남겨두고,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친구에게 가서 이야기를 좀 해야겠다. 나는 누구에게라도 내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내 친구, 김미정의 남편은 이미 세상을 떴고, 아들과 며느리는 따로 살아서 나보다 훨씬 자유롭게 살고 있었다.
미정은 나를 만나자마자 내 다친 팔을 보고 놀라서 몇 번이나 괜찮은지 확인했다.
“정말 괜찮은 거야? 고작 며칠 못 봤을 뿐인데 왜 이렇게 다치고 온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미정의 한마디에 난 눈물이 글썽였다. 그녀는 내가 교통사고를 당한 후 처음으로 나를 걱정해 준 사람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삼키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어제 살짝 긁힌 거야, 괜찮아. 병원에도 다녀왔어.”
미정은 내게 손을 내밀어 안아줬다.
“조심했어야지. 우리는 이제 60세에 가까운 나이야, 팔과 다리를 잘못 다쳤다가는 큰일이야.”
“근데 정말 입원하지 않아도 돼?”
나는 고개를 저으며 어젯밤 상황을 이야기했다.
내 말을 들은 미정은 내 손을 잡고는 화가 나서 한바탕 말을 쏟아냈다.
“이 개자식들! 네 가족들은 정말 인간도 아니야! 네 퇴직금은 매달 200만 원이 넘는데, 다 자기들이 써버리고, 널 보모 취급이나 해? 내가 너였다면 벌써 집을 나갔을 거야!”
“내가 보기엔, 너 진작에 보모 짓 때려치워야 했어. 너는 그 자식들한테 아무리 잘해줘 봤자, 널 안중에 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잖아! 이제라도 정신 좀 차리고 상황을 바꿔야 해!”
미정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난 그제야 과거의 일들이 떠오르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정은 내가 눈물을 흘리자 날 힘들게 만들었던 놈들을 욕하며 날 위로해 주었다.
내 마음은 그녀의 위로해 주는 말을 듣고 조금 나아졌다.
“요 며칠 내 집에서 지내! 절대 돌아가지 마! 내가 잘 돌봐줄 테니 여기서 푹 쉬고, 다 나아서 가! 이 상처는 더 이상 건드리지 말아야 해!”
미정은 나를 다독이며, 곧바로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러곤, 나를 위해 삼계탕을 끓여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이렇게나마 마음이 편해지니, 정말 오랜만에 마음이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그렇게 따뜻한 마음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준혁에게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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