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 · 제2화설정≡

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제2화

이 화는 약 194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비밀? 그렇다면 사실이라는 거네요? 호텔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했는데 기억이 전혀 없다니... 설마 납치라도 된 건가? 지혜 씨, 혹시 증인으로 경찰서에 같이 가주시면 안 돼요? 범인을 고소할 생각이에요.”

내 말에 고개를 숙이고 분위기를 살피던 직원들이 갑자기 눈빛이 반짝거렸다.

심지어 모니터 뒤에서 몸을 웅크리고 몰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순간 싸해진 분위기에 임지혜는 당황한 듯 진지한 얼굴로 사과하기 시작했다.

“세린 씨, 방금 했던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일개 비서의 헛소리는 무시하고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길 바랄게요.”

그러고 나서 능청스럽게 따귀를 때리는 시늉까지 하면서 중얼거렸다.

“제가 사과도 했는데 굳이 사소한 일로 물고 늘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남편 정시호가 옆에서 맞장구를 치며 용서를 유도했다.

“맞아요. 지혜는 그저 소소한 가십거리를 얘기하면서 시간 때우기를 좋아할 뿐이지, 악의가 있는 건 아니니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나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빠져나갈 생각인가?

하지만 이런 루머를 듣고도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고작 가십거리를 운운하며 내가 받은 상처를 무마시키려 하다니? 어림도 없지!

이내 이달의 우수사원 포스터를 떼어내자 사진에 ‘걸레’라는 두 글자를 대문짝만하게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임지혜는 제 발이 저린 듯 차마 쳐다보지도 못했다.

“지혜 씨가 거짓말할 리 없죠. 이제 다들 내가 성폭행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범인을 모조리 잡아낼 때까지 증언해줘야 해요. 아니면 회사의 다른 여직원이 봉변당할지도 몰라요.”

“이 주둥아리가 방정이네요. 함부로 헛소문을 퍼뜨려서 미안해요. 지역 담당자로서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굳이 이런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있나요?”

정시호도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세린 씨, 나중에 낙서한 범인을 찾아내면 제대로 혼쭐 내줄게요. 다들 일해야 하니까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게 어때요?”

나는 가식적인 부부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건 본인 생각이고, 저한테까지 강요하지 마세요.”

임지혜는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뭘 원하는 거죠?”

“비록 지혜 씨가 헛소문을 퍼뜨렸다고 인정했지만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오늘 내 사진에 낙서할 정도면 나중에 면전에서 욕하고 심지어 손찌검까지 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혹시라도 컨디션 난조로 회사 매출에 영향을 주면 안 되니까 내일 모든 직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정신적 피해 보상금도 물어줘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지혜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최고 매출을 달성한 실적을 봐서 여태껏 참아줬더니 감히 대표님으로 날 협박해요? 이참에 세린 씨가 저지른 추잡한 짓거리를 확 다 불어요?”

정시호의 얼굴도 점점 일그러졌다.

“세린 씨, 지혜가 이미 사과했잖아요. 계속 이렇게 고집을 부리면 내 아내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물고 늘어지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네요.”

부창부수라더니, 마치 피해자인 내가 잘못을 저지른 착각마저 들었다.

나는 일부러 화가 난 척 임지혜를 붙잡고 추궁했다.

“다시 말해서 성폭행당한 게 사실이니까 직원들 앞에서 해명 못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누구를 봤는지, 시간과 장소를 똑똑히 밝혀주세요. 아니면 명예훼손으로 지혜 씨를 고소할 거예요.”

이에 임지혜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출장 다녀와서 오후에 하이트 호텔에 갔잖아요. 지방이라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 기록을 확인했거든요? 내가 모를 줄 알아요? 당시 거래처 사장들이 전부 같은 방에 들어갔잖아요. 결국 몸을 팔아 계약을 따냈으면서 고상한 척하기는!”

임지혜는 경멸이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말을 이어갈수록 정작 남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묵묵부답하는 나를 보자 임지혜의 어깨가 점점 올라갔다.

“나도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세린 씨가 자초한 거예요.”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