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취향에 숨겨진 욕망제3화
이 화는 약 215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난 전생에 대표님과 출장을 같이 간 적이 없었다.
오히려 정시호가 사무용품 거래처 찾으러 지방으로 간다고 대표님을 따라갔었다.
게다가 책상 위에 올려둔 신분증도 마침 그날에 잃어버렸다.
당시 몸이 안 좋아서 병가를 내고 집에 갔다고 입이 아프도록 변명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나중에 회사 단톡방에 올라온 합성된 사진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표님이 나를 부르더니 문란한 사생활은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며 해고를 운운했다.
비록 누군가 헛소문을 지어냈다고 강력히 반발했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일이 없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설령 내가 세린 씨를 믿어준다고 한들 어쩌겠어? 사람들이 문제 있다고 하면 그런 거지. 어쨌거나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원인을 제공했으니까 소문이 생기지 않겠어? 이참에 다른 회사에 가서 착실하게 일이나 해.”
구구절절 나를 위해 하는 소리인 것 같아도 결국에는 해고를 통보한 셈이었기에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하지만 증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바람에 경찰은 직원들한테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게다가 급하게 병가를 냈기에 신청서가 따로 없었고 집에서도 혼자 있었다.
호텔 체크인 기록에 적힌 내 이름을 보며 결백을 증명할 만한 다른 증거를 찾지 못했다.
반면, 남편은 조사하러 집까지 찾아온 경찰을 마주하자 창피한 나머지 쥐구멍이라도 숨을 기세였다.
결국 헛소문을 철석같이 믿고 변호사한테 의뢰해서 합의금 없이 즉시 이혼하기를 원했다.
한밤중에 집에서 쫓겨난 나는 머릿속으로 낮에 경멸 어린 시선으로 손가락질하던 이웃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정신을 딴 데 팔다가 갑자기 돌진하는 트럭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다시 태어난 다음 날 아침, 빅 사이즈 여성복 택배를 수령하는 정시호를 우연히 발견하고 혹시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임지혜가 정확한 시간과 장소를 말하는 순간 제 발 저린 표정을 짓는 정시호를 보자 비로소 깨달았다.
정작 바람 피운 사람은 따로 있지 않은가?
내가 입을 열려는 찰나 정시호는 임지혜의 손을 잡고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여보, 이제 그만해. 세린 씨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안 보여? 실력 있는 영업사원이라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인데 하필이면 세린 씨를 건드려?”
“정시호! 그게 와이프 앞에서 할 소리야? 성격이 물러터졌으니 저런 여자한테 깜빡 속아 넘어가지.”
임지혜는 정시호의 손을 뿌리치며 나를 노려보았다.
“지난 5년 동안 매일같이 야근하고 죽어라 일해도 우수사원과 거리가 멀었는데 고작 몸을 팔아 계약을 따냈다는 이유로 승진하고 연봉이 인상되는 게 납득이 가? 설령 내가 해고당하더라도 여보를 위해 따져야겠어.”
곧이어 탕비실에 있던 직원들이 하나같이 경멸의 눈길을 보냈다.
“맞아요! 대체 왜?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요.”
“그러니까. 안세린이 해고당하면 몰라도, 난 지혜 씨 편이에요!”
“이런 인간과 같은 회사에 있다는 자체가 쪽팔리네요.”
...
맞장구를 쳐주는 사람들 때문에 임지혜는 다시금 의기양양해졌다.
“안세린 씨, 하루라도 빨리 퇴사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전생에 임지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직원들이 내 컴퓨터를 부수고 의기투합해서 신고하는 바람에 회사에서 잘리게 되었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 속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른 다음 콧방귀를 뀌었다.
“증거 있어요?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었어요? 만약 아무것도 없으면 유언비어와 마찬가지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임지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시간이 촉박해서 증거까지 못 남겼지만 프런트 데스크에서 세린 씨 신분증과 체크인 기록을 똑똑히 봤죠. 이제 와서 발뺌해봤자 늦었어요.”
“자, 다들 자리로 돌아가 일이나 하세요. 이런 꼴사나운 쓰레기 같은 여자 때문에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그러고 나서 피식 비웃더니 탕비실을 나서려고 했다.
한편, 구경만 하던 직원들은 내가 실적을 위해 몸까지 팔았다는 가십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는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임지혜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며 고래고래 외쳤다.
“왜 지혜 씨만 빼고 아무도 목격한 사람이 없죠? 당장 경찰서에 같이 가서 신고해요. 이제 와서 잡아떼는 모습을 보니 지혜 씨가 공범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드네요.”
“싫어요. 이 미친 여자가! 얼른 손 놓지 못해요?”
임지혜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때 탕비실 문이 다시 열렸다.
“신고자는 어느 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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