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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집도의의 손을 부순 결과제2화

이 화는 약 183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장덕수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목소리에는 명백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

“성유진, 너 이 병원 처음에 누가 뽑아줬는지 잊었어? 이번에 고개 안 숙이면 연말 전문의 고과 점수, 다른 사람 줄 수밖에 없어.”

“병원의 대의를 위해서 네가 한발 물러서.”

장덕수의 집요한 압박과 도덕적 가스라이팅 아래, 나는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삼십 분 뒤, 나는 다시 복도로 나갔다.

박정숙은 이미 바닥에서 일어나 기세등등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덕수는 비굴한 웃음을 띠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보호자님, 우리 성 선생이 본인의 실수를 깊이 뉘우치고 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병원 측에서 수술 후 관리비 300만 원을 감면해드리기로 했습니다.”

박정숙은 감면 확인서를 낚아채듯 뺏어 들고는 가늘게 뜬 눈으로 나를 훑어내렸다.

“진작 이럴 것이지. 아니었으면 내 당장 이 병원 문 닫게 했을 거야.”

“이봐, 전문대생. 입이 붙었어? 사과 안 해?”

뒤에 서 있던 장덕수가 내 옆구리를 세게 꼬집었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 맛이 다시 느껴졌다.

“…죄송합니다.”

박정숙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려 사라졌다.

장덕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를 향해 칭찬하듯 미소 지었다.

“거봐, 참으면 다 해결되잖아.”

뺨을 맞고,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돈까지 깎아주며 이 굴욕이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인간의 악의에는 바닥이 없었다.

사흘 뒤 아침 회의 시간, 장덕수는 붉은 직인이 찍힌 공문을 들고 흙빛이 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왔다.

그는 서류를 회의 탁자 위에 거칠게 내던지며 나를 쏘아보았다.

“성유진, 지금 당장 맡고 있는 환자들 전부 인계해.”

“오늘부로 정직이다. 모든 수술과 진료 활동을 중단해.”

회의실은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였다. 동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꽂혔다.

나는 벌떡 일어났다.

“정직이라뇨? 이유가 뭡니까!”

장덕수는 프로젝터를 켜더니 스크린에 영상 하나를 띄웠다.

영상 속에는 며칠 전 복도에서 내가 박정숙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던 장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교묘하게 편집된 영상이었다.

박정숙이 내 뺨을 때리는 장면도, 그녀가 난동을 부리는 장면도 없었다.

오직 내가 뺨을 감싸 쥔 채 굴욕적으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는 부분만 부각되어 있었다.

영상 위에는 자극적인 빨간색 글자가 박혀 있었다.

[악덕 병원의 만행! 전문대생이 가짜 의사 행세하며 노인 심장 망쳐놓고 돈으로 입막음!]

장덕수는 화면에 가득한 욕설 댓글들을 가리키며 손을 떨었다.

“이유? 이 집구석이 돈까지 받아 처먹고는 보건복지부에 널 실명 고발했어! 이 영상이 지금 온 커뮤니티에 다 퍼져서 병원 민원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고!”

“상부에서 합동 조사단까지 꾸려졌어. 결과 나올 때까지 너는 근신해!”

나는 화면 속의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을 보며 몸을 떨었다.

“이 여자 몸 로비해서 들어온 거 아냐? 전문대가 어떻게 집도의를 해?”

“이 병원 싹 다 털어라. 뒤에 어떤 스폰서가 있는지 조사해!”

나는 명문대 본과와 대학원을 거쳐 독일 뮌헨 대학교에서 박사후과정까지 마친 엘리트였다.

귀국 후 서울의 고액 연봉 제의도 뿌리치고 고향의 심혈관 의료 발전을 위해 내려왔는데, 지금 이런 황당한 낙인이 찍힌 것이다.

퇴근길, 동료들의 수군거림을 뒤로하고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내 차 앞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페인트 냄새가 진동했다.

하얀색 승용차는 온통 선홍색 페인트로 뒤덮여 있었다.

앞 유리창에는 검은색 스프레이로 비뚤비뚤하게 다섯 글자가 적혀 있었다.

‘살인마 의사’

기둥 뒤에 숨어 있던 몇몇 젊은이들이 나를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휴대폰을 들이대며 사진을 찍어댔다.

“저 여자다! 사람 죽인 전문대생!”

“빨리 찍어! 얼굴 다 팔리게!”

나는 차갑게 식은 얼굴로 차 문을 열고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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