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우리 집 아래에는 반찬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비싸지만 맛이 있어서 내가 자주 가는 가게였다. · 제2화설정≡

우리 집 아래에는 반찬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비싸지만 맛이 있어서 내가 자주 가는 가게였다.제2화

이 화는 약 169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사무실 전체에 울렸다.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층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요란한 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직원들은 궁금한 얼굴을 하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이 일은 내 팀장님에게까지 전해졌다.

다급히 달려온 팀장님은 잔뜩 흥분한 아주머니를 보고 먼저 다가가서 달래면서도 나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는 않았다.

팀장님이 내게 말했다.

“고영혜 씨, 빨리 돈 줘. 그리고 빨리 마무리해. 어르신이 얼마나 화가 나셨으면 여기까지 달려오셨겠어. 회사에서 소란 만들면 회사 이미지에도 타격 있어.”

나는 잠깐 고민하고 팀장님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천원 한 장 드리면 끝날 일이고 굳이 소란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나와 미팅하기로 한 고객사 임원이 30분 뒤면 도착할 예정이었으니 이 아주머니랑 여기서 입씨름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치미는 분노를 참고 팀장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아주머니, 오늘은 제가 급하게 회사로 오느라 미처 생각을 못했어요. 제가 비록 5천원 어치 반찬을 주문하셨지만 아주머니는 저에게 8천원 어치나 담아주셨죠. 저는 봉투가 찢어져서 하나 더 가져간다고 돈을 내야하는 줄도 몰랐어요. 제가 소홀했던 것도 있으니까 계좌 불러주세요. 제가 바로 결제할게요.”

내가 사건의 자초지종을 말하자 구경하던 동료들은 그제야 나에게 동정의 시선을 보냈다.

아주머니는 힘껏 나에게 눈을 부라리고는 말했다.

“그래도 말은 통해서 다행이네. 오늘은 이만 넘어갈게. 앞으로 봉투 값 안 낼 거면 우리 가게 와서 반찬 사지도 마. 우리 왕가네 반찬은 자네처럼 품행이 단정치 못한 손님은 안 받아.”

그 말을 들은 나는 당장에 폭발할 것 같았다. 하지만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기에 핸드폰을 열고 돈을 입금했다.

“천원 입금되었습니다.”

문자 알림이 울렸다.

이로써 사건이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아주머니는 콧김을 뿜으며 나에게 삿대질을 했다.

“지금 누굴 거지로 알아? 오늘 내가 발견했으니 망정이지 전에 우리 가게에서 물건 사면서 봉투 몰래 가져갔는지 누가 알아?”

“어린 녀석이 좋은 건 안 배우고 못된 것만 배웠어.”

나는 치미는 분노를 참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말씀하세요. 얼마 보내드릴까요?”

“매일 우리 가게에 와서 반찬 사는 걸 봐서 최소… 만 원은 줘야겠어!”

아주머니가 대놓고 말했다.

내가 말이 없자 그녀는 또 언성을 높였다.

“어차피 자네 한끼 식비가 만 원은 하잖아. 그까짓 만 원 달라고 했다고 표정이 그게 뭐야? 사람이 수치심도 몰라?”

나는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그녀에게 만 원을 입금했다.

돈을 받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자네 돈도 많으니까 다른 곳에 쓸 바에야 나한테 주는 게 낫지.”

그러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회사를 나가버렸다.

아니, 이런 강도가 다 있나?

봉투 두 개에 만 원을 요구하다니!

매일 가서 반찬을 팔아준 게 후회가 되었다.

나는 그 집에 아이도 셋이나 되고 어렵게 사는 것 같아서 매번 내가 달라는 것보다 더 많이 담아줄 때도 자선행사 한다 치고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런 결과가 돌아올 줄은 몰랐다.

아빠가 매번 월세를 올리겠다고 할 때마다 그 사람들 어려운 사람이고 반찬 맛이 좋아서 봐주라고 오히려 아빠를 달랬던 나였다.

그런데 봉투 하나 가지고 나를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다니!

너무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멀어지는 아주머니의 등을 바라보며 속으로 속삭였다.

아줌마, 사람 잘못 건드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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