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아래에는 반찬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비싸지만 맛이 있어서 내가 자주 가는 가게였다.제1화
이 화는 약 149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아래에는 반찬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비싸지만 맛이 있어서 내가 자주 가는 가게였다.
처음에는 내가 달라는 대로 봉지에 담아 주었지만 언젠가부터 100그램을 달라면 300그램을 주고 500그램을 달라면 800그램을 담아서 주었다.
가게 사정이 어려울 것을 배려해 나는 매번 돈을 계산하면서도 불만을 얘기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도 가게에 들렀는데 회사에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있어서 급한 마음에 봤더니 봉지가 약간 찢어져 있었다.
난 자연스럽게 카운터에 있는 비닐봉투를 하나 더 집고는 사장님에게 말도 없이 급하게 차로 돌아갔다.
그런데 점심 때가 되어 가게 사장님은 내 회사까지 찾아와서 돈을 요구했다.
그녀는 동료들이 다 보는 앞에서 날 공짜 좋아하는 몰상식한 인간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그제야 어떤 사람은 배려와 인심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 * *
어제 야근을 하고 늦게 잤더니 늦잠을 자고 말았다. 나는 간단히 정리하고 집을 나섰다. 콜택시 기사님이 도착하셨을 때에야 아직 아침을 안 먹은 게 떠올랐다.
나는 사장님에게 아무 반찬이나 5천원 어치만 덜어서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근을 떠보니 8천원이나 된다는 거였다. 나는 아무 말없이 돈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가려 했다.
뒤늦게 나는 봉투가 찢어져서 소스가 손에 묻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장님을 봤더니 바빠 보여서 나는 말없이 봉투 하나를 더 집어서 잘 포장하고는 차에 올랐다.
회사에 도착한지 20분만에 아직 아침을 먹기도 전인데 동료인 왕 대리가 나에게 누가 찾는다고 전해주었다.
나는 고객사 직원이 먼저 도착한 줄 알고 급기야 옷매무시를 단장하고 로비로 나갔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반찬가게 사장님의 어머니였다.
아주머니는 입에 침을 튕겨가며 나를 비난했다.
“돈도 안 내고 도망가는 게 어딨어? 회사도 좋은데 다니면서 사람이 그러면 돼? 하여간 요즘 애들은 수치를 모른다니까.”
나는 아무리 기억을 떠올려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혹시 결제가 실패했나 해서 카드기록을 살폈지만 정상적으로 결제가 되어 있었다.
나는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해서 예의 바르게 상황을 설명했다.
“아주머니, 제가 핸드폰을 뒤져봤는데 돈 결제했는데요? 그쪽 인터넷이 느려서 입금이 지연된 게 아닐까요?”
그러면서 결제기록을 아주머니에게 보여주었다.
“이거 보세요. 저에게는 결제기록 있어요. 뭔가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요.”
“반찬 값은 계산했는데 갈 때 비닐봉투 몇 개나 더 집어갔잖아. 그거 5백원에 하나야. 내가 그런 것까지 무료로 해줘야 해?”
아주머니는 더욱 화가 나서 나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매일 깔끔하게 하고 멀쩡한 직장 다니면 뭐 해. 우리 같이 어려운 소상공인 착취해 먹으려고 드는데.”
“요즘 대기업은 직원 받을 때 인성도 안 보나 보지? 네 사장 불러와. 내가 오늘 네 본성을 까발릴 거야.”
“자네 이 늙은이가 만만하지? 그래서 물건 가져가고 돈도 안 지불하고도 이렇게 뻔뻔한 거 아니야? 내가 손님이라고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거겠지.”
“여러분들이 좀 말해봐요. 어디 이런 법이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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