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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작되기 두 시간 전제2화

이 화는 약 259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윤주혁은 마치 낯선 사람이라도 보는 듯 윤지원을 바라보았다.

차갑고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윤지원은 지난 생에서 윤주혁에게 빈손으로 내쫓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윤지원은 식빵 한 조각을 입에 욱여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빠, 난 다 먹었어. 학교에 수업이 있어서 먼저 갈게.”

신아영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뭐가 그렇게 급해? 우유도 아직 안 마셨잖아...”

“괜찮아요, 언니. 이미 늦었어요.”

윤지원은 가방을 집어 들고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

윤지원은 온종일 도서관에 머물며 유학 정보를 찾아보고 지원서를 작성했다.

지난 생에서는 윤주혁의 곁에 남기 위해 어렵게 얻은 유학 기회마저 포기했었다.

‘이번 생에는 아주 멀리 떠나서 오직 나를 위해 살 거야.’

저녁에는 기숙사에서 묵을 생각이었지만, 신아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지원아, 집에 와서 저녁 먹어. 할 말이 있어. 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집에 도착하자 윤주혁이 문을 열어 주었다.

문 앞에 선 윤지원을 본 윤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뭐야? 왜 온 거야?”

반응만 보아도 윤주혁이 집으로 부른 게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아영 언니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왔어.”

윤지원이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아영이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지원아, 왔어?”

신아영은 윤지원을 소파에 앉히고 손에 리모컨을 쥐여 주었다.

“TV 보고 있어. 금방 저녁 차릴게!”

윤주혁은 주방에서 신아영의 저녁 준비를 거들고 있었다.

윤지원은 유리문 너머로 고개를 숙인 채 신아영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윤주혁을 지켜봤다.

윤주혁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고 신아영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없이 다정했다.

윤주혁은 윤지원을 위해서도 직접 요리하곤 했었다.

윤지원이 열이 날 때면 밤새 곁을 지키다가 아침이 되면 흰죽을 끓여 주곤 했다.

그리고 윤지원의 생일에는 잡혀 있던 약속까지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와 상다리가 휘도록 음식을 가득 차려 주곤 했다.

“지원아, 뭘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어?”

신아영은 넋을 놓고 있던 윤지원을 보더니 윤주혁을 주방 밖으로 밀어냈다.

“나가서 지원이랑 이야기하고 있어. 이제 국 하나만 끓이면 되니까 내가 할게.”

윤주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닦은 뒤 윤지원과 마주 보고 앉을 수 있는 일인용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앉았다.

멀찍이 떨어져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점점 짙어졌다.

TV에서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화면을 보지 않았다. 시끄러운 웃음소리만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지원아.”

윤주혁이 갑자기 입을 열자, 윤지원은 고개를 돌렸다.

윤주혁은 무거운 눈빛으로 윤지원을 바라봤다.

“공부 열심히 하고 착실하게 살아. 해서는 안 될 생각은 하지 말고.”

누군가 심장을 사정없이 움켜쥔 듯 가슴이 조여 들었다.

‘해서는 안 될 생각이라니. 오빠를 좋아하는 마음이... 품어서는 안 되는 감정이라는 건가.’

지난 생에서 윤주혁은 윤지원의 일기장을 발견한 뒤 차갑게 말했다.

“윤지원, 너 정말 역겨워.”

그때 윤주혁은 윤지원이 일부러 자신과 신아영의 관계를 망가뜨린 데다, 분수도 모르고 더 많은 것을 탐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지원은 윤주혁을 좋아했을 뿐, 신아영에게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만한 말은 단 한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윤주혁은 믿지 않았다.

“알았어.”

윤지원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지 않을게.”

식사 도중 신아영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기쁜 소식을 전했다.

“주혁 씨가 오늘 나한테 프러포즈했어!”

신아영이 왼손을 내밀자, 약지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가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축하해요.”

윤지원은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오빠, 언니. 행복하게 사세요.”

윤주혁은 젓가락질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들어 윤지원을 바라보았다.

윤지원은 못 본 척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가 끝난 뒤 윤지원은 먼저 일어나 설거지를 시작했다.

거실에서는 희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신아영이 결혼식 계획을 이야기할 때마다 윤주혁은 나직한 목소리로 다정하게 맞장구를 쳤다.

설거지를 마친 윤지원은 손에 묻은 물기를 닦고 거실로 나가 학교에 일이 생겨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려 했다.

거실 입구에 막 다다랐을 때 윤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이가 졸업하면 나가 살게 하자. 학교 근처에 오피스텔 하나 사 주면 돼. 다 큰 여자애가 계속 우리랑 같이 사는 것도 불편하잖아.”

신아영은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 살면 위험하지 않아? 둘은 남매인데 같이 사는 게 뭐가 어때서?”

윤주혁은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원이도 이제 다 컸으니, 우리도 사생활을 존중해 줘야지. 우리 둘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윤지원은 잠시 제자리에 멈춰 서 있다가 더는 듣지 않고 몸을 돌렸다.

발소리를 죽인 채 이층으로 올라간 윤지원은 가방을 챙겨 조용히 집을 나섰다.

집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뒤에야 신아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언니, 학교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먼저 돌아갈게요. 오빠랑 언니도 안녕히 주무세요.]

윤지원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집을 나가 사는 편이 오히려 나았다.

윤주혁에게서 멀어질수록 안전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사흘 뒤, 윤지원은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다가 문득 중요한 사실을 떠올렸다.

지난 생에서 신아영은 골육종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병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말기였다.

그렇다면 지금도 신아영의 몸속에는 이미 암세포가 생겼을 가능성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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