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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남의 편인 남편제2화

이 화는 약 195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이혼?"

"서유진, 아무리 아이한테 질투가 나도 그런 농담은 하는 거 아니야."

"너 올해 서른둘이야. 가족도 없고, 아이도 못 낳잖아."

"나랑 헤어지면 누가 널 받아 주겠어? 갈 데는 있고?"

박지환은 내 반응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

얼마나 멍하니 앉아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렸을 때 눈에 들어온 건 신나영이 방금 SNS에 올린 글이었다.

[우리 아기 아빠, 요리까지 척척 하는 살림꾼이네. 집에 오자마자 부엌부터 갔어.]

사진 속 박지환은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가슴이 또 한 번 세게 쑤셨다.

박지환은 입맛이 까다로웠다. 결혼한 뒤 5년 동안 나는 집에서 살림을 하며 남편의 먹을 것을 챙겼다.

그런데 남편은 내게 흰죽 한 그릇 끓여 준 적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부족함 없이 자라 부엌일을 모르는 줄 알았다.

이제야 알겠다. 못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위해서는 하고 싶지 않았던 거였다.

다음 날 동이 틀 무렵, 신나영이 도시락통을 들고 찾아왔다.

"유진아, 사과하려고 만두 빚어 왔어. 이제 그만 풀어 주면 안 돼?"

바로 뒤를 따라온 박지환도 거들었다.

"유진아, 이쯤 했으면 넘어가 줘. 나영이가 너 만두 해 주겠다고 어젯밤을 꼬박 새웠어."

'누가 들으면 내가 괜한 생떼라도 부리는 줄 알겠네.'

"참, 지환아. 유진이 주려고 꽃도 주문했어. 차에 있으니까 좀 가져다줄래?"

신나영은 더없이 순진한 얼굴로 웃었다. 하지만 박지환이 나가자마자 표정이 바뀌었다.

"서유진, 너 참 뻔뻔하다.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이 집에 붙어 있어?"

"나 같으면 그날 밤으로 나림시를 떠났겠다."

"아이도 못 낳으면서 아내 자리는 꿰차고 싶어?"

"남자한테 버림받은 네 엄마나 너나, 똑같이 천박해..."

"네가 무슨 자격으로 우리 엄마를 입에 올려?"

엄마 김혜숙은 살아 계실 때 신나영을 친딸처럼 아끼셨다. 그런 신나영이 이럴 줄은...

내 말에 신나영이 웃었다.

"왜 말하면 안 돼? 네 엄마가 천박했던 건 사실이잖아."

"남편도 없는 여자가 무슨 돈으로 널 키웠겠어? 뒤에서 남들한테 말 못 할 짓이라도 했겠지."

"내 생각엔 더러운 짓을 하도 해서 몹쓸 병에 걸려 죽은 것 같은데. 자궁암이라고 그럴싸하게 둘러댄 거겠지..."

더는 참을 수 없어, 한 대 때려 주려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내 손이 닿기도 전에 신나영은 배를 감싸 쥐고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 꽃을 가져오던 박지환이 그 장면을 봤다.

"지환아..."

신나영은 한없이 가엾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난 그냥 유진이한테 말했어. 우린 친한 친구니까, 원하면 같이 아이를 키워도 된다고."

"그것도 싫으면 아이를 주고 영영 사라질 수도 있다고 했어. 날 미워하지만 않는다면..."

"그런데 날 밀치고는 이런 말까지... 이런 말까지..."

신나영은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뭐라고 했는데?"

박지환은 신나영을 품에 꼭 안은 채 감싸고 있었다.

"우리 아이가 사생아래. 사생아 따위는 안 키운대..."

"사생아는 오래 못 산다고, 언젠가 불치병에 걸릴 거라고... 아이가 편히 죽지도 못할 거랬어..."

"내가 잘못한 건 알아. 그래도 아이는 죄가 없잖아."

별안간 뺨이 화끈거렸다. 귀에서는 이명이 울렸다.

그제야 박지환이 내 뺨을 때렸다는 걸 알았다. 몸이 옆으로 휘청할 만큼 세게 때린 것이었다.

박지환은 분노를 감추지도 않았다.

"서유진, 네가 이렇게 악독한 여자인 줄은 몰랐어. 어린아이한테까지 이래야겠어?"

"아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데?"

해명할 틈도 없었다. 박지환은 나를 움켜잡더니 신나영 앞에 눌러 쓰러뜨렸다.

"지금 당장 나영이한테 사과해!"

버둥거리다 머리가 계단에 부딪혔다. 삽시간에 피가 흘렀지만, 박지환은 보고도 모른 척했다.

결국 신나영이 입을 열었다.

"그만해, 지환아. 우린 사과하러 온 거잖아. 일을 너무 크게 만들진 말자."

신나영은 그렇게 말하며 품에서 만두가 든 도시락통을 꺼냈다.

"이렇게 하자. 유진이가 이 만두만 다 먹으면, 오늘 일은 서로 없던 일로 하는 거야."

박지환이 내 입에 만두를 쑤셔 넣고 나서야, 신나영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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