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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케이지제2화

이 화는 약 184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진우는 회사 동료들이 집으로 오기로 했다며 음식을 넉넉히 준비해달라고 했다.

나는 새벽 6시부터 일어나 갈비찜을 하고, 새우를 볶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준비했다.

오전 11시 반, 초인종이 울렸다.

진우가 문을 열러 나갔고 나는 주방에서 음식을 나르고 있었다.

현관에는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머리를 낮게 묶은 젊은 여자가 과일 바구니를 들고 서 있었다.

“진우 선배님 안녕하세요. 언니, 안녕하세요!”

나를 향해 싱그럽게 웃는 얼굴.

이유나였다.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조금 마른 듯했지만, 안색은 오히려 발그레하니 좋아 보였다.

머릿속 창에 실시간 글자들이 쏟아졌다.

[여주 등장! 오늘 룩 완전 청순 섹시 그 자체다. 진우 눈 돌아가는 것 봐.]

[목에 저 키스마크, 어제 진우가 남긴 거겠지? 조연은 절대 눈치 못 채겠지?]

[유나가 일부러 안 가린 거야. 조연 보라고.]

나는 유나의 목덜미를 유심히 살폈다.

깃 아래로 아주 옅은 붉은 자국이 보였다. 얼핏 보면 모기에 물린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그런 흔적.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려 주방으로 향했다.

유나가 내 뒤를 따라 들어와 채소를 써는 내 옆에 바짝 붙어 섰다.

“언니, 칼질 정말 잘하시네요. 선배님은 진짜 복 받으셨다.”

“그래?”

나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유나는 도마 위에 썰어놓은 오이 조각 하나를 집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말했다.

“언니, 이 앞치마 너무 예뻐요. 어디서 사셨어요?”

나는 내 몸에 둘러진 꽃무늬 앞치마를 내려다보았다.

지난달 내 생일에 진우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 아까워서 아껴두다 오늘 처음 꺼낸 것이었다.

“진우 씨가 사준 거야.”

“와, 선배님 안목 진짜 좋으시다.”

그녀가 눈을 초승달처럼 휘며 웃었다.

“저번에 저한테 주신 티셔츠도 진짜 예뻤거든요. 저 요즘 매일 그거 입고 자요.”

칼질하던 내 손이 멈췄다.

“진우 씨가 너한테 티셔츠를 줬다고?”

“네! 저번에 야근하느라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는데, 선배님이 자기 옷 하나 빌려주셨거든요. 나중에 그냥 가지라고 하셔서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어요.”

유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덧붙였다.

“언니, 혹시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글자들이 요동쳤다.

[나왔다! 전형적인 대사, "기분 나쁘신 건 아니죠?"]

[조연 얼굴 썩어가는 것 봐. 하하하.]

[유나가 일부러 저러는 거야. 그 티셔츠에 진우 냄새가 배어 있거든. 매일 밤 그거 입고 자면서 진우 품에 안긴 상상을 하는 거지.]

[조연아, 제발 화 좀 내라! 화내면 진우가 너 속 좁다고 싫어하게 될 텐데.]

나는 심호흡을 하며 썰어둔 오이를 접시에 담았다.

“아니, 옷 한 벌인데 뭐 어때.”

유나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예상치 못한 내 반응에 조금 실망한 기색이었다.

그녀는 주방을 나가 거실로 가더니,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보던 진우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진우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지나치게 능숙한 손길. 처음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선배님, 언니 요리하느라 너무 힘드시겠다. 선배님이 잘해주셔야겠어요.”

유나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힘들긴 뭐가 힘들어. 밥 한 끼 하는 건데.”

진우는 눈길조차 내 쪽으로 주지 않았다.

유나는 까르르 웃으며 진우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비벼댔다.

주방 유리문 너머로 그 광경을 보며, 나는 손에 든 접시를 바닥에 내던지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조연이 주방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네. 통쾌하다.]

[유나의 '면전 애교' 필살기! 조연은 감히 나오지도 못하고.]

[진우는 조연 감정 따위 안중에도 없어. 오직 유나뿐이지.]

[오늘 밤 유나가 다시 인형으로 접속할 텐데, 진우가 조연 옆에서 인형을 안고 자는 상상만 해도 짜릿해.]

나는 눈을 감고 접시를 내려놓았다.

그래.

그렇게 짜릿한 걸 원한다면.

어디 한번 끝까지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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