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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케이지제3화

이 화는 약 1811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진우는 유나를 데리고 거실에서 TV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뒷정리를 하며 유리문 너머로 그들을 관찰했다.

유나는 진우의 어깨에 기댄 채, 한 손으로는 그 인형의 다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인형의 머리카락을 만지며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고, 진우는 그런 그녀를 꿀이 떨어지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나에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다정한 시선이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가자, 유나는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상태였다.

진우가 예전에 입던 회색 후드티였다. 소매가 너무 길어 손을 다 덮을 정도였다.

“언니, 제 옷에 국물이 튀어서 선배님 옷 좀 빌려 입었어요. 괜찮죠?”

그녀가 나를 향해 윙크를 했다.

“상관없어.”

나는 맞은편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유나는 그 인형을 자기 무릎 위에 올려 안더니 진우에게 말했다.

“선배님, 이 인형 너무 귀여워요. 저도 하나 갖고 싶다.”

“너 가져.”

진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정말요?”

유나의 눈이 반짝이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아니에요. 언니가 기분 나빠하실 거예요.”

진우가 나를 힐끗 보더니 툭 뱉었다.

“내 물건인데 얘가 상관할 게 뭐 있어? 갖고 싶으면 가져가.”

유나는 슬쩍 내 표정을 살피더니 입가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사양 안 할게요!”

그녀는 인형을 품에 꼭 안고 턱을 인형 머리 위에 괸 채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하하하, 조연 얼굴 솥뚜껑처럼 시꺼매졌네.]

[유나가 인형 가져가면 진우는 오늘 밤 뭐 하고 놀아?]

[바보야, 유나가 인형을 가져가서 자기 집에 두고 밤에 접속하면, 진우는 원격으로 즐기는 셈이잖아? 더 자극적이지.]

[조연은 그것도 모르고 인형 치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겠지? 순진하긴.]

[이게 바로 '성동격서'라는 거다. 조연 머리로는 평생 이해 못 해.]

유나가 인형을 안고 일어서며 진우에게 말했다.

“선배님, 저 오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 너무 늦어서 택시 잡기도 힘들 것 같아서요.”

“그래, 손님방 비어 있으니까 거기서 자.”

진우가 대답했다. 유나가 나를 보며 웃었다.

“언니, 신세 좀 질게요.”

나는 말없이 일어나 손님방에 침구류를 세팅해 주었다.

그녀는 인형을 안고 들어와 베개 옆에 눕히더니 후드티를 벗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

“언니,” 그녀가 갑자기 나를 불렀다. “선배님이 언니한테 잘해줘요?”

나는 멈칫했다.

“무슨 뜻이야?”

“아니요, 그냥 궁금해서요.”

그녀는 슬립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인형을 끌어안았다.

“선배님 참 좋은 분 같아요. 다만… 표현이 좀 서투르신 것 같긴 하지만요.”

그녀는 나를 등지고 누우며 웅얼거렸다.

“언니, 잘 자요.”

나는 문을 닫고 안방으로 돌아왔다.

진우는 이미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유나 자?”

“어.”

“애가 타지에서 혼자 고생이 많잖아. 네가 언니로서 좀 챙겨줘.”

나는 대답 대신 불을 끄고 누웠다.

어둠 속에서 진우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손님방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리고 아주 낮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유나야?”

글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대박 대박! 진우가 유나한테 갔다!]

[조연이 바로 옆방에 있는데 대놓고 가네? 진짜 야생이다.]

[유나는 이미 인형 속으로 접속 완료. 지금 손님방 침대 위 인형 몸속에 유나 의식이 들어 있어.]

[조연이 눈치챌까? 아니, 쟤 머리로는 절대 몰라.]

[스릴 대박이다. 손님방에선 인형이랑 놀고, 안방엔 멍청한 조연이 누워 있고.]

나는 시트를 꽉 움쥐었다.

글자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곧이어 손님방에서 익숙한 소리들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억눌린 숨소리, 가느다란 신음, 그리고 진우의 낮게 깔린 짐승 같은 음성.

나는 눈을 뜬 채 천장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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