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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불에 타 죽은 그의 아내제2화

이 화는 약 1841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도준 씨!”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채원이 도준의 품으로 달려들었다.

“이 언니, 도준 씨 찾아온 것 같아! 거래처 사람이야?”

“어… 그냥 손님이야.”

도준은 그녀를 감싸 안으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단 밥 먹으러 가자. 우리 채원이랑 아기 배고프게 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저 언니 오래 기다린 것 같은데, 먼저 얘기 좀 나눠요. 난 괜찮아.”

도준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채원을 소파에 앉히고 나서야 그는 나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휴게실로 들어와. 거기서 얘기해.”

그를 따라 들어간 휴게실은 2년 전과 딴판이었다.

모노톤이었던 인테리어는 온통 핑크빛으로 변해 있었다. 그 어린 여자애의 취향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갑자기 올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지 그랬어.”

도준은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가, 곧바로 비벼 껐다.

“채원이가 임신 중이라 금연 중이야.”

도준은 지독한 애연가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하루에 한 갑을 비우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그 여자를 위해 담배를 끊었다니.

“권도준, 나한테 할 말 없어?”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내가 울자 도준은 귀찮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애, 인턴 의사였어. 내가 위경련으로 쓰러졌을 때 나를 돌봐준 게 채원이었어. 넌 성숙하고 똑똑하잖아. 나 없어도 혼자 잘 살 수 있는 사람이고. 하지만 채원이는 나 없으면 밥 한 끼도 제대로 못 챙겨 먹는 애야.” 도준이 잠시 말을 멈췄다. “장거리 연애, 정말 힘들었어 하진아. 그 애가 옆에 있어 주지 않았다면 나 벌써 무너졌을지도 몰라.”

눈물이 뺨을 타고 쉼 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도준의 뺨을 후려쳤다.

“이혼해. 둘이 잘 먹고 잘살아!”

도준은 내 손을 잡아채더니, 손바닥에 입을 맞췄다.

“결혼할 때 말했잖아. 이혼하고 싶으면 내가 죽고 나서 하라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여전히 너야. 그리고 아이 안 갖겠다는 네 고집, 우리 어머니한테는 늘 대못이었어. 채원이가 아기 낳으면 네 호적에 올리자. 네 부담 덜어주려고 내가 내린 결론이야. 하진아, 이쯤 했으면 적당히 받아들여.”

눈앞의 남자가 생경했다. 내가 알던 권도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는 내 눈속의 경악을 읽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채원이가 곧 출산이야. 제대로 결혼식 올려서 보상해주고 싶어. 온 김에 며칠 쉬다 가. 사람 불러서 집으로 보내줄게. 채원이랑 식사만 하고 바로 들어갈 테니까.”

우리에겐 부산에도 집이 있었다. 함께 고르고 꾸몄던 곳.

도준의 어머니는 격이 맞지 않는다며 나를 싫어하셨기에, 나는 부산에 올 때마다 늘 그곳에 머물렀다.

“착하지? 채원이 임신 중이라 자극받으면 안 돼. 여기 있을 거면 뭘 해야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 잘 알 거라고 믿어.”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휴게실을 나갔다. 따라 나가려 했지만, 어느새 나타난 경호원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온 선생님과 떠나실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하셨습니다.”

멀어지는 도준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떨리는 손으로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저랑 도준이 이혼하길 원하셨죠? 결정했어요. 이혼할게요.”

“이제야 정신이 드니? 조건 있으면 말해봐라.”

“조건은 없어요. 그저 도준이가 이혼 서류에 빨리 사인하게만 해주세요.”

“그래… 내가 준비하마.”

경호원들의 감시하에 '문 테라스' 빌라로 돌아왔다.

5개월 만에 찾은 집은 변한 게 없었다. 내 손때가 묻은 가구와 소품들.

이혼하기로 했으니 이제 다 버려야 할 것들이었다.

몇 시간 동안 미친 듯이 짐을 쌌다. 나와 관련된 모든 흔적을 박스에 담아 현관에 쌓아두었을 때, 도준이 들이닥쳤다.

그는 내 손목을 거칠게 잡아채며 분노를 쏟아냈다.

“네가 우리 엄마한테 채원이 얘기했어? 엄마가 채원이 절대 안 받아줄 거 알면서 왜 그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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