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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불에 타 죽은 그의 아내제1화

이 화는 약 274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권도준과 결혼한 지 벌써 5년. 내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

그에게 놀라운 서프라이즈를 선사하고 싶어 특별히 휴가까지 냈다. 다섯 시간을 비행해 그가 근무하는 지사가 있는 부산으로 향했다.

회사 로비에 발을 들이는 순간,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 누군가 나를 새로운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다.

채팅창은 순식간에 불타올랐다. '형수님, 안녕하세요!'라는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메웠다. 입가에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는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부부로 지냈다. 그는 늘 일이 바쁘다며 핑계를 댔고, 우리의 만남은 갈수록 뜸해졌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게 무려 다섯 달 전이었다.

이번 기념일만큼은 혼자 보내고 싶지 않아 무작정 내려온 길이었다.

혹시라도 그가 이 중요한 날을 잊었을까 걱정했던 게 무색해졌다. 역시, 도준은 이미 모든 걸 준비해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도준의 지인들이 단톡방에 송금 메시지를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송금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 '작은 장미'라는 닉네임을 가진 여자였다.

성진이 가장 먼저 2천만 원을 보내며 메시지를 남겼다. [형수님, 입방을 환영합니다!]

뒤이어 영호가 4천만 원을 보냈다. [형수님, 환영해요!]

준우는 아예 1억을 쐈다. 비고란에는 여전히 똑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형수님 입방 환영!]

……

* * *

마지막 송금의 주인공은 내 남편, 도준이었다.

그는 그 '작은 장미'에게 무려 2억 원을 송금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채팅창을 열어 도준에게 그 여자가 대체 누구냐고 물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나는 그 방에서 강제로 퇴장당했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이었다. 방금 본 장면이 지독한 악몽처럼 느껴졌다.

“어머, 사모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멍하니 서 있는 나를 향해 프런트 직원이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내 옆에 서 있던 여자에게 다가갔다.

“권 대표님이 그러시는데, 이제 임신 5개월 차라 몸조심하셔야 한다고요. 함부로 돌아다니시면 안 돼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넉넉한 원피스를 입고 배가 살짝 부른 여자가 서 있었다.

어린 나이, 앳된 얼굴. 웃을 때 반달처럼 휘어지는 눈매가 눈에 들어왔다.

예쁜 여자였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의 나를 닮아 있었다.

“도준 씨는요? 아직 많이 바빠요?”

여자는 익숙한 듯 소파에 앉으며 생긋 웃었다. “퇴근할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면 돼요. 저 왔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일하는데 방해되면 안 되니까.”

직원이 여자를 부축하며 다독였다. “네, 그럼요. 간식 좀 내드릴게요.”

여자가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다.

“저기, 언니도 도준 씨 보러 오셨어요? 지금 회의 중이라 좀 걸릴 텐데.”

내 목소리는 볼품없이 떨리고 있었다. “도준 씨랑… 어떤 사이죠?”

“제 남자친구예요. 곧 결혼할 사이이기도 하고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웃었다. “방금 도준 씨가 저를 친구들 있는 단톡방에 초대해 줬거든요. 다들 환영한다면서 용돈을 엄청나게 보내주는 거 있죠! 인사치레라면서요.”

그녀가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제 남자친구, 정말 책임감 강하고 멋진 사람이에요. 혹시 비즈니스 때문에 오신 거면 우리 도준 씨 좀 잘 봐주세요. 밖에서 고생하며 번 돈, 정말 피땀 흘려 모은 소중한 돈이거든요.”

“근데 저한테는 정말 아낌없이 써요. 사귄 지 3년 됐는데, 제가 갖고 싶다는 건 아무리 비싸도 다 사주거든요.”

여자는 목에 걸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리켰다. “이거 보세요. 경매장에서 보고 예쁘다고 했더니 고민도 안 하고 낙찰받아 준 거예요.”

“아, 그리고 제가 집이 좀 좁아서 나중에 아기 태어나면 걱정된다고 했더니 바로 펜트하우스 한 채를 제 명의로 선물해 줬어요.”

여자는 혼자 신이 나 떠들다가 아차 싶은 듯 멈췄다. “어머, 죄송해요. 저 혼자 너무 말이 많았죠? 언니는 도준 씨 거래처 분이세요? 처음 뵙는 것 같아서요. 전 온채원이라고 해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여자가 바로 단톡방의 그 '작은 장미'였다.

동시에 지독할 정도로 선명한 진실이 나를 덮쳤다.

10년을 사랑하고, 5년을 부부로 살았으며, 3년을 떨어져 지낸 내 남편 권도준이 바람을 피웠다.

상대는 스무 살 남짓한 어린 여자애였고,

심지어 아이까지 가졌다.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전신을 타고 흐르는 오한을 느꼈다.

도준은 내게 맹세했었다. 평생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우리는 교통사고 현장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의사로서 환자를 구하기 위해 차에서 뛰어내렸고, 출장 중이던 그는 그 현장을 지나가다 나를 보았다.

그는 첫눈에 반했다고 했다. 이후 꽃과 집, 차를 보내며 끈질기게 구애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과로로 병원 복도에서 쓰러졌던 날, 그는 세상이 무너진 얼굴로 달려와 나를 병실로 옮겼다.

“하진아, 네가 잘못되면 나도 살아갈 이유가 없어.”

그의 품에 안겨 심장 박동 소리를 들으며 나는 비로소 마음을 열었다.

결혼 후 업무상 나는 서울에, 그는 부산에 남았지만, 그는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나를 보러 비행기를 탔다.

그런 도준이, 프러포즈 때 영원을 약속했던 그 남자가 배신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언니, 괜찮으세요?”

내 기색이 심상치 않자 채원이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괜찮아요.”

세상의 소음이 순식간에 소거된 듯 고요해졌다. 심장을 날카로운 칼로 후벼 파는 것 같은 통증에 감각이 마비되어 갔다.

“채원아, 또 말 안 듣고 마음대로 왔어? 걱정되게.”

등 뒤에서 익숙한 저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도준과 눈이 마주쳤다.

나를 발견한 그의 얼굴에서 다정함이 순식간에 박제된 듯 굳어버렸다.

“서하진… 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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