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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계산원 여동생을 사세요제2화

이 화는 약 247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펄펄 끓는 국물이 그의 바지를 완전히 적셨고, 그는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올랐다.

“이 미친년이……!”

나는 그의 욕설을 차갑게 잘랐다.

“성식 씨, 바지가 흠뻑 젖으셨네요. 얼른 집에 가서 갈아입으시는 게 좋겠어요. 감기 걸리겠어요.”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이 일제히 우리를 쳐다보았다.

“두고 봐!”

그가 내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부르르 떨었다.

“내가 당장 네 부모한테 전화할 거야! 부모도 다 허락한 결혼인데 어디서 튕기고 자빠졌어!”

이미 문가까지 걸어간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참, 성식 씨. 다음번에 맞선 볼 때는 이런 허름한 국숫집 말고 좀 더 격식 있는 데로 잡으세요. 그래야 성의가 있어 보이니까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등 뒤로 그의 표독스러운 고함이 메아리쳤다.

“마트 캐셔 주제에 기고만장하긴! 너 같은 미친년은 평생 혼자 썩을 거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아빠는 소파에 앉아 줄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엄마는 팔짱을 낀 채 거실 테이블 앞에 서 있었으며, 언니는 한편에서 흥미진진하다는 듯 조소 섞인 눈빛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 아주 미쳤구나!”

엄마의 첫마디가 허공을 찢었다.

“성식 씨한테 방금 전화 왔다! 네가 고의로 뜨거운 국물을 쏟아부었다며?”

나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거슬려서요.”

“귀에 거슬려? 틀린 말이라도 했니? 마트 캐셔라는 건 팩트잖아!”

엄마의 앙칼진 목소리가 거실을 뒤흔들었다.

아빠가 담배를 비벼 끄며 엄한 목소리로 거들었다.

“너는 왜 네 언니 반만이라도 따라가지 못하니? 네 언니 나이 때는 쫓아다니는 남자들이 줄을 섰다. 넌 도대체 가진 게 뭐가 있다고 그 난리냐?”

언니가 고개를 살짝 치켜들며 비웃음을 날렸다.

“엄마, 더 말하지 마. 하은이 눈이 하늘 높은 줄 모르는데 택배 사장 따위가 성에 차겠어? 혹시 알아? 지나가던 재벌 2세가 눈이 삐어서 우리 하은이한테 첫눈에 반하기라도 할지?”

엄마가 옆에서 코웃음을 쳤다.

“재벌? 저 꼬락서니를 보고도 침을 흘릴 미친놈이 세상에 어딨어? 길거리 싸구려 옷에 머리는 새둥지 같은 년을.”

나는 고개를 숙여 내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스파 브랜드 세일 기간에 산 티셔츠에 보세 청바지, 사흘 동안 제대로 감지 못해 부스스한 머리칼이 보였다.

“엄마 말이 맞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성식 씨 같은 사람이 나한테는 딱 어울리는 짝이겠네.”

엄마는 내가 기가 죽은 줄 알고 톤을 조금 낮췄다.

“알면 됐어. 내일 당장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날짜 잡아. 지참금 1억 원은 확실히 받아낼 테니까, 군말 말고 시집가서 조용히 살아.”

언니가 옆에서 얄밉게 깐족거렸다.

“하은아, 성식 씨가 조금 투박해도 사람 자체는 무던하잖아. 너한테는 분수에 넘치는 자리야. 나처럼 재혁 씨네 가문에 들어가려고 예절 교육에, 골프에, 와인 상식까지 머리 터지게 공부할 필요도 없으니 얼마나 편하니?”

언니가 짐짓 한숨을 쉬었다.

“다 팔자가 다른 거지. 넌 골치 아플 일 없이 마트에서 시간 때우다 시집가서 애만 키우면 되잖아.”

나는 언니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긋 웃었다.

“언니가 그렇게 부러워하면, 나랑 바꿀래? 어릴 때부터 언니가 내 거 탐내면 난 군말 없이 다 양보했잖아.”

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엄마가 급히 가로막았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네 언니가 너 고생 안 시키려고 좋은 마음으로 하는 소리인데!”

언니도 억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하은아. 널 생각해서 한 소리야. 재혁 씨 성격이 얼마나 까다로운데, 너 같은 성격으론 하루도 못 버텨. 성식 씨가 최고야. 군말 말고 복을 받아들여.”

나는 속으로 비웃음을 흘리며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너머로 얇은 벽을 뚫고 언니의 콧소리 섞인 통화 소리가 흘러나왔다.

“자기야, 나 몰디브 그 해저 레스토랑에서 결혼식 하고 싶어어…….”

그 후 며칠 동안 언니의 혼담은 번개처럼 진행되었다.

예비 형부인 최재혁은 부모님을 모시고 정식으로 인사를 왔고, 우리 집 낡은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으리으리한 포르쉐가 세워졌다.

동네 주민들이 구경을 나왔고, 엄마는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사위가 선물해 준 차라고 사방에 자랑을 늘어놓았다.

약혼식은 일주일 뒤로 잡혔다.

엄마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보였지만, 수화기 너머로 내게 지시하는 것은 잊지 않았다.

“너 약혼식 날에는 내가 사준 하얀 원피스 있지? 그것만 입어. 주인공인 네 언니 돋보이게 튀는 짓 하지 말고.”

“그리고 언니 드레스는 유명 브랜드 한정판 오트쿠튀르니까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라. 때 묻으면 네 주제에 물어내지도 못하니까.”

“알았어.”

“또, 그날은 제발 입 꾹 닫고 있어라. 쪽팔리게 만들지 말고. 언니 친구들은 다 뼈대 있는 집안 자식들이니까, 마트 캐셔 주제에 가서 쓸데없이 말 걸어서 망신당하지 말란 뜻이야.”

“알았어.”

“엄마가 다 널 위해서 뼈 아픈 소리 하는 거야. 엄마 편애한다고 서운해하지 마라. 난 너한테도 공평하게 다 챙겨주잖니. 이번 언니 약혼식에도 너 참석하게 해주는 것처럼.”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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