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사장님 계산원 여동생을 사세요 · 제1화설정≡

사장님 계산원 여동생을 사세요제1화

이 화는 약 297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은 언니에게 완벽한 조건의 재벌 2세를 소개해 주면서, 내게는 볼품없는 남자를 들이밀었다.

나는 울고불고 매달리는 대신, 그저 조용히 웃으며 상대의 연락처를 저장했다.

언니와 엄마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비열하게 웃었다.

“거봐, 엄마. 끼리끼리 딱이라니까.”

하지만 언니의 약혼남이 파티장에서 나를 마주한 순간, 온몸을 떨며 무너져 내렸다.

그는 나와 내 옆에 선 남자를 번갈아 가며 가리켰다. 목소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권…… 권 회장님, 이분이 사모님이십니까?”

남자는 나를 제 품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기며, 무심한 눈빛을 들어 올렸다.

“아니요, 내 스폰서입니다.”

* * *

엄마가 스마트폰 화면을 내 코앞까지 들이밀었을 때, 나는 마침 갈비를 뜯고 있었다.

“이것 좀 봐라. 네 언니 맞선 상대야.”

엄마의 목소리는 한껏 들떠 있었다.

“권도현 씨라고, 캠브리지 석사에 집안은 건설업 대기업이란다. 키도 188이고.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첫 만남 선물로 바로 포르쉐를 뽑아 준대.”

나는 화면을 대충 힐끗거렸다.

사진 속 남자는 요트 위에 서서 흰 셔츠에 선글라스를 낀 채, 마치 청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웃고 있었다.

“나쁘지 않네.”

나는 대꾸하며 다시 갈비를 베어 물었다.

옆에서 손톱을 다듬던 혜리 언니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콧방귀를 꼈다.

“나쁘지 않다고? 얘 좀 봐. 네 분수에 나보다 잘난 사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대꾸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무시했다.

그러자 엄마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사진 한 장을 더 꺼내 내 밥그릇 옆에 탁 내려놓았다.

“너도 네 언니 부러워할 거 없다. 엄마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생각으로 늘 공평하게 대하니까. 너한테 딱 맞는 사람으로 준비했어.”

나는 고개를 숙여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왜소하고 뚱뚱한 중년 남자가 서 있었다. 허름한 택배 대리점 앞에 서서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데, 고춧가루가 낀 이빨이 훤히 보였다.

사진 아랫부분에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김성식, 38세, 이혼남, 아들 하나 있음.]

나는 헛웃음을 삼키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 이게 엄마가 말한 ‘공평함’이야?”

엄마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이내 뻔뻔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왜 공평하지 않다는 거니? 네 언니한테 맞선 주선해 준 것처럼 너한테도 똑같이 해줬잖아. 이게 일관된 사랑이지.”

엄마는 언니의 요트 사진을 가리켰다가, 다시 내 앞의 택배 대리점 사진을 가리켰다.

“봐라, 네 언니는 격이 맞으니까 격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거고, 너는 평범하니까 평범한 사람을 만나는 거야. 엄마는 다 널 위해서 그러는 거란다.”

“내가 평범한지 엄마가 어떻게 알아?”

언니가 얄밉게 끼어들었다.

“하은아, 너 양심이라는 게 없니?”

엄마가 손을 가볍게 내저었다.

“성식 씨 사람 참 진국이야. 내가 다 알아봤는데,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신단다. 키가 좀 작긴 하지만…… 남자가 키 좀 작으면 어떠니? 혼수랑 지참금으로 1억 원을 선뜻 내놓겠대. 시집가면 일 안 하고 바로 엄마 소리 들으면서 편하게 살 텐데, 그만한 복이 어디 있니.”

나는 뼈를 뱉어내며 건조하게 말했다.

“엄마, 나 이제 겨우 스물넷이야.”

엄마는 나를 흘겨보았다.

“한 달에 마트 캐셔로 겨우 150만 원 버는 년을 그쪽에서 군말 없이 데려가 주겠다는데 무슨 불만이 그리 많아? 네 처지에 사람 골라 만나려고?”

언니가 소리 내어 웃었다. 매니큐어 병을 내려놓으며 나를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하은아, 나도 다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넌 학벌이 좋길 하니, 얼굴이 특출나게 예쁘길 하니. 그냥 평범하잖아. 직업도 고작 캐셔고.”

언니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성식 씨는 그래도 대리점 사장인데, 너한테는 과분한 자리지. 밥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잖아.”

나는 식탁 위에 놓인 대조적인 사진 두 장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부모님의 짜증 섞인 표정을 살폈다.

여기서 내가 거절했다간 오늘 밤 이 집구석이 조용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알았어. 연락처 줘.”

그 말에 언니와 엄마가 마주 보며 동시에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등을 툭툭 쳤다.

“그래, 그래야 내 딸이지. 엄마가 설마 네 갈 길 막겠니? 너희 자매는 엄마가 늘 똑같이 사랑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엄마는 식탁 위에 있던 갈비찜 접시를 자연스럽게 언니 앞으로 밀어주었다.

“우리 혜리 많이 먹어. 이거 다 너 먹으려고 사 온 거야. 요즘 살이 너무 빠져서 안쓰러워 죽겠다.”

나는 밥그릇에 남은 마지막 뼈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후, 김성식은 나를 동네 골목길의 허름한 가락국수집으로 불러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혼자서 우동을 꾸역꾸역 먹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들어서는 것을 보더니 손등으로 대충 입가를 쓱 문질렀다.

“앉아요.”

그가 턱끝으로 맞은편의 낡은 플라스틱 의자를 가리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가 내 위아래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시선이 내 가슴 부근에서 몇 초간 머물더니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사진 보정은 안 했나 보네? 생각했던 것보다는 쓸 만하네.”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가 만두를 크게 베어 물자 만두피의 즙이 테이블 위로 사방에 튀었다.

“얘기는 대충 들었소. 동네 마트 캐셔에 한 달에 150만 원 받고, 월세 산다면서요?”

그가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를 드러내며 낄낄거렸다.

“그쪽 집안도 참 별나네. 한 부모 밑에서 자랐는데 어쩜 그렇게 차이가 나? 혹시 주워온 자식 아니요?”

나는 그의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할 말 끝났나요?”

“아니, 아직 안 끝났지.”

그는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대며 다리를 꼬았다.

“여자 나이 스물넷이면 금방 가요. 내년에 꺾이면 누가 데려간대? 내가 1억 원 준다고 한 건 순전히 은혜를 베푸는 거요. 시집오면 얌전히 살림하고 애나 잘 키워요. 내 아들이 조금 극성이긴 한데, 네가 엄마 노릇 잘하면 녀석도 조만간 엄마라고 불러 주겠지.”

나는 눈앞에 놓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락국수 대접을 들어 그대로 그의 사타구니에 들이부었다.

“죄송해서 어쩌죠. 남의 자식 뒤치다꺼리하는 일에는 취미가 없어서요.”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