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계산원 여동생을 사세요제3화
이 화는 약 246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공평하게 챙겨준다.’
엄마는 살면서 이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다.
어릴 적 언니가 닭다리를 뜯을 때, 내 앞에는 닭목과 닭똥집이 놓였다.
엄마는 말했다. “여기도 쫄깃하고 영양가가 많단다. 엄마는 차별 없이 다 주는 거야.”
언니가 매번 새 옷을 살 때, 나는 언니가 입던 헌 옷을 물려받았다.
엄마는 말했다. “헌 옷이 길들여져서 몸에 더 착 감기는 법이야. 엄마는 다 똑같이 챙겨주는 거란다.”
이제 언니는 포르쉐를 모는 재벌 2세에게 시집가고, 나는 이혼남 택배 기사에게 맞선을 본다.
엄마는 말한다. “그 사람이 성실하잖니. 엄마는 너한테도 든든한 짝을 찾아준 거야.”
정말 눈물겹도록 공평한 대접이었다.
일주일 후, 약혼식장.
언니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수입 드레스를 입고 최재혁의 팔짱을 낀 채 잡지 표지 모델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식장의 맨 구석, 가장 마지막 테이블이었다.
수송 차량 기사들, 출장 뷔페 직원들, 꽃 배달 업체 직원들이 모여 앉은 자리였다.
언니가 하객들에게 잔을 돌리다 우리 테이블 앞에 멈춰 서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제 동생 하은이에게 특별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장내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 쏠렸다.
“오늘 동네 마트 캐셔 일까지 쉬고 제 약혼식을 축하해 주러 와줬거든요.”
언니가 눈을 찡긋거렸다.
“교대 근무 바꾸기 정말 힘들었을 텐데 고마워.”
주변 하객들이 수근대기 시작했다. 옆 테이블에서 나지막이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생이 마트 캐셔라고? 진짜야? 자매인데 스펙 차이가 왜 저렇게 나지?”
언니는 하객들의 반응을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조소를 띠었다.
“우리 동생이 아직 인연을 못 찾았어요. 여기 계신 어르신들 중에 성실하고 좋은 분 있으면 소개 좀 많이 해주세요.”
언니가 짐짓 한숨을 폭 쉬며 덧붙였다.
“얼마 전에 아주 건실한 분을 소개해 줬는데, 눈이 너무 높아서 차버렸지 뭐예요. 제가 다 속이 타요.”
내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뒤에서 엄마가 내 어깨를 억척스럽게 짓눌렀다.
“가만히 있어라. 언니 일생일대의 경사에 깽판을 쳐야 속이 시원하겠니?”
나는 엄마를 올려다보았다. 실망감이 가득 찬 시선으로 물었다.
“엄마는 언니가 나를 조롱거리로 만드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
엄마는 짜증이 머리끝까지 난 표정이었다.
“언니가 장난 좀 친 것 가지고 왜 그래? 그리고 틀린 말 한 것도 아니잖니.”
언니는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틈을 타 내 앞으로 다가와 잔을 내밀었다.
“하은아, 언니한테 축하 주 한잔 안 줄 거야?”
엄마의 매서운 경고 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나는 천천히 일어나 테이블 위의 탄산음료 잔을 들었다.
“결혼 축하해, 언니.”
언니가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아주 낮고 싸늘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5만 원짜리 싸구려 보세 원피스 입고 기사들 틈에 찌그러져 있는 주제에, 감히 내 약혼식에 오고 싶었니?”
언니는 몸을 물리며 비열하게 웃었다.
나 역시 입꼬리를 올리며 생긋 웃어 보였다.
“언니, 오늘 진짜 예쁘다. 근데 그 드레스 대여하는 데 하루에 얼마야?”
언니의 얼굴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옆에 있던 최재혁이 으스대며 황급히 거들었다.
“대여가 아니라 맞춤 오트쿠튀르 라인입니다. 6천만…….”
“아, 맞춤이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또 언니가 직접 벌어서 산 줄 알았네. 언니 월급이 400만 원이니까, 한 푼도 안 쓰고 숨만 쉬면서 12년 넘게 모으면 딱 맞겠네.”
언니의 안색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너 지금 뭐라 그랬어?”
“내가 계산을 잘못했나? 언니, 화내지 마. 그냥 해본 소리야.”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이게 진짜……!”
언니가 부르르 떨며 손을 들어 올렸다. 뺨이라도 갈겨버릴 기세였다.
그 순간, 약혼식장의 무거운 문이 밖에서부터 거칠게 열렸다.
검은 수트를 입은 경호원들이 좌우로 대열을 맞추어 들어왔고, 그 선두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타이를 매지 않은 블랙 실크 수트에 셔츠 깃을 가볍게 풀어 헤친 모습이었다.
최재혁은 그 남자를 발견하자마자 들고 있던 유리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그는 허리를 거의 90도로 꺾으며 헐레벌떡 뛰어나갔다.
“권 회장님? 여긴 어쩐 일로 직접 왕림해 주셨습니까?”
남자는 그의 인사 따위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가볍게 무시했다.
그의 짙은 눈동자가 식장 안의 하객들을 꿰뚫고 지나가 마침내 내 얼굴에 가 닿았다.
최재혁이 남자의 시선을 따라 나를 보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권 회장님, 저쪽은 제 약혼녀 동생입니다. 그냥 동네 마트 캐셔일 뿐이라 사리분별을 잘 못해서…….”
남자는 이미 내 앞까지 걸어와 있었다.
“다 놀았어?”
나는 들고 있던 음료수 잔을 내려놓으며 생긋 웃었다.
“아니, 아직 조금 남았는데 거의 다 끝났어.”
최재혁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이마를 훔쳤다.
“권 회장님, 제 처제와 사적으로 아는 사이이십니까?”
남자는 최재혁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긴 팔을 뻗어 내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제 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홀 전체에 울릴 만큼 나직하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쪽은 내 스폰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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