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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스며든 아픔제2화

이 화는 약 222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한밤중, 별전의 문이 몰래 열렸다.

최 상궁이 도둑처럼 슬그머니 들어와 내게 거친 베로 만든 내시 옷 한 벌을 건넸다.

"한 답응, 어서 갈아입으십시오. 마차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는 연신 감사 인사를 올렸다.

궁문을 나서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최 상궁에게 황급히 떠밀려 허름한 마차에 올라탔다.

마차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멈춰 섰다.

마차 휘장이 거칠게 젖혀지며 독한 싸구려 술 냄새가 확 끼쳐 왔다.

마부는 음흉한 낯빛으로 손을 비비며 내게 달려들었다!

"최 상궁이 널 내게 넘겼으니 오늘 내가 제대로 예뻐해 주마!"

나는 매우 놀라 안색이 변한 채 필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네가 감히! 당장 꺼지거라!"

나는 앞뒤 가리지 않고 비녀를 뽑아 그를 찔렀다.

그는 아픔에 몸을 움찔하더니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쫙 소리와 함께 내 겉옷이 찢어졌다.

"살려주시오!" 나는 절망에 빠져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바로 그때 골목 어귀에 수많은 횃불이 갑자기 밝혀지며 칠흑 같은 밤을 대낮처럼 밝혔다.

"여봐라! 간통이다!"

"한 답응이 궁에서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사내와 눈이 맞아 도망치려 합니다!"

병사들이 순식간에 마차를 빈틈없이 에워쌌다.

나는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마차에서 끌려 내려와 헌 누더기처럼 바닥에 내던져졌다.

사람들이 길을 비키자, 강도현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의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한서라, 네가 감히 이런 짓을 저지르냐?"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눈물이 입가의 피와 뒤섞여 흘러내렸다.

"사내와 눈이 맞은 게 아닙니다! 황후마마께서 저를 궁 밖으로 내보내셨습니다. 저 마부가 저를 겁탈하려 한 것입니다! 정말 아닙니다!"

그런데 강도현이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그래서 나의 귀가 윙윙 울리고 눈앞이 핑 돌더니 얼굴 한쪽이 순식간에 퉁퉁 부어올랐다.

"천한 것! 감히 황후마마께 죄를 뒤집어씌우느냐?"

"황후는 어질고 자애로워 짐에게 네 처소에 자주 들르라고까지 하셨다. 그런데 너는 어떠했느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천한 마부와 정을 통하다니! 네 눈에는 짐이 죽은 사람으로 보이느냐?"

강도현은 곁에 있던 호위의 검을 거칠게 뽑아 마부의 목을 단칼에 베었다.

피가 내 얼굴에 튀었고 뜨거웠지만 온몸이 서늘해졌다.

그제야 백유리가 궁녀의 부축에 황급히 달려왔다.

그녀는 이 광경을 보자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더니 이내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폐하,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서라가 낮에 고향에 가고 싶다고 하기에 제가 몰래 편의를 봐주어 보내 주려 했는데..."

"제 출궁패를 빌려 사내를 만나러 갈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으니 부디 벌을 내려 주십시오."

최 상궁도 곧장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폐하, 부디 살펴 주시옵소서! 전 분명히 한 답응이 저 마부와 눈을 맞추는 것을 직접 보았나이다. 게다가 금비녀까지 건네며 정표로 삼았옵니다!"

강도현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금비녀에 꽂혔다.

그것은 그가 영남에 있을 때 몇 달 동안 돈을 모아 내게 선물해 준 유일한 장신구였다.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서라, 훗날 네게 금은보화를 얼마든지 안겨 주마."

그런데 이제 저 비녀는 내가 사내와 정을 통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되어 버렸다.

강도현은 기가 막힌 듯 웃었다. 그 웃음소리가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그리고 검으로 내 목을 겨눴다.

"한서라, 네 아비의 옛정을 봐서 네 목숨은 살려 주마."

"그토록 천한 짓을 좋아한다면, 짐이 네 뜻을 이루어 주마!"

"여봐라! 찰형(拶刑)을 시행하라!"

"사내를 꼬드기는 저 손으로도 그 볼품없는 옷가지를 다시 지을 수 있는지 보겠다!"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한때 내가 칼질하다 손가락을 베기만 해도 가슴 아파 눈물까지 흘리던 사람이, 이제는 내 열 손가락을 부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열 손가락을 짓누르는 고통이 가슴까지 파고들며 형구가 조여드는 순간 나는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텅 빈 전각 안에 메아리쳤다.

나는 고통에 정신을 잃었다가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고 다시 깨어났다.

강도현은 나를 내려다보며 혐오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한서라, 영남에서 너와 혼인한 것이 내 평생 가장 큰 치욕이라는 생각이 드는구나!"

양손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엎드린 나는 문득 헛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은 피와 뒤섞여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강도현, 알고 보니 지난 십 년의 정이 네게는 치욕이었구나.’

‘하지만 그때 너를 살리려고 내가 독혈을 빨아냈고, 이제 그 병이 다시 도져 손쓸 수도 없으니 내 목숨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너희는 속이 시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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