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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이름의 주인제2화

이 화는 약 193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차세린은 내가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 잠시 굳어 있던 차세린은 천천히 목걸이를 풀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세요.”

내가 손도 대지 않자 차세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걸 가져간다고 뭐가 달라져요? 정우진이 바다에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여전히 저인데요.”

차세린의 말은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혼자 비련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감상에 빠져 떠드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담담하게 말했다.

“물건은 일단 여기 두세요. 잃어버리지 말고요.”

차세린이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에요?”

“나중에 조사할 사람이 있을 테니까요.”

현관까지 갔을 때 휴대폰이 다시 울렸고 화면을 보니 정우진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희서 네가 해온 아파트에는 왜 갔어?”

나는 뒤를 돌아 차세린을 바라봤다. 차세린은 고개를 숙인 채 이미 다른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어?”

정우진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대답했다.

“세린이가 모르는 여자가 찾아와 시비를 건다고 하잖아. 듣자마자 너인 줄 알았지.”

“모르는 사람 아니잖아. 당신이 다이아몬드 세트까지 사 주는 여자라면 나도 알아 둬야지.”

전화기 너머가 잠시 조용해졌다가 정우진이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거래처 선물이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거래처?”

“세린이가 해성해운 항만 홍보를 도와주고 있어. 협력업체 쪽 사람이야.”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협력업체 사람이 당신이 ‘가족에게 전달 금지’라고 적어 둔 물건을 받고 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고?”

정우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희서야, 내가 배에 있는 동안까지 네 감정 문제를 처리하게 만들지 마.”

나는 더 들을 것도 없이 전화를 끊었다.

그날 저녁, 시어머니가 집으로 찾아왔다. 얼마나 급하게 왔는지 현관에 들어서면서 신발조차 제대로 벗지 않았다.

“네가 세린이를 찾아갔다며?”

나는 주방에서 죽을 끓이다가 시어머니를 돌아봤다.

“우진 씨가 말했어요?”

시어머니는 가방을 소파 위에 내던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진이가 그렇게까지 속을 태우는데 누가 말했는지가 중요하니? 희서야, 너는 왜 갈수록 철이 없어져?”

“제 남편이 다른 여자한테 다이아몬드 세트를 사 줬는데 제가 철이 없는 거예요?”

시어머니의 얼굴이 단번에 굳었다.

“우진이는 선장이야. 밖에서 사람 만날 일도 많고 접대도 많아.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관계도 있는 거야. 너처럼 맨날 집에만 있는 애가 밖에서 얼마나 힘든지 뭘 알겠니?”

나는 탁송 목록 복사본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피할 수 없는 관계가 이 정도예요?”

하지만 시어머니는 종이를 힐끗 보기만 할 뿐 제대로 읽어 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고작 보석 한 세트잖아. 네가 그런 게 부족하니? 갖고 싶으면 우진이 돌아왔을 때 하나 사 달라고 하면 되잖아.”

“제가 부족한 건 보석이 아니라, 남편이 저한테 거짓말하지 않는 거예요.”

그러자 시어머니가 식탁을 세게 내리쳤다.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야? 우진이가 번 돈을 집에 안 가져다주니? 네가 사는 이 집도 우진이가 배 타면서 번 돈으로 마련한 거 아니야?”

나는 말없이 시어머니를 바라봤다.

이 집의 계약금은 아버지가 남겨 준 돈으로 치렀고 인테리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챙겼다. 정우진은 일 년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느라 우리 침실 커튼이 무슨 색인지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 사실은 하나도 모르는 시어머니는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자신이 옳아서 내가 할 말을 잃은 줄 알았다.

“내일 세린이한테 사과해. 이 일은 여기서 끝내고 괜히 우진이 수석 선장 승진에 지장 주지 마.”

나는 끓인 죽을 그릇에 담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

“사과 안 해요.”

시어머니는 화가 나 손까지 떨었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니? 선장 아내로 사는 게 얼마나 번듯한데. 우진이 없으면 네가 뭐가 될 것 같아?”

나는 죽그릇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시어머니를 바라봤다.

“다시 제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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