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녀가 나를 불륜녀라 부른다제2화
이 화는 약 1778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휴대폰을 껐다. 정윤지도 나처럼 상처받은 불쌍한 사람 같아서 어쩐지 짠해 보였고 만약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생각했다.
진도현은 여전히 내 문자에 답장하지 않았고 전화하지도 않았다. 시어머니 시체는 이미 화장했기에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문자를 보냈다.
[나: 오늘 저녁까지 본가로 와, 오지 않으면 하관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낡은 별장이다 보니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보내주지 않으면 풍수에 영향을 줄 것이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화투를 치기 시작했고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나는 일부러 멀찍이 앉았고 진씨 가문 사람들은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한테 먼저 식사하라고 말했다.
방 안을 가득 채운 담배 연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서 밖으로 나가려는데 출입문 쪽으로 다가갈수록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천천히 문을 열자 정윤지와 마주쳤다. 정윤지 뒤로 사람이 8명 정도 더 있었는데 모두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다른 한 손에 몽둥이를 들었다. 난동 부리러 온 것이 틀림없었기에 나는 살짝 겁을 먹었다.
“정윤지 씨, 여기는 어쩐 일로 왔어요?”
정윤지는 멈칫하더니 곧바로 팔짱을 끼고는 뒤따라온 사람들한테 말했다.
“이 사람이 바로 불륜녀야, 확실해졌어! 그렇지 않으면 내 이름을 알 리가 없잖아?”
내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정윤지가 내 뺨을 후려갈겼고 장례식을 준비하느라 며칠 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나는 그 충격을 못 이기고 바닥에 쓰러졌다. 정윤지는 피식 웃더니 소리를 지르면서 내 멱살을 잡았다.
“내 남자 친구는 오지 않았으니 연약한 척하지 마, 볼수록 구역질 나거든.”
정윤지는 또다시 내 뺨을 때렸고 뾰족한 손톱 끝에 살결이 스치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맞아서인지 나는 억울했고 화가 나서 정윤지의 뺨을 때렸다.
정윤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불륜녀 주제에 날 때려? 네가 저지른 불륜이 사랑인 것 같아? 내 남자 친구는 진세 그룹 대표야, 이런 촌구석에서 굴러먹던 네가 감히 안길 수 있는 남자가 아니라고! 돈 많은 남자 만나서 인생 역전하려나 본데, 꿈 깨.”
나는 그제야 정윤지가 말하는 남자 친구가 내 남편 진도현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처음에는 오해해서 나를 때린 줄 알았는데 정윤지 말을 듣고 나니 날 찾는 게 확신했다.
하지만 불륜녀는 내가 아닌 정윤지였다. 나는 장례식에서 괜히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기 싫어서 정윤지를 말렸다.
“가문의 장례식을 치르는 중이라 이만 나가주세요. 다 마무리한 뒤에 얘기해요.”
정윤지는 깜짝 놀라더니 그제야 방 안에 놓인 물건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실에 시어머니 영정 사진이 걸려있었고 작은 책상 위에 다이아몬드가 빼곡히 박혀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이는 유골함이 놓여있었다.
화투를 치던 진씨 가문 사람들은 이 상황이 흥미진진한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정윤지는 잔뜩 긴장한 채 몽둥이를 들고 위협했다.
“이쪽으로 오지 마! 난 그저 불륜녀를 잡으러 왔을 뿐이니 당신들과 상관없어, 날 건드린다면 당장 신고할 거야!”
진씨 가문 사람들은 여유만만하게 과자를 먹으면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 몇 분이 지나도 나를 부축해 주는 사람이 없었고 정윤지는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여우 같은 년, 모두 네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걸 보면 집에서도 환대받지 못하는구나? 그럼 오늘 내가 직접 네 나쁜 버릇을 고쳐줄게.”
정윤지는 시어머니의 영정 사진과 주변에 놓인 물건들을 번갈아 보더니 차갑게 웃었다.
“네 엄마 장례식이야? 저기 쌓인 물건들은 조문객이 아니라 내 남자 친구가 준 선물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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