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안 출신의 말 못하는 아내는 결코 순진하지 않다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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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 아름다운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소중해 보였다.
3년 전의 5년, 그리고 돌아온 지 한 달이 된 지금까지도 그녀는 내게 지극정성이었다. 그래서 더 믿고 싶지 않았다.
나는 재빨리 핸드폰 화면을 끄고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갑자기 빈혈이 좀 와서 그래. 잠깐 휘청한 거야. 괜찮아.”
그제야 채윤은 안심한 듯 나를 조심스럽게 일으켜 세웠다.
“내일 제주도 가자. 비서한테 비행기 표 예약해두라고 했어. 너 바다 좋아하잖아. 우리 웨딩 사진, 바닷가에서 찍는 거 어때?”
여느 때와 같은 다정함이었지만, 진실을 알아버린 지금 그 목소리는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
“아니, 별로야.”
채윤이 멍한 표정을 짓더니 내 손등 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어 왔다.
“왜 그래, 시준아. 무슨 일 있었어? 우리 약속했잖아.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속이지 않기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채윤아, 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그녀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너한테 숨길 게 뭐가 있겠어.”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았어. 자자, 좀 피곤하네.”
다음 날 아침, 정적을 깨는 거친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
채윤이 문을 열자, 그곳에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한 남자가 두 살 남짓 된 남자아이를 안고 서 있었다.
“채윤아… 애가 계속 엄마만 찾아. 밤새 한숨도 못 자고 울기만 해. 너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만, 나도 이제 한계야…”
채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내 눈치를 살피며 말을 더듬었다.
“시준아, 오해하지 마. 이쪽은 우리 팀 주치의였던 진우현 씨야. 내 동료이자 친한 언니였던 분의 남편인데, 그 언니가 작전 중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거든. 부자가 너무 안쓰러워서 내가 좀 챙겨줬던 것뿐이야…”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우현이라는 남자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송시준 씨, 두 분 곧 결혼하신다는 거 압니다. 채윤이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애가 아직 너무 어려서 자꾸 엄마만 찾으니까 저도 어쩔 도리가…”
나는 그의 말을 끊고 채윤을 빤히 바라보았다.
“애가 엄마를 찾네. 채윤아, 네가 저 아이 엄마야?”
채윤은 진우현을 매섭게 쏘아붙이고는 내게 변명하듯 쏟아냈다.
“아니야, 시준아! 애가 벌써 두 살이 넘었는데 내가 어떻게 이런 큰 애가 있겠어. 그냥 별이 엄마가 나 대신 죽은 거나 다름없어서 내가 마음이 쓰여서 돌봐줬더니, 애가 날 엄마로 착각하는 거야. 다 오해야.”
나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뜯어보았다. 아직 어린아이였지만, 이목구비가 채윤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내일 밤이면 할아버지가 보내준 차를 타고 이곳을 떠난다.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심장을 짓누르는 통증을 견디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믿을게. 두 사람 잘 달래서 보내. 난 좀 더 자야겠어.”
내가 계단을 올라가자 채윤이 다급하게 뒤를 쫓아왔다.
“시준아, 화난 거 아니지? 응? 걱정 마, 절대로 우리 관계에 방해 안 되게 할게…”
하지만 채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아래층에서 진우현의 가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채윤아, 네가 가고 나서 한 달 동안 애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해서 몸이 말이 아니야. 병원 좀 같이 가주면 안 될까? 난 여기 지리도 잘 모르고 아는 사람도 너뿐이라… 나한텐 별이밖에 없는 거 알잖아. 이 애마저 잘못되면 난 정말 못 살아.”
나는 고개를 돌려 채윤을 보았다. 그녀는 입을 떼지 못했지만, 눈빛만큼은 이미 흔들리고 있었다.
걱정하고 있었다. 그 남자가 아니라, 그 아이를.
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가 아프다는데 큰일이네. 병원 같이 다녀와. 어쨌든 널 구하려다 돌아가신 분 아이라며.”
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목소리조차 가벼워졌다.
“그럼 얼른 병원만 들렀다 올게! 시준아, 고마워.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현관으로 달려가 익숙한 몸짓으로 아이를 건네받았다. 너무나 능숙한, 엄마의 손길이었다.
얼마나 급했는지 잠옷 차림에 겉옷만 대충 걸친 채였다.
나는 채윤의 어깨에 의지해 안겨 있는 아이와, 멀어져가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심장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더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깊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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