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집안 출신의 말 못하는 아내는 결코 순진하지 않다제3화
이 화는 약 1655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하늘이 완전히 어둑해진 뒤에야 채윤과 우현이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
나는 온종일 방 안 침대에 틀어박혀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방으로 들어오는 채윤의 얼굴에는 미안함이 가득했다. 그 표정을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채윤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시준아, 애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 의사 선생님이 장기적인 케어가 필요하다는데, 얘네 부자가 한국에 연고가 없잖아.”
“집도 넓은데… 당분간만 여기서 지내게 하면 안 될까?”
나는 눈을 질겁게 감았다. 가슴 밑바닥에서 치밀어 오르는 비참함을 억누르려 애썼다.
오늘 아침, 분명히 약속했었다. 우리 생활에 절대 지장 없게 하겠다고. 그런데 이제는 그 부자를 집안으로 들이겠단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내 눈동자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입을 떼려던 찰나, 어느새 진우현이 아이 손등을 잡고 방 문턱까지 다가와 서 있었다.
“시준 씨, 채윤이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그냥 애 건강이 걱정돼서 그러는 거니까요. 이 아이,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었어요. 채윤이가 그때부터 제 아내 대신 엄마 노릇을 해줘서 애가 유독 따르는 거예요.”
“애한테 채윤이가 엄마가 아니라고 설명할 길도 없고… 그래도 정 불편하시다면 저희가 나갈게요…”
우현의 가증스러운 ‘피해자 코스프레’가 이어졌지만, 내 시선은 아이의 목에 걸린 목걸이에 고정되었다.
숨이 턱 막혔다. 이불을 쥔 손끝이 떨렸고, 눈물이 통제력을 잃고 툭툭 떨어졌다.
나는 채윤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목소리는 내가 들어도 소름 끼칠 만큼 갈라져 있었다.
“저 아이 목에 걸린 거… 뭐야?”
내가 열여섯 살 때, 할아버지는 거금을 들여 채윤을 내 개인 경호원으로 고용하셨다.
딱히 위험한 일은 없었지만,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채윤이 과거 원한 관계에 얽힌 킬러들에게 쫓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상대가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그녀를 밀치고 대신 그 치명적인 총탄을 맞았다.
상대는 현장에서 제압됐고 채윤은 목숨을 건졌지만, 내 심장 불과 0.5cm 옆에는 구멍이 났다.
병원에서 깨어났을 때, 채윤은 내 침대 곁에서 눈이 짓무르도록 울고 있었다.
“오늘부터 내 목숨은 송시준, 네 거야.”
“심채윤의 인생에 송시준을 배신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녀는 내 가슴 속에서 꺼낸 그 탄두를 가공해 목걸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은 채 경건하게 그 탄두에 입을 맞췄다.
“이 순간부터 매 순간 기억할게. 내 목숨이 누구 덕분에 붙어 있는지.”
“이 목걸이는 내 부적이야. 내가 살아있는 한, 이건 절대 내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날 채윤의 붉어진 눈시울이 너무 진실해 보여서였을까, 아니면 목걸이에 입 맞추던 그 뒷모습이 너무나 애틋해서였을까.
나는 그저 그날, 내 마음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던 것만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죽어도 몸에서 떼지 않겠다던 그 목걸이가 저 아이의 목에 천연덕스럽게 걸려 있었다.
채윤은 입술만 달싹일 뿐, 차마 어떤 변명도 내뱉지 못했다.
반면 진우현의 눈동자에는 찰나의 승리감이 스쳤다.
“아, 이 목걸이요? 별이가 조산으로 태어나서 아주 위험했거든요. 채윤이가 애 걱정된다고 선물로 준 거예요. 태어날 때부터 줄곧 차고 있었죠.”
“근데 정말 신기하죠? 이 목걸이 덕분인지 애가 큰 병 한 번 없이…”
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윤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을 잘랐다.
“그만해! 입 닥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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