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백 번의 도망 · 제2화설정≡

백 번의 도망제2화

이 화는 약 207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의 모습에 임 집사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지만, 따라오지는 않았다.

주씨 가문 저택에서 멀어지자 나는 골목 안으로 숨어들어 초라한 몰골을 어둠 속에 감추었다.

조금 전 그 부자간의 대화를 떠올린 나는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었고, 눈에는 서글픔이 가득 찼다.

...

나는 본래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명문가의 아가씨로, 팔 년 전 가문을 따라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 들어가 살았어야 했다.

하지만 과거에서 삼등으로 급제한 주인혁에게 첫눈에 반해 이곳에 남았다.

그에 대해 알고 싶어 사방으로 수소문했으나, 그에게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고 심지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의 혼례식 날 축복을 빌어주고, 곧바로 가문을 찾아 떠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혼례를 보지 못했고, 대신 소연아가 그를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비굴하게 애원하는 그를 보았으나, 소연아는 혐오스럽다는 듯 그의 소매를 뿌리치고 망설임 없이 돌아서 떠났다.

그녀가 시집가던 날, 주인혁은 술집에서 술에 잔뜩 취했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되어 다가가 말리려던 찰나, 그는 나를 덥석 품에 안았다.

밀쳐내려 했지만, 그는 가련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연아도 나를 버렸는데, 너마저 나를 버릴 셈이냐?"

마음이 약해진 나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했고, 술기운을 빌려 우리는 하룻밤을 함께 보냈다.

그리고 주인혁은 바로 다음 날 도성을 떠나 양주(揚州)로 발령받기를 자청했고, 그곳에서 나와 가정을 꾸렸다.

그는 소연아를 잊고 진심으로 나를 대할 것이며, 수년 동안 변함없이 나를 지극정성으로 아끼겠다고 말했다.

팔 년 동안 우리에게는 아들이 생겼고, 부부 사이의 정은 나날이 깊어졌다.

나는 우리가 이렇게 평온하고 행복하고 평범하게 평생을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보름 전, 소연아가 초라한 행색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주인혁을 보자마자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달려들어,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강요 때문이었다고 변명했다.

게다가 혼례를 피해 달아나 거지가 된 채 도성 주변에서 팔 년 동안 주인혁을 찾아 헤맸다고 했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도 불안했다.

주인혁이 과거에 소연아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불안함을 눈치챈 듯, 그는 부드럽게 내 손을 잡으며 소연아의 붉어진 눈시울을 외면한 채 나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날 우리 세 식구는 평소와 다름없었고, 주인혁은 결코 변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다음 날, 그는 기억을 잃었다.

팔 년 전으로 기억이 되돌아간 그는 주저 없이 소연아를 불러들여 다시 사랑에 빠졌다.

심지어 나를 재산을 노리는 음흉한 여자로 취급하며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나와 주현우를 홀대하기 시작했고, 나와 함께한 팔 년의 세월조차 부정했다.

나는 그 팔 년을 꺼내 들며 기억을 떠올려 보게 하려고 애썼지만, 그는 그때마다 차가운 눈으로 내가 건넨 것들을 모조리 내던지고는 소연아와 다정하게 어울릴 뿐이었다.

억울함을 삭일 수 없어 소연아가 혼인을 피해 달아난 적도, 팔 년 동안 그를 찾아다닌 적도 없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낸 나는, 증거를 들고 그를 찾아갔으나 소연아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심지어 소연아는 내가 자신을 호수에 밀쳤다고 모함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려 했지만, 주인혁은 나를 믿지 않았다. 오히려 소연아를 안아 올리며 사람들에게 나를 호수에 처박으라 명령했고, 나는 얼어붙은 물속에서 고열이 날 때까지 시달렸다.

실망 끝에 마음을 접은 나는 화리서를 남기고 주현우를 데리고 떠나 그와 인연을 끊으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잃어버린 팔 년에 대한 복수라며,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그는 사람을 보내 주현우를 잡아다 괴롭혔다.

결국 나는 제발로 저택에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소연아가 만족할 때까지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우리는 아흔아홉 번을 도망쳤지만, 한 번도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주현우가 백 번째로 잡혀갔을 때, 나는 신분을 숨기고 시녀로 변장해 저택에 잠입했다.

주현우가 위치를 추적하는 주술에 걸린 건지 알아보려 했지만, 뜻밖에도 주인혁은 처음부터 기억을 잃지 않았고 주현우 역시 줄곧 나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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