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의 도망제1화
이 화는 약 206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혁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에게 시집간 소꿉친구 소연아를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
심지어 나를 자신의 재산을 노리는 음흉한 여자라고 여겼다.
소연아가 내가 자신을 호수에 밀어 빠뜨렸다고 모함하자, 주인혁은 사람을 시켜 나를 호수에 처박고 고열이 날 때까지 차가운 물속에 내버려 두었다.
실망 끝에 마음을 접은 나는 화리서를 남기고 아들 주현우를 데리고 떠났다.
하지만 우리가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할 때마다, 주인혁은 사람을 보내 주현우를 데려가 괴롭혔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다시 저택으로 돌아와 소연아가 만족할 때까지 나를 괴롭히도록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우리는 아흔아홉 번이나 도망쳤음에도 끝내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주현우가 백 번째로 잡혀갔을 때, 나는 신분을 숨기고 시녀로 변장해 저택에 잠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혁의 기억상실은 가짜였고, 우리가 매번 잡혔던 건 주현우가 그에게 몰래 소식을 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나는 우연히 주현우와 주인혁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어머니는 참 멍청합니다. 우리가 매번 붙잡히는 것이 제가 계속 소식을 흘리고 있어서라는 걸, 지금까지도 모르시잖아요."
"어머니가 그때 술집에서 아버지를 데려가 사랑을 가로채지만 않았어도, 연아 이모님이 혼례를 피해 달아난 뒤 아버지를 팔 년이나 찾아 헤맬 일은 없었을 겁니다."
"저와 아버지가 어머니를 백 번만 함께 골탕 먹이면, 연아 이모님이 앙금을 완전히 털어내고 어머니를 용서해 주실 겁니다."
주인혁은 대견하다는 듯 주현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에 돌아오면 네가 나를 도와 어머니를 잘 설득해 보거라. 스스로 첩으로 내려앉겠다고 말이다."
"애초에 네 어머니가 먼저 남의 사랑을 가로챘으니, 연아와 정실 자리를 다투어서는 안 된다."
...
"허나 네 어머니는 고집이 세서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연아를 한 번 도와줬다고 화리서를 던져두고 너를 데리고 그렇게 여러 번 도망칠 리가 없지."
주인혁이 한숨을 쉬자 주현우도 덩달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럼 차라리 아버지께서 기억을 되찾은 척하십시오. 어머니는 아버지를 아주 사랑하시니까 이해해 줄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잘못을 저지른 건 어머니잖습니까."
주현우가 당연하다는 듯 말하자, 주인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주현우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도 기억상실인 척하고 싶지 않다. 허나 네 어머니는 예전에 내가 자신을 배신하면 더 이상 나를 보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기억을 잃은 척해야만 네 어머니가 이 모든 일이 내 본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 아직 기억을 되찾은 척 해서는 안 된다."
"연아의 화가 완전히 풀리면 그때 기억을 되찾은 척 어머니를 달래서 정실과 같은 지위의 부인으로 삼을 계획이다."
"어쨌든 부부로 팔 년을 함께했으니, 나도 이대로 우리 가족이 흩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
"게다가 네 어머니는 이제 너밖에 없지 않느냐."
"그러니 현우야, 네 어머니를 붙잡아 두는 일은 네게 달렸다."
주인혁이 말을 마치자 주현우는 망설임 없이 가슴을 두드렸다.
"걱정 마십시오, 아버지. 꼭 해내겠습니다. 어머니가 돌아오시면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동의하지 않으시면, 제가 일부러 다쳐서라도 마음을 돌리게 할 겁니다. 어머니는 저를 아주 아끼시니 분명 들어주실 겁니다!"
주현우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어떻게 하면 아버지와 함께 나를 첩으로 내려앉힐지 궁리하기 시작했다.
방 안의 대화는 계속되었지만, 나는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어 몸을 돌려 그곳을 빠져나왔다.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멀어졌을 때야 비로소 멍하니 멈춰 서서 욱신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멀리서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본 임 집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너를 저택에 들인 건 게으름이나 피우라고 한 게 아니다. 일하기 싫으면 당장 나가거라!"
그녀가 기세등등하게 쏘아붙이자, 나는 얼른 눈물을 닦고 빗자루를 내려놓으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보살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 집사님. 지금 바로 떠나겠습니다."
그 말에 임 집사는 멍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왜 갑자기 그만두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돈은 안 받을 셈이냐?"
임 집사가 물었지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저택을 나섰다.
"필요 없습니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