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번의 도망제3화
이 화는 약 1978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주인혁과 주현우는 소연아를 위해 함께 나를 골탕 먹이기로 약속까지 했다.
아흔아홉 번의 도주와 주현우를 잃을까 노심초사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니 헛웃음이 나왔고,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졌다.
이제 그들은 또다시, 백 번째로 나를 농락해 스스로 첩의 자리로 내려앉게 하고 자기들 뜻에 순순히 따르게 하려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더 이상 그 장단에 맞춰줄 생각이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나는 망설임 없이 골목을 빠져나와 길을 떠났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마차 한 대가 정면으로 달려와 부딪혔다.
강한 충격에 나는 바닥에 세게 나동그라졌고, 쓸린 손바닥에 붉은 상처가 생겼다.
따끔거리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으나, 마차 휘장 너머의 사람이 소연아임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입술을 깨물며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고, 마차에서 내려 내 앞길을 가로막았다.
"언니, 돌아오셨습니까?"
소연아는 무척 기쁜 듯 눈을 반짝이며 내 소매를 붙잡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그녀는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에 꽂은 비녀를 가리켰다.
"미안해요, 언니. 깜빡했습니다. 이 비녀는 원래 인혁이가 언니에게 맞춰준 것이지요?"
"어제 보고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원래 뺏고 싶지 않았는데, 인혁이가 이건 자기 부인에게 주려고 맞춘 것이라고 하더군요."
"게다가 언니가 제 사랑을 가로채지만 않았어도 원래 제가 인혁이의 부인이었을 테니까요."
"인혁이가 이걸 제게 주면서, 제가 꽂으니 정말 예쁘다고 해줬는데, 언니가 보시기엔 어떠십니까?"
그녀는 마치 나를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처럼 대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악의적인 얼굴로 나를 짓밟고 모욕했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비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내가 속상해한다고 생각했는지,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했다.
"언니가 이토록 속상해하시니, 제가 이 비녀를 돌려드릴까요?"
그녀의 눈에는 노골적인 도발이 가득했지만,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필요 없다."
내 반응에 소연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나는 태연하기만 했다.
그녀가 나타난 뒤로 주인혁은 나의 처소, 비단옷, 그 밖의 모든 것을 빼앗아 소연아에게 주었다.
눈물은 이미 오래전에 말라버렸다.
이제 와서 비녀 하나 따위에 마음 쓸 이유가 없었다.
내가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자 소연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상심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분했는지, 그녀는 다시 주현우의 이야기를 꺼냈다.
"언니께서 돌아오신 건 현우 때문이지요?"
"인혁이가 저를 너무 아껴서 언니한테 이렇게 복수하는 겁니다."
"허나 언니, 이번에는 괴롭히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와 인혁이는 팔 년이나 엇갈렸잖습니까. 그러니 언니가 저희를 위해 한 걸음마다 절을 하며 점괘를 받아다 줬으면 합니다. 저희가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때가 되면 언니가 현우를 데려가고 싶을 때 데려가게 해드리지요. 만약 남고 싶으시다면 저도 언니를 첩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요."
"어쨌든 언니가 인혁이 곁을 팔 년이나 지켰고, 저도 현우를 좋아하니까요."
소연아가 생긋 웃었지만, 나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 손을 뿌리쳤다.
그런데 다음 순간, 주인혁이 언제 나타났는지 주현우의 손을 잡고 내 앞에 서 있었다.
"연아의 말을 듣지 않다니, 현우를 버리겠다는 것이냐?"
주인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몰아붙였다.
주현우 또한 나를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 아버지가 사람을 시켜 저를 때렸습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주현우는 울먹이며 말하더니, 소매를 걷어 올려 팔에 든 시퍼런 멍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상처는 너무나 가짜 같았고, 심지어 칠한 물감조차 제대로 펴 바르지 않았다.
그런데 예전의 나는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마음이 아프다 못해 이성을 잃고는 기꺼이 수모를 감내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욱신거렸고, 입안에는 쓴맛이 가득 번졌다.
한참 뒤, 나는 주현우의 기대 어린 시선을 피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너희 마음대로 하거라. 현우는 내가 데려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전부 가짜였던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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