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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제2화

이 화는 약 200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5년 동안 강도현에게 일본에서 받은 기념품 전부였다.

유채린은 온천 호텔과 기모노 체험, 생일 이벤트에다 자신만 부를 수 있는 애칭까지 받았는데 말이다.

다시 휴대전화 화면이 켜졌다. 강도현이 사진을 한 장 더 보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사슴 모양 마그넷이었다.

[예쁘지? 채린이가 골라 줬어.]

내 선물을 고르는 데까지 유채린이 끼어 있었다.

나는 메시지를 적었다.

[유채린한테는 뭘 사 줬는데?]

전송 버튼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결국 글자를 하나씩 지우고, 대신 짧게 답했다.

[응.]

강도현이 돌아왔다.

캐리어를 끌고 들어온 도현은 옆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봉투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네 마그넷.”

그러더니 다른 주머니에서는 큰 봉투를 꺼내 현관에 내려놓았다.

“그건 뭐야?”

“채린이 거. 목도리 하나 부탁하더라고. 도쿄 쪽 무늬가 예쁘대.”

봉투 입구로 짙은 붉은색 캐시미어 목도리 끝이 보였다.

살짝 만져 보니 아주 부드러웠다.

지난겨울 나도 캐시미어 목도리를 갖고 싶다고 했었다.

“목도리를 뭐 하러 또 사? 옷장에 몇 개 있잖아.”

강도현은 분명 그렇게 대답했다.

옷장에 있던 목도리는 전부 내 돈으로 산 것이었다.

“네가 채린이 목도리를 사다 줬어?”

“부탁하길래. 가는 김에 산 거지.”

‘같이 갔는데 부탁은...’

강도현은 신발을 갈아 신고 거실로 들어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아, 피곤해. 비행기를 오래 탔더니.”

“나랑은 언제 일본 갈 거야?”

강도현이 잠깐 멈칫했다.

“갑자기 그건 왜?”

“갑자기 아니야. 5년째 물어보고 있잖아.”

“이번에 바쁜 것만 끝나면 가자. 다음에.”

‘다음에...’

벌써 열일곱 번째 ‘다음에’였다.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저녁을 먹기 전, 강도현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인아야, 도현이 돌아왔지? 결혼식 준비 서둘러야 해. 청첩장 언제 나오느냐고 다들 물어보네.”

“준비하고 있어요.”

“채린이가 지난주에 와서 하객들한테 나눠 줄 결혼식 답례품을 네 가지나 골라 줬어. 한번 봐 줄래?”

젓가락을 쥔 손이 멈췄다.

“유채린이 골라 줬다고요?”

“그럼. 네가 바쁘다니까 자기가 돕겠다고 왔지 뭐니. 얼마나 기특해.”

나는 강도현을 쳐다봤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다.

“어머님, 그런 건 저한테 말씀하시면 돼요. 유채린한테까지 부탁하실 필요 없어요.”

“뭐가 부탁이니. 원래 자주 와. 한 달에 서너 번은 오니까 너보다 훨씬 자주 보지.”

연애 2년 차에 내가 매주 어머님을 찾아뵙자고 한 적이 있었다.

강도현은 엄마가 사람 북적이는 거 안 좋아한다며 너무 자주 갈 필요 없다고 했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만 갔다.

그런데 나중에는 내가 바쁘니 두 달에 한 번만 가도 된다고 했다.

어머님이 사람들이 오는 걸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오는 걸 싫어하는 거였다.

유채린은 한 달에 서너 번씩 가도 귀찮아하지 않았다.

“어머님, 답례품은 제가 준비할게요.”

“그래. 그래도 채린이가 고른 게 괜찮으니까 참고는 해 봐.”

전화를 끊고 도현에게 물었다.

“네가 유채린한테 어머님 댁에 가서 답례품 고르는 걸 도와 달라고 했어?”

“걔가 알아서 간 거야.”

“알고 있었으면 나한테 말을 했어야지.”

“그걸 굳이 말해야 해? 그냥 좀 도와준 건데.”

“우리 결혼식인데 왜 유채린이 도와줘야 하냐고.”

강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넌 매일 야근하니까 시간 없는 줄 알았지.”

“나한테 물어보기는 했어?”

“알았어, 알았어. 앞으론 네가 다 해. 됐지?”

벌써 짜증 섞인 말투였다.

늘 이런 식이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마.”

“그걸 굳이 말해야 해?”

“알았어. 네 말이 다 맞아.”

...

그러고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강도현의 어머니가 사진을 보내셨다.

유채린이 어머님 댁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 접시를 든 채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채린이가 만든 제육볶음이야. 내가 한 거랑 똑같아.]

유채린은 그 주방에서 나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그릇이 어디 있는지, 양념은 어느 칸에 있는지, 어머님이 뭘 좋아하시는지까지 알았다.

나는 5년을 드나들었으면서도 갈 때마다 물어봐야 했다.

자주 가지 못했으니까.

도현이 그렇게 자주 가지 말라고 했으니까.

휴대전화에 어머님의 메시지가 한 통 더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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