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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겨울의 이별 이야기제3화

이 화는 약 2038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인아야, 내가 솔직히 말할게. 채린이는 어릴 때부터 봐 온 애라 도현이랑 서로 속속들이 알아. 너도 좋은 아이긴 한데 남 챙기는 건 좀 서툴잖니. 채린이한테 좀 배워 봐.]

나는 휴대전화를 뒤집어 탁자 위에 놓았다.

그때 강도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왜 밥 안 먹어?”

“배 안 고파.”

도현이 잠옷을 꺼내러 옷장 앞으로 갔을 때, 정장 안주머니에서 예쁜 벨벳 상자가 삐져나온 게 보였다.

“그건 뭐야?”

“아, 이거? 채린이 생일 선물. 목걸이야.”

강도현은 상자를 열어 보여 줬다.

가느다란 은색 체인에 벚꽃 모양 펜던트가 달려 있었고, 꽃잎 가운데에는 알파벳 한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K.

강도현의 이름을 나타내는 이니셜이었다.

“맞춤 제작한 거야. 두 달이나 기다렸어.”

우리 약혼반지는 강도현이 인터넷에서 주문한 것이었다. 택배가 오자 포장을 뜯어내 손가락에 바로 끼워 줬다.

매장에 가서 직접 고르고 싶다고 했더니, 반지가 다 거기서 거기라 굳이 갈 필요 없다고 했다.

“유채린 목걸이는 맞춤 제작까지 했어?”

“생일이잖아. 그냥 성의 표시지.”

“내 생일에는 뭘 줬는데?”

강도현은 잠시 생각했다.

“작년에... 돈 보내 줬던 것 같은데?”

“안 보냈어.”

“그럼 깜빡했나 보네. 다음에 챙겨 줄게.”

‘다음에... 끝도 없는 다음에...’

“강도현, 유채린한테는 맞춤 목걸이를 주면서 나한테는 마그넷을 줬잖아. 걔 생일은 챙기고 내 생일은 잊었고. 걔는 어머님 댁에 드나들게 하면서 난 갈 기회조차 안 줬어. 이게 정상이라고 생각해?”

강도현은 상자를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또 시작이네. 채린이는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야. 친구한테 좀 잘해 주는 게 뭐가 문제야?”

“그럼 나한테는?”

“내가 너한테 못 해줬어? 5년이나 사귀고 신혼집도 사고 결혼까지 준비하는데, 그걸로 부족해?”

강도현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인아야, 우린 그런 겉치레 안 하기로 했잖아. 착실하게 사는 게 제일 중요해.”

‘겉치레하지 말자고? 온천 호텔도, 맞춤 목걸이도, 생일 이벤트도 다 겉치레 아닌가? 그런 겉치레는 전부 유채린에게 해 줬으면서...’

내게 남긴 건 ‘착실하게 살자’는 말뿐이었다.

“네 말이 맞아.”

나는 불을 끄고 강도현에게 등을 돌린 채 누웠다.

“우리 착실하게 살자.”

다음 날, 강도현의 대학 동기 조현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서인아 씨, 토요일에 모임 있는데 올래요?”

“무슨 모임인데요?”

“옛날 동기들끼리 얼굴이나 보려고요. 채린이도 와요.”

‘유채린도 온다고? 당연하겠지.’

토요일 저녁, 우리가 도착했을 때 유채린은 이미 모임 장소의 룸에 앉아 있었다.

흰색 니트 원피스를 입고 목에는 그 벚꽃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K자가 새겨진 펜던트가 조명 아래서 반짝였다.

“현아!”

유채린이 강도현에게 손을 흔들었다. 목소리는 달콤하다 못해 느끼할 정도였다.

강도현은 유채린에게 다가가 자연스럽게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뒤따라 들어가 강도현의 반대편에 앉았다.

“형수님 오셨네요?”

조현우가 인사했다.

“형수님이라고 부르지 마.”

유채린이 웃으며 정정했다.

“아직 결혼 안 했잖아.”

조현우가 강도현에게 물었다.

“결혼 날짜 잡았어?”

“아직 날짜 보고 있어.”

“채린이가 결혼 준비 많이 도와준다며? 너희 어머니가 걔는 맨날 집에 온다고 하시던데.”

유채린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잔을 저었다.

“난 그냥 조금 거드는 거야. 인아 씨가 워낙 바쁘시잖아.”

유채린은 누구보다 살갑게 나를 ‘인아 씨’라고 불렀다. 그러면서 목에는 내 약혼자가 맞춰 준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채린아, 목걸이 예쁘다. 누가 사 줬어?”

한 여자가 가까이 다가와 목걸이를 들여다봤다.

유채린은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강도현을 한번 흘끗 봤다.

“친구가 선물해 줬어.”

“어떤 친구가 이렇게 통이 커? 맞춤 제작한 거지?”

“내가 줬어.”

강도현이 말을 받았다.

“생일이라 그냥 하나 산 거야.”

제작에 두 달이나 걸린 목걸이를 ‘그냥 산 거’라고 했다.

그 여자가 나와 강도현을 번갈아 봤다.

“그럼 약혼녀한테도 사 줬겠네?”

“인아는 이런 거 잘 안 해.”

싫어하는 게 아니었다.

한 번도 사 준 적이 없으니 내가 싫어한다고 지레짐작했을 뿐이었다.

“인아 씨, 괜찮죠?”

유채린이 나를 봤다.

“네, 괜찮아요.”

“인아 씨는 마음도 넓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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