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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제2화

이 화는 약 186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육태윤은 내 태도를 확인하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너랑 하지연은 소꿉친구잖아. 나보다 훨씬 오래 함께했고.”

“약혼도 어른들이 정한 일이라며.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나 정말 회사를 그만둘 거야. 질투해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홧김에 그러는 것도 아니야.”

육태윤은 뭔가 말을 더 하려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하지연이 사무실에서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

“태윤아, 내 속옷 어디에 넣어뒀어? 그 레이스 달린 거 있잖아...”

하지연은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제야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하게 덧붙였다.

“미안해. 네가 아직 여기 있는 줄 몰랐네. 나랑 태윤이는 워낙 오래 같이 지내다 보니까, 가끔 네가 태윤이 여자친구라는 걸 깜빡하게 돼.”

나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회사를 나섰다.

다음 날 아침, 내가 퇴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몸은 좀 괜찮아? 엄마도 이제 나이가 들었잖아. 네가 얼른 돌아와서 엄마 곁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그동안 넌 태윤이만 따라다니면서 아무런 명분도 지위도 없이 살았잖아. 그 집안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기까지 하고.]

[상속 문제도 네가 마음을 돌려서 정말 다행이야. 네 새아버지 재산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네가 남은 평생 걱정 없이 살기엔 충분해. 이제 더는 매일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예전 같으면 어머니의 이런 말에 나는 곧바로 대꾸를 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돈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육씨 가문에서 보낸 9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내 자리는 없었다.

[언제쯤 돌아올 거야? 엄마가 미리 준비해 놓게.]

나는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보았다.

빨간 동그라미로 표시된 날짜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열흘 뒤면 나와 육태윤이 사귄 지 10년이 되는 날이었다.

“열흘만 더 있다가 갈게요. 여기 일만 다 정리하면 바로 갈게요.”

전화를 끊고 보니, 육태윤이 어느새 내 뒤에 서 있었다.

육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내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려고 했다.

“무슨 소리야? 누구랑 통화한 거야?”

나는 휴대폰을 엎어서 책상 위에 내려놓고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친구가 새 일자리를 소개해 줬어.”

“회사에 아직 네 자리는 있어. 굳이 그렇게 급하게 그만둘 필요 없잖아. 네 자리를 지연이가 대신하게 됐다고 해도 다른 자리도 많아.”

육태윤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필요 없어.”

내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육태윤도 화가 난 듯했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아래층에서 하지연이 재촉했다.

“태윤아, 오늘 본가에 가서 밥 먹기로 했잖아. 부모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자.”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육태윤과 막 연애를 시작했을 무렵, 그의 부모님은 나를 탐탁지 않아 했다.

시골에서 올라온 가난한 여자가 어떻게 육씨 가문 같은 명문가의 아들과 어울릴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본가에 갈 때마다 육태윤은 반드시 나를 데리고 갔고, 언제나 망설임 없이 나를 감싸며 부모님과 맞섰다.

육태윤은 나에게 약속했다.

자신이 있는 한, 육씨 가문에는 반드시 내 자리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번에 육태윤은 왠지 시선을 피했고 말투도 어색했다.

“지난번에 그런 일이 있었잖아. 부모님도 몸이 편찮으신데, 너까지 보면 또 화를 내실 거야.”

“오해하지 마. 약혼 얘기는 내가 부모님께 다시 말씀드려 볼게. 지연이는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지켜봐 와서 아무래도 더 가깝게 느끼시는 거고.”

“시간이 좀 지나면... 부모님도 더 이상 너를 문제 삼지 않으실 거야.”

육태윤의 말은 결국 하나같이 하지연을 감싸고 있었다.

육태윤이 나와 한 약속을 잊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육태윤의 눈에는 나보다 더 아끼고, 더 지켜야 할 사람이 생겼을 뿐이었다.

나는 평소처럼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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