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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마르고 사랑도 끝날 때제1화

이 화는 약 202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육태윤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했을 때, 내가 먼저 결혼해서 빨리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육태윤은 내가 자기 집안의 재산을 노리고 돈 때문에 자신과 결혼하려는 거라고 단정했다. 곧바로 사람들 앞에서 내 뺨을 열 대가 넘도록 때렸다.

그런 뒤 곧바로 질투하며 뛰쳐나간 소꿉친구를 쫓아가 버렸다.

나는 육태윤의 손을 붙잡고 가지 말라고 애원했지만, 화가 난 남자는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두 다리가 골절되고 두개골에 금이 갔다.

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보내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이번에는 더 이상 매달리거나 억지를 부리지 않았다.

해외에 있는 어머니에게 먼저 연락했다.

“엄마, 지난번에 말했던 유산 상속 얘기 있잖아요. 나 그거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 * *

혼자 퇴원 수속을 마친 나는 택시를 타고 육태윤의 회사로 향했다.

회사 건물 앞에 서자, 9년 동안이나 일해 온 이곳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고작 한 달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회사 시스템에서 내 정보는 흔적도 없이 삭제되어 있었다. 경비원마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휴대폰을 꺼내 육태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하지연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화면 너머 하지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다소 쑥스러운 듯 말했다.

[네가 이렇게 빨리 퇴원할 줄은 몰랐네. 태윤이가 내 안전이 걱정된다고 요즘 회사에 낯선 사람은 못 들어오게 했거든.]

[걱정 마. 내가 바로 경비원한테 들여보내라고 할게.]

굳게 닫혀 있던 문은 하지연의 한마디에 곧바로 열렸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육태윤의 사무실 문은 닫혀 있지 않았다.

문을 열자, 몸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하는 얇은 나시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던 하지연이 나를 보며 살짝 웃었다.

그 옆의 육태윤은 상의를 벗은 채였고, 두 사람 사이에는 유난히 야릇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힐끗 보고 곧바로 시선을 거둔 뒤, 망설임 없이 사직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내가 자신을 무시하자 육태윤은 미간을 찌푸리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변명하듯 말했다.

“지연이가 귀국한 지 얼마 안 됐잖아. 너도 알다시피 우리 두 집안은 워낙 가까워. 부모님도 나보고 지연이랑 좀 더 가까이 지내라고 하셨고.”

“게다가 이 자리도 지연이가 너보다 더 잘할 수 있어.”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야. 아직 몰랐구나? 나 태윤이랑 약혼해.”

하지연은 육태윤의 말을 끊더니 내게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보였다.

육태윤의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육태윤은 약혼 얘기에 대해 길게 설명하려 들지도 않았고,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육태윤을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따지지도 않았고 해명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책상 위 서류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직서는 이미 제출했어. 지금 절차 진행 중이고, 업무 인계도 다 끝냈어.”

육태윤은 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이 살짝 커졌다.

나는 몸을 돌려서 나갔다.

뒤에서 느껴지는 두 사람의 놀란 시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이 신경 하나하나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지금도 그날 가족 모임에서, 질투한 하지연을 쫓아가기 위해 육태윤이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 버렸던 순간이 떠오른다.

육태윤을 향한 내 사랑은,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죽음과 싸우며 버텨 낸 그 시간 속에서 이미 깨끗이 사라져 버렸다.

육태윤은 어느새 나를 따라와서 내 뒤에 서 있었다.

육태윤은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고개를 내 목덜미에 묻은 채, 뺨을 살며시 내 목에 비볐다.

“지연이랑 나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잖아. 내가 결혼한다고 하면 질투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약혼 얘기도 너무 신경 쓰지 마.”

“육씨 가문과 하씨 가문은 원래 집안끼리도 잘 어울리는 사이니까...”

“신경 안 써.”

나는 육태윤의 말을 잘라버린 채 남자와 거리를 뒀다.

9년을 함께한 사이, 그보다 더 가까운 스킨십도 수없이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육태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거부감이 들었다.

육태윤의 얼굴이 잠시 굳어졌지만, 고집스럽게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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