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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제2화

이 화는 약 204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그저 나에게만 해당하지 않을 뿐이었다.

초등학교 때 수학 경시대회에서 전교 1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너무 기뻐서 바로 상장을 받아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그러다가 발을 잘못 디뎌 넘어지기까지 했지만 나는 아픔을 못 느끼는 사람마냥 벌떡 일어나 다시 내달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엄마에게 상장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해서 기쁜 마음으로 엄마에게 말한 나였지만 엄마는 상장을 한 번 보더니 그걸 뺏어 들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넌 왜 수학을 잘하는 거야!”

“넌 내 딸인데 왜 네 아빠를 닮은 거냐고!”

“네가 그 사람을 닮아도 그놈은 너 안 사랑해!”

“넌 꼭 이렇게 날 힘들게 해야겠니, 왜 하필 수학을 잘하는 거야!”

아빠가 수학교사라는 이유로 엄마는 내가 가지고 있는 수학과 관련된 모든 것들을 찢어버렸다.

백 점짜리 시험지들이 무자비하게 불구덩이 속으로 던져져서 활활 타올랐다.

울고 불며 소리치는 나의 귓가에 엄마의 매정한 말이 내리꽂혔다.

“역시 넌 내 딸이 아니라 그 사람 딸이었어.”

그날부터 엄마는 내 엄마가 아니라 그저 양 선생님으로만 살아왔다.

허규연의 축하파티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내 앞에는 야채나 샐러드류만 놓여있었고 잘 까진 새우는 허규연의 밥 위에만 올라갔다.

“우리 일등공신 많이 먹어.”

그 일등공신이라는 말은 가시가 되어 내 맘에 박혔다가 무참히 뽑혀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야채를 집어먹으며 부러운 눈길로 허규연의 밥그릇에 놓인 새우를 빤히 바라보았다.

나의 눈빛이 너무 간절해서였을까, 허규연은 엄마가 발라준 새우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엄마는 다시 허규연의 밥 위에 올려놓았다.

“저 바보 같은 애한테 이런 거 먹여봐야 소용없어. 너나 많이 먹어, 경시대회 준비하느라 고생했잖아.”

그에 나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뒤적거리며 눈물이 밥 위에 떨어지는 것도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입안으로 밀어 넣은 밥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냥 밥만 퍼먹는 것보다는 나은 듯싶었다.

그러다가 케이크 박스가 열릴 때쯤 나는 다시 눈을 반짝였다.

희망이 크면 클수록 실망도 큰 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작게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가 저 케이크를 보면 오늘이 내 생일이라는 걸 기억해주길 나는 바라고 또 바랐었다.

하지만 엄마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내 희망을 산산조각내버렸다.

“너는 왜 생일 케이크를 사 왔어? 누구 생일 파티하는 것도 아닌데, 너 진짜 바보야?”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쩌면 나보다도 더 나의 출생을 바라지 않았을 사람이 엄마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규연아, 너 한 달 뒤면 생일이지? 선생님이 생일 미리 축하해줄게. 생일 축하해 규연아!”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는 점점 더 흐릿해졌고 시야도 희미해졌지만 엄마가 서투른 손놀림으로 허규연의 머리에 생일 모자를 씌어주는 것만은 똑똑히 보였다.

엄마는 초에 불을 붙이고 허규연더러 서둘러 소원을 빌라고 했다.

나는 나를 위해 준비했던 생일 초가 타가는 걸 지켜보며 속으로 묵묵히 나의 생일을 축하해줄 수밖에 없었다.

나는 엄마가 나를 더 사랑해주길 빌고 눈을 떴다.

“초는 같이 불자.”

그리고 들려오는 허규연의 제안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영원히 이루어지질 않을 소원이라는 걸 아니까 괜한 기대는 품지 않았다.

그렇게 혼자 초를 다 분 허규연은 손바닥만 한 케이크라도 나에게 나누어주려고 했지만 엄마가 또 그를 말리며 말했다.

“이건 애초에 네가 1등 한 걸 축하하려고 사 온 건데 이 손바닥만 한 걸 쟤한테까지 나눠주면 너는 뭐 먹어?”

엄마의 말에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안 먹어도 돼, 케이크 별로 안 좋아해.”

엄마가 말한 손바닥만 한 케이크가 바로 내가 한 학기 동안 폐지를 주워 판 대가라는 건 아무도 알지 못할 것이다.

엄마는 나를 싫어했기에 나의 생활에도 당연히 관심이 없었다.

학교식당에서 카드에 돈을 넣어준 게 전부였는데 그마저도 선생님들 식당 표준에 맞춘 금액이었기에 그보다 훨씬 비싼 학생식당에서는 턱없이 적은 돈이었다.

그 외에 다른 용돈도 없었기에 엄마가 정해준 예산으로는 가장 저렴한 세트도 먹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그런 나를 불쌍하게 여긴 식당 아주머니가 가격표대로 야채를 하나 떠주고는 실수인 척 고기를 몇 개 떨궈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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