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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제3화

이 화는 약 2049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는 살아가는 것조차도 힘든 세상이었다.

...

나와 엄마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게 된 건 허규연이 나한테 고백을 했을 때였다.

허규연이 나를 보며 얼굴이 빨개진 채 “나 너 좋아해.”라고 말할 때 나는 정말 그를 이용해 엄마의 관심을 끌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양심에 찔렸던 나는 허규연을 거절했지만 그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우리 집에 더 자주 찾아오며 내 방에까지 들어와서 러브레터를 숨겨놓기도 했다.

그날 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엄마가 이미 그 러브레터를 발견한 뒤였다.

내 얼굴을 본 엄마는 냅다 뺨부터 때렸다.

그에 내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해 하고 있자 엄마는 러브레터를 내 얼굴에 던졌다.

“허규연은 너랑 달라, 걔는 명문대학에 가고도 남는 애라고!”

“네 아빠도 너를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나도 너 신경 쓸 생각 없어. 난 네 담임도 아니니까 나가서 몸을 팔든 뭘 하든 나는 아무 상관없어.”

“그런데 내 제자를 꼬시는 건 절대 안 돼!”

엄마가 어떻게 자기 딸한테 꼬시다라는 말을 내뱉은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대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마음이 없었던 나는 크게 소리 질렀다.

“허규연이 먼저 꼬신 거예요!”

하지만 엄마는 바로 내 머리채를 잡으며 말했다.

“이젠 말대꾸까지 해? 네가 안 꼬셨으면 걔가 왜 다른 애들도 아니고 하필 너한테 고백을 했겠어!”

엄마는 내 머리채를 잡은 채로 방안으로 끌고 가더니 대뜸 가위를 들어 내 옷들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옷가지들이 천 쪼가리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엄마가 자른 옷들은 다 사촌 언니가 안 입는다고 준 것들이었는데 평소에 좋은 집안 자식이라고 그렇게 칭찬을 하더니 너무 화가 나서 그 사실마저 잊어버린 것 같았다.

엄마의 눈에는 나의 출생 자체가 잘못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갖은 수를 써서 나를 낳으려던 사람이 바로 엄마라는 것이다.

...

무슨 정신으로 집을 나온 건지는 모르겠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아빠의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더는 새로운 가정을 이룬 아빠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묵묵히 돌아섰지만 하필 집으로 돌아오는 아빠의 가족들과 마주치게 됐다.

아내로 보이는 사람은 아빠의 어깨에 앉은 딸아이와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그 웃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표정이 마치 어디에도 나의 자리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나는 바로 도망쳤지만 아빠는 그런 나를 굳이 쫓아왔다.

딸이 생겨서 그런지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을 한 남자는 옛날의 그 엄한 모습이 조금 사라지고 한층 더 다정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런 아빠를 오랜만에 봤으니 한번 불러보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 입술을 달싹이던 나는 마침내 차갑디차가운 호칭으로 아빠를 부를 수 있었다.

“장 선생님.”

아빠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방에서 2만 원을 꺼내며 내 손에 쥐여주었다.

“앞으로는 나 찾아오지 마. 새 가정 생긴 거 너도 알잖아. 네 동생이 질투할 거야.”

그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해명하려고 했지만 등 뒤에서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말문이 막혀 버렸다.

“아빠.”

아빠는 찌푸려졌던 미간을 풀고 바로 달려가 애교를 부리는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빠, 저 사람은 누구야?”

“친구네 딸.”

그렇게 아빠는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나만 그 자리에 덩그러니 서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손에 쥐어진 쭈글쭈글해진 2만 원을 바라보았다.

엄마 아빠가 다 살아있고 얼굴도 볼 수 있었지만 나에게 가족 같은 건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사람들한테 나는 그저 짐이었고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였으며 나의 존재는 그저 그들에게 그날 있었던 어이없는 일을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

나는 엄마의 화가 풀릴 때까지 밖에서 한참 동안 헤매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자 문은 당연히 굳게 잠겨있었고 문 앞에는 작은 상자 두 개가 놓여있었는데 안에는 나의 물건들이 전부 담겨있었다.

그에 나는 다급하게 문을 두드려보았다.

“양 선생님.”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았고 또 친구도 없었던 나는 갈 데도 없었기에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렸지만 들려오는 건 엄마의 화난 목소리와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였다.

“문은 왜 두드려! 넌 나랑 네 아빠가 같이 낳은 딸이야! 이제 네 아빠 찾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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