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 속의 잃어버린 사랑제1화
이 화는 약 231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싫어한다. 내가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부산물이라 싫다 했던가.
하지만 그런 엄마라도 자신의 학생만은 끔찍이 아꼈다.
내가 엄마의 제자한테 고백을 받았을 때는 제자가 아닌 나의 뺨부터 때린 게 우리 엄마란 사람이었다.
치매가 걸려도 엄마는 제자만은 알아봤다, 그냥 딸만 까맣게 잊었을 뿐.
하지만 그런 엄마를 찾아오는 제자는 없었다.
왜냐고?
다들 나처럼 엄마를 싫어했으니까.
* * *
내가 무언가를 기억하게 됐을 때부터 엄마는 매일 나를 데리고 아빠를 찾아다녔다.
나를 이용해 아빠의 발목을 잡기 위함이었다.
“그날 일은 사고였어. 난 네가 왜 이 아이를 굳이 낳았는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낳았다 해도 난 내 자식이라고 인정 못 해.”
아빠의 말에 엄마는 내 팔을 세게 꼬집었고 아픔을 견디지 못한 나는 또 엄마의 뜻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얘는 당신 딸이에요, 어쩜 그렇게 매정해요?”
“매정한 건 당신이지. 당신이란 사람 정말 이해가 안 돼. 당신이 아무리 이 아이를 앞세워 내 발목을 잡으려고 해도 우린 행복하지 못할 거야.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원래도 우리 사이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어.”
주위에 사람들이 하나둘 몰리기 시작했고 그들의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엄마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바닥에 주저앉으며 또 나를 꼬집었다.
“쓸모없는 년, 내가 널 이러려고 낳은 줄 알아?!”
점점 더 자지러질 듯 울어대는 나 때문에 아빠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버렸고 엄마도 더 이상 나를 꼬집지 않고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나는 아픈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바로 비틀거리며 엄마의 발자국을 따라갔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게 천천히 아빠에 대한 엄마의 사랑은 증오로 변해갔다.
...
나와 엄마의 사이는 그리 가깝지 못했지만 나는 누구보다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주기 위해 나는 열심히 폐품을 주워가며 돈을 모아 그날 새로 산 귀걸이를 들고 신나게 집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런데 거실에는 이미 엄마의 학생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었다.
엄마는 뛰어 들어온 나를 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애들 공부 방해하지 말고 얼른 방으로 들어가.”
그러고는 바로 학생들을 보며 부드럽게 얘기했다.
“자, 다음 문제 같이 보자.”
그에 서러워진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를 소리높여 불렀다.
“엄마! 엄마!”
몇 번의 외침이 이어졌지만 엄마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내가 받은 건 오히려 수많은 학생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이었다.
그제야 엄마는 나를 보며 소리 질렀다.
“어디서 소리를 질러! 내가 수업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난 네 엄마 아니야, 양 선생님이라고 부르라니까!”
그에 눈물이 가득 차오른 나는 손에 들었던 선물함을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다시 나갔을 때 그 선물함은 이미 쓰레기통에 박혀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부러진 분필들이 가득 쌓여있었다.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손을 뻗어 선물함을 꺼내 보았지만 선물함에는 열린 흔적조차 없었다.
“엄마, 생일 축하하고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적힌 쪽지를 안에 넣어뒀었는데, 이렇게 빛도 못 보고 쓰레기통에 처박힌 걸 보니 허탈한 감정이 밀려왔다.
나는 나처럼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하는 선물함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껴 그것을 다시 주워들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엄마가 그냥 자신의 생일을 까먹을 뿐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오해라도 하면 마음이 편해졌을 텐데 하필 그날 들어가 본 인스타에는 엄마가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귀에는 내가 선물해준 것과 똑같은 귀걸이를 걸고 있었고 코에는 생크림을 묻힌 채 환하게 웃고 있는 엄마였다.
[귀여운 내 제자들, 생일까지 기억해줘서 고마워!]
거기에 정성스레 적힌 문구까지 읽은 나는 그제야 내가 준 선물이 싸구려라서가 아니라 그냥 그걸 준 사람이 나라서 엄마가 싫어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
그 일이 있은 뒤로 나랑 엄마의 사이는 점점 더 멀어졌다.
내 생일 따윈 당연히 챙겨준 적이 없는 엄마였다.
하지만 내가 케이크를 들고 집에 들어가자 웬일로 한 상 가득 차려진 밥상이 나를 반겼다.
그걸 본 나는 엄마가 내 생일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눈물부터 차올랐다.
역시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확신이 들어가는 와중에 나는 빨개진 눈으로 거실에서 걸어 나오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제자 허규연을 보게 되었다.
마침 주방에서 새우를 한판 가득 들고나오던 엄마도 내 손에 들린 케이크를 보더니 말했다.
“그 케이크는 규연이가 물리 경시대회에서 1등 한 거 축하하려고 사 온 거야? 네가 어떻게 알았어?”
역시는 역시였다.
내 생일이라서 차려진 밥상이 아니라 허규연의 물리 경시대회 1등을 축하하기 위해 차려진 밥상이었다.
경시대회 1등도 축하받을만한 일이었구나.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