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제2화
이 화는 약 251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유하늘을 쳐다보았다. 두꺼운 안경알에 비친 나의 놀란 얼굴을 보고는 다급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하늘아, 너 미쳤어? 우리 맨날 민주랑 함께 살고 있는데 죽은 사람이라는 게 말이 돼? 공포 소설을 하도 많이 봐서 누굴 보든 다 귀신 같아서 그래...”
제 발 저린 탓인지 나도 말이 많아졌다.
나는 유하늘이 나를 속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믿지 않았다. 설령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인정하지 않는 한 의심만 할 것이기에 기숙사에서 대놓고 이 일을 얘기하진 않을 것이다.
죽은 사람에게 딱 보름만 들키지 않으면 되었다.
유하늘은 내가 계속 반박하자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주변의 공기마저 싸늘해져 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파르르 떨었고 발걸음도 점점 빨라졌다.
‘기숙사로 들어가면 얼른 밥 먹고 잠이나 자야지. 아무한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우리가 기숙사 밑에 거의 도착할 무렵 유하늘은 결국 참지 못했다. 나를 벤치에 앉히더니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다음 그녀가 겪은 무서운 얘기를 꺼냈다.
그날 유하늘은 베란다에서 빨래를 널고 있었다. 기숙사 문이 거의 닫힐 시간이라 커플들도 다 기숙사로 돌아갔고 이민주와 남자 친구만 밑에 있었다.
우리 기숙사는 가장 뒤에 있어 뒤에 택배 보관소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시간이면 택배 보관소도 문을 닫아 칠흑같이 어두웠다.
어두운 가로등 밑에 이민주와 그녀의 남자 친구 두 사람만이 유하늘을 등진 채 벤치에 앉아 있었다.
여기까지 얘기하던 유하늘이 갑자기 침을 꿀꺽 삼키더니 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의 손이 식은땀에 흠뻑 젖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듣고 있는 나도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등골이 오싹하면서 온몸에 소름이 다 돋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해야만 했다.
나는 유하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만 얘기해, 하늘아. 밤에 얘기하니까 무섭잖아.”
그런데 유하늘이 두 눈을 부릅떴다.
“안 돼. 내 얘기 꼭 다 들어야 해.”
유하늘은 나의 어깨를 누르면서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벗어날 수가 없어 그냥 듣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 유하늘은 두 사람에게 방해가 될까 봐 말을 걸지 않고 계속 빨래를 널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옷걸이를 가지러 안으로 들어왔을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민주가 침대 커튼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침대에 앉아 있는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하늘이 들어온 걸 본 이민주가 고개를 돌려 방금 밖에서 뭘 봤냐고 배시시 웃으면서 물었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옷걸이도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다시 주울 새도 없이 베란다로 냅다 뛰어갔다.
바로 그때 등을 지고 앉아 있던 여자도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바로 이민주였다.
이민주가 둘이었던 것이었다.
유하늘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안색이 핏기라곤 없이 창백하기만 했다. 그리고 나의 옷도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젖었다.
그날 나도 기숙사에 있었다. 이민주와 얘기를 나눴던 게 기억이 났고 유하늘이 당황해하던 모습도 정확히 기억났다. 그녀는 거짓말한 게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민주가 죽은 사람이야? 하늘이한테 사실을 얘기해야 하나?’
유하늘의 정신 상태를 보면 기껏해야 며칠 정도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갑자기 기숙사에서 미쳐 날뛰어 이민주에게 따져 묻는다면 스스로 죽을 길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힘겹게 침을 삼킨 후 유하늘에게 말하기로 했다. 어쨌거나 함께 사는 룸메이트인데 꽃 같은 나이에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런데 내가 입을 열려던 그때 유하늘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뒤를 빤히 보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었다.
식은땀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민주가 언제 왔는지 두 눈을 부릅뜬 채 서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가로등이 갑자기 켜지지 않았더라면 이민주가 어두운 곳에 있어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어디까지 들었는지 알 수가 없어 계속 연기하려 했지만 몸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들부들 떨렸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이민주를 본 순간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말해. 둘이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설마 내 욕했어?”
이민주의 모습이 그대로이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밖에서 신선한 공기 좀 마시려고. 방금 하늘이가 나한테 귀신 얘기를 해줘서 놀라 죽는 줄 알았어.”
나의 말에 유하늘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주는 의심의 눈초리로 우리를 훑어보다가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유하늘과 이민주는 나의 양팔을 잡았고 그렇게 셋이 함께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는 밥을 대충 먹은 후 침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했다. 침대 커튼이 있어 모기를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빛도 가릴 수 있었다.
모든 이의 시선을 밖에 차단한 후에야 나는 한시름을 놓았다.
잠시 후 유하늘이 함께 샤워하러 가자고 했다. 나와 대책을 상의하려고 일부러 불러낸 걸 알고 대답하려는데 이민주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나도 갈래. 같이 가자.”
분위기가 잠시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나는 생리가 와서 몸이 불편하다고 가지 않겠다고 했다.
바늘방석에 앉은 듯한 기분이 너무도 싫어 차라리 혼자 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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