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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 속의 낯선 존재제2화

이 화는 약 161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민준 씨도 모른다. 시어머니는 더더욱.

나는 그 보고서를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 매일 밤 모두가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꺼내 보았다.

친권 지수: 0.

배제.

이 네 글자를 백 번도 넘게 읽었다.

시험관 시술이었다.

남편의 정자를 채취했고, 내 난자를 썼다.

그런데 어떻게 그의 자식이 아닐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전 과정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실패, 두 번째 실패.

병원을 옮긴 세 번째 만에 성공했다.

그 병원은 시어머니가 소개한 곳이었고, 센터장도 어머니의 지인이었다.

나는 몸조리 정기 검진을 핑계로 하루 휴가를 내고 병원을 찾았다.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서였다.

본인이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지참하면 시술 기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록실 직원이 두툼한 서류 봉투를 건넸다.

“임서윤 님,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의 모든 기록입니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한 장씩 넘겨 보았다.

과배란 유도 기록, 채취 기록, 정자 수취 기록, 배아 배양 기록, 이식 기록…… 모든 페이지에 사인이 있었다.

내 사인, 그리고 민준 씨의 사인.

그런데──.

나는 정자 샘플 확인 동의서 페이지에서 멈췄다.

‘정자 샘플 본인 확인’란에 적힌 서명.

민준 씨의 글씨가 아니었다. 내 글씨도 아니었다.

시어머니 박명숙 여사의 글씨였다.

나는 그 필체를 똑똑히 안다. ‘박’ 자의 마지막 획을 항상 위로 살짝 삐쳐 올리는 그 특유의 습관.

몇 장을 더 넘기니 배아 이식 동의서가 나왔다.

대리인 서명란: 박명숙.

나는 대리인 서명을 허락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민준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왜 시어머니의 이름이 여기에 있는 걸까?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 두 페이지를 촬영했다.

그리고 간호 스테이션으로 향했다.

“실례지만, 2022년 3월에 난임 센터에서 근무했던 간호사분 연락처를 알 수 있을까요?”

간호사가 기록을 조회하더니 잠시 기다려 달라고 했다.

“김민지 간호사라고, 그때는 실습생이었는데 지금은 정직원이 되셔서 산부인과 병동으로 옮기셨네요.”

“지금 이 병원에 계신가요?”

“네, 계십니다.”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서 김민지 간호사를 찾았다. 그녀는 조제실에서 약을 분류하고 있었다.

나를 본 그녀는 멈칫했다. “누구시죠……?”

“임서윤입니다. 2022년 3월에 난임 센터에서 시술받았어요.”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목소리를 낮췄다. “정자 채취와 샘플 관리 과정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내 눈을 피했다.

“그건…… 의사 선생님께 여쭤보셔야 할 것 같은데요.”

“당신에게 묻고 있는 거예요.”

긴 침묵이 이어졌다.

“임서윤 씨, 저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녀가 갑자기 복도 쪽을 힐끗 살폈다.

“퇴근하고 연락드릴게요.”

그녀는 내게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 한 장을 쥐여주고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밤 9시, 나는 그 번호로 메시지를 보냈다.

[임서윤입니다.]

10분이 지나서야 답장이 왔다.

[무엇을 물어보려 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그럼 말해줘요.]

[……]

상대방은 한참 동안 글을 입력하다가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러더니 보냈던 메시지마저 삭제해 버렸다.

그리고 이어진 한 마디.

[이 일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더 이상 찾지 말아 주세요.]

직후, 그녀는 나를 차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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