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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궁 속의 낯선 존재제3화

이 화는 약 1914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차단당했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다음 날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번엔 김민지 간호사가 아닌 병원 기록실 책임자를 만났다.

서류 봉투 속 그 두 장의 서명을 다시 확인했다.

시어머니가 한 대리 서명.

규정상 대리 서명을 하려면 반드시 본인의 서면 위임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위임장을 쓴 적이 없고, 민준 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어떻게 서명을 할 수 있었을까?

“안녕하세요, 2022년 3월 이 서류에 첨부된 위임장 원본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책임자가 시스템을 조회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임장이라니요…… 이 서류에는 스캔 된 위임장이 없는데요?”

“그게 무슨 소리죠?”

“종이 문서로는 남아 있을지 몰라도 시스템상에는 등록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나는 난임 센터 기록 보관실로 달려갔다.

수간호사가 말했다. “3년 전 종이 위임장은 이미 파기됐을 거예요. 전자 문서만 보관하거든요.”

“전자 문서에는 없다고 하던데요.”

“그럼 당시 스캔을 누락했나 보네요.”

“스캔도 안 된 위임장 없이 어떻게 대리 서명이 통과된 거죠?”

수간호사는 입을 다물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절차상의 허점, 아니면──.

처음부터 위임장 같은 건 없었을지도 모른다.

시어머니의 서명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었다. 그리고 이런 위반을 눈감아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이 센터장.

나는 곧장 이 센터장을 찾아가는 대신 전략을 바꿨다.

연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다음 일주일 동안 나는 모든 추적을 포기한 사람처럼 굴었다.

“병원 측에서 뭔가 착오가 있었나 봐요.” 저녁 식사 자리에서 넌지시 말했다. “더 이상 파헤치고 싶지 않아요. 아이도 건강한데 굳이 복잡하게 만들어서 뭐 하겠어요.”

시어머니의 얼굴에 안도의 빛이 감돌았다.

“그래, 애가 건강하면 된 거지. 그보다 더 큰 복이 어디 있니.”

민준 씨는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정말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 역시 연기를 하는 걸까?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일주일 뒤, 김민지 간호사가 먼저 연락을 해왔다.

내 SNS에 올린 게시물을 본 모양이었다. ‘지나간 일은 잊고 앞만 보고 살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임서윤 씨, 차라리 잊으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그녀의 음성 메시지는 지난번보다 훨씬 차분했다. [그 일은…… 얽힌 사람이 너무 많거든요.]

[다 잊었어요.] 나는 텍스트로 답했다. [그저 조금 궁금할 뿐이에요.]

[뭐가요?]

[얽힌 사람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게 누구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나요?]

상대방은 다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번엔 나를 차단하지 않았다.

[……한 가지만 말씀드릴 수 있어요.]

[말해줘요.]

[2022년 3월 8일, 정자 채취 날이었어요. 누군가 연구실 안으로 들어갔어요.]

[누가요?]

[본인이 제일 잘 아실 텐데요.]

[확실하게 말해줘요.]

긴 입력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메시지가 도착했다.

[시어머니요.]

나는 그 네 글자를 5분 동안 뚫어지게 쳐다봤다.

[그리고요?]

[그리고…… 다음 날, 샘플 번호가 한 번 바뀌었어요.]

[그게 무슨 뜻이죠?]

[바뀌었다는 거예요. 저는 실습생이라 이상하다 생각하면서도 감히 묻지 못했어요. 나중에야 알았죠.]

그녀가 잠시 말을 멈췄다.

[남편분 정자 샘플이…… 교체됐어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누구 걸로요?]

[그건 몰라요.]

[이 센터장도 알고 있나요?]

[……]

[알고 있었던 거죠, 맞죠?]

그녀의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했다.

[서윤 씨, 전 여기까지만 말할게요. 그날 시어머니께서 센터장님과 단둘이 꽤 오래 계셨어요. 구체적으로 무슨 대화를 나누셨는지는 정말 모릅니다.]

나는 대화 내용을 모두 캡처했다.

세 곳에 백업해 두었다.

민준 씨의 정자 샘플이 바뀌었다. 시어머니가 연구실에 들어갔고, 이 센터장이 공모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다 우리 집안 잘되라고 하는 일이다.”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귓가를 맴돌았다.

그래, 어머니는 집안을 위해서 그랬겠지. 하지만 그 ‘집안’ 안에 나는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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